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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서 Jan 12. 2024

10. 멸치볶음 좋아하세요?

내가 싫어하는 음식 중에 하나였다. 내 책에도 쓴 것처럼 싫어하지만 아이들이 먹으니 나도 먹게 된 음식 중 하나지만 여전히 즐기지 않았다.


한 번씩 엄마가 보내준 반찬꾸러미에 빠지지 않는 멸치들, 아이들이 잘 먹었다. 내가 한 것보다 더 맛있다고 외할머니처럼 만들어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비리고 짜기만 한 이게 뭐가 맛있는지 궁금했다.


1년 전쯤부터 내가 좋아하는 반찬 중 당연 1등은 엄마표 멸치볶음이다. 맛이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에 먹던 눅눅하거나 딱딱한 비린 멸치가 아니다. 어느 날 너무 맛있는 멸치를 보며 놀랐다.


“똑같이 하지 견과류  때문인가?”

엄마는 별로 개의치 않고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기억 속  멸치도 아몬드는 있었다. 하지만 지금 한 봉지 만들어서 냉동실에서 잠을 한숨 자고 택배로 도착하는 것에는  아몬드는 물론 호박씨, 해바라기씨, 호두 등 엄마의 견과류 믹스가 왕창 들어있다.


견과류가 더 들어간 것은 차이가 맞지만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 더 궁금하다. 엄마도 똑같이 만드는데 어떤 날은 완전히 실패다. 이 앞전에 받은 멸치는 비리진 않은데 많이 눅눅했다. 내가 다시 양념을 하고 볶아도 바삭해지지가 않았다.


엄마는 이상하게 평소랑 똑같은 방식인데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멸치볶음이 나에게 호로 돌아설 때 때맞춰 실패한 반찬이 다시 불호로 돌아서며 나는 역시 멸치가 싫다로 생각이 굳어졌다.


지난 12월 31일 엄마가 다시 만들어 준 멸치는 또 왜 이리 맛있는지 우리 집 냉장고에서 9일 가까이 있었지만 비리지도 눅눅하지도 않다. 캔맥주만 한잔씩 마시던 내가 안주삼아 집어 먹기도 한다. 그 작고 작은 눈들이 나를 바라보지만 개의치 않았다. 예전에 나는 그 눈들이 무섭고 짠하고 마음이 안 좋아서 멸치를 못 먹었다. 생선 자체를 싫어했다.


집이 바닷가인 통영인데 미역도 싫고 조개도 못 먹었다. 다들 그럼 뭘 먹냐고 하는데... 우리도 삼겹살 굽고, 나물도 먹는다. 바닷가라고 모두 해산물을 즐기는 것은 아니다. 이 당연한 걸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바닷가에 살지만 어업을 직접적으로 하지도 않았고, 싫어하니 더 접할 기회가 없었다.


1년 전 멸치는 나에게 어떻게 다가왔지? 아직도 나는 다른 멸치는 못 먹는다. 식당에서 다들 맛있게 먹어도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오로지 엄마가 만든 것만 먹는 나는 42살, 우리 엄마는 곧 칠순이시다. 엄마의 비밀 레시피를 꼭 배워둬야겠다. 시간이 더 지나서 엄마가 음식을 하시더라도 지금보다 간도 어렵고 몸도 움직이기 힘들기 전에 하나씩.. 소박하다면 한없이 소박한 이 메뉴가 엄마를 생각나게 한다. 혹시 멸치볶음 좋아하세요??

[나는 나를 알고 싶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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