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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서 Feb 03. 2021

동그랑땡이 맛있었어요.

기억난다. 내가 결혼 전 남편의 집 지금의 시댁에 처음 갔을 때..
 
그때는 아마 추석이었던 것 같다. 내가 명절에 집에 가지 못하게 되어 남편이 집에 가서 밥을 먹자고 했다. 명절 음식 맛 보라며..
 
추석 전날이 늦은 근무고 추석 당일에 쉬고 다음날 근무가 있어서 집에 내려가지 않았다.
 
추석 날 이른 점심때 남편이 나를 태우고 본인 집으로 가서 나는 어색한 인사를 드렸다. 처음으로 시부모님과 불편한 점심을 먹었다. 그 불편한 자리에서도 나는 동그랑땡을 집어서 맛있게 먹었다. 입에 맞냐는 어머니께 음식이 맛있다며 먹었던 기억이 난다. 비어 가는 접시에 더 내어 주셨던 것도.. 어머니는 그전을 육전이라고 하셨지만 동그랑땡이다.
 
엄마가 하는 동그랑땡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다. 두부와 다진 고기를 넣어서 작게 빚어서 하나씩 기름에 부쳤다. 내가 여태 먹어본 엄마표와 다르고 냉동식품으로 사 먹던 것과는 조금 비슷했다, 확실히 수제라 맛있었다.
 
손님으로 가서 먹을 때는 그렇게도 맛있고 어머님 음식 솜씨가 있으시다 생각했었지만..
 
결혼 14년 차가 되는 지금은 명절에 빚는 동그랑땡은 왜 이리 귀찮은지 모르겠다. 그냥 가까운 곳에 주문하시면 좋겠다는 불손한 생각을 하고 지내고 있다. 어머니의 마음에 따라 음식을 주문하기도 하고 나와 형님이 직접 하기도 한다. 어머님의 기분에 따라 일의 양이 왔다 갔다 한다. 조금씩만 하자 하셔도 가짓수가 늘어나면 힘은 들기 마련이다.
 
며칠 있으면 설날이다. 지금은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된 시기다. 통영에 엄마는 내려오지 말라고 연락을 주셨다. 음식들 조금씩 택배로 보내주시겠다고.. 내려와서 북적이다가 혹시라도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미리 조심하자 신다.
 
시댁은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언뜻 기대를 하지만 그냥 허무한 기대로 끝날 것 같기도 하다.
 
명절이 되면 나는 결혼 전 손님으로 먹던 그날의 점심이 생각난다. 나에게 밥을 차려 주던 형님은 어떤 기분으로 명절 음식을 하셨을까? 나와 다르게 제사와 차례 쪽에 긍정적이시니 늘 즐겁게 준비하셨을까? 궁금해진다.
 
나는 가끔 이런 유교적인 행사는 생략하자고 해도 제사는 지내야 한다가 형님의 생각이라 우리는 아마도 계속 제사를 지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형님은 반찬가게에서 주문해서 사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 다행이다. 준비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어머님보다는 조금 더 편하게 해 주신다. 마음을 다하는 것을 조상님들도 알아주시려나 모르겠다.
 
어머님표 동그랑땡 만들기 레시피를 간단하게 공유해본다, 기본 중에 기본인데도 맛있다. 간단해서 명절이 아니라도 나는 가끔 만들어 반찬으로 먹는다. 나보다 남편이 더 좋아하는 동그랑땡. 얼마 전 남편이 만들길래 며칠 있으면 실컷 먹을 텐데 힘들지 않냐. 수다를 떨면서 막 익힌 전을 주워 먹었다. 남편이 반죽을 하고 나는 굽기 담당.

이번 설에도 차례를 지낸다면 나는 열심히 동그랑땡을 빚고 나물을 무치고 있을 것이다.


동그랑땡 만들기
 
1, 두부를 물기 빼고 으깬다.
 
2. 당근, 쪽파(부추)를 다진다.
 
3. 다진 고기에 두부, 당근, 쪽파를 넣고 소금, 후추, 다진 마늘로 간한다.
 
이때 반죽에 식용유를 살짝 넣어 반죽한다.
 
4. 동그랗게 하나씩 빚는다.
 
5. 계란 물 발라서 하나씩 기름 두른 팬에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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