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연서 Jan 19. 2024

11. 소주와 맥주 둘 중에 하나를 고른다면..

술 좋아하세요?

한때는 정말 열심히 마시던 때가 있었다. 어려서인지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해서 인지 술이 삶에 빠지지 않은 것 같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직원들과 마지막까지 남아서 술을 먹기도 했다. 부서의 부비를 관리하다 보니 늦게까지 남기도 했지만 술 자체를 좋아했었다. 여자라고 얻어 마시거나 자리만 지키는 게 아니라 그 자리 자체를 즐기고 한 번씩은 내가 술값도 먼저 계산하기도 했다.


열심히 마시며 지냈는데 결혼하고 출산 후, 아이 모유 수유하면서 술을 마시지 않았다. 술을 마실 수 없었다. 당연히 모유를 먹여야 한다 생각했는데 쉽지 않았다. 젖을 못 빠는 아이와 생각처럼 늘지 않는 모유량 그러다 단유를 하고 남편과 마신 쏘맥은 내가 살아있구나 느끼기도 했었다. 지금이라면 악착같이 젖을 물릴 수도 있겠지만 그때 나는 어렸고 남편은 젊었다.


처음부터 술을 좋아한 것 아니다. 우리 아빠는 술주사가 있다. 엄마가 참아주다가 받아치면 싸움으로 변했다. 그러다 돈문제, 생활태도, 우리의 학교 성적까지 싸움의 주제는 다양하게 번졌고 술 마시는 아빠도, 술도 싫어했다. 나는 술을 안 마신다. 다짐했고 내 이상형은 술 안 마시고 주사가 없는 남자였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긴다. 술을 안 마시는데 주사를 어떻게 할까? 단지 이상형이 술 안 마시는 남자. 그만큼 지독하게 술을  싫어했다.      


어른이 되고 술을 한참 마시던 시절, 어린 나와의 약속은 잊어버렸다. 나는 행복해도 술, 속상해도 술이었다. 술을 사랑하는 내가 있다. 남편은 지금 술을 안 마신다. 처음 술을 줄일 때는 술을 가끔 마시기도 했다. 술을 마시면 그냥 자는 스타일이다. 주사는 물론 없다. 이것만 봐도 나는 이상형의 남자를 만났다. 이상형이지만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물론 있다. 남편 흉을 보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좋아도 다 좋을 수는 없으니까.


감자탕에 소주, 치킨에 맥주를 마시던 내가 이제는 치킨과 콜라를 먹기도 한다. 물론 나는 지금도 술을 사랑한다. 맥주 한 잔, 소주 한 잔에 잠시나마 행복하다.


아예 술을 끊지는 않았다. 어느 날부터는 그저 맥주 한 캔, 남편과 소주 한 병을 나누어서 기분을 낸다. 술도 마실 때는 잘 먹었지만 안 마시다 보니 양 줄었다. 지금은 술이 없어도 괜찮다. 그래도 가끔 생각나는 건 생맥주 한 잔과 치킨이다. 아마도 이 맛은 포기하지 못할 것 같다.


나는 소주보다는 맥주가 좋다. 둘이 함께 먹는 쏘맥도 좋고.. 예전처럼 취하게 마시지는 못한다. 나를 보는 아이들의 눈이 있으니까.

*이미지는 핀터레스트에서 가져왔습니다.


[나는 나를 알고 싶다​​] 금요일 연재

*좋아요&댓글은 큰 힘이 됩니다.




<당신의 일상은 무슨 맛인가요> 구매링크

책 보러 가기​




이전 10화 10. 멸치볶음 좋아하세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