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알람이 표시된 걸 보고 브런치앱을 열었다. 글 발행 안내 알림이 지난주, 새롭게 큐레이션 공간 [틈] 안내가 어제 왔다.
바쁘게 보내느라 글 발행을 잊고 지나갔다. 작가의 서랍에는 쓰고 발행대신 저장을 해둔 몇 편의 글이 있다. 다시 읽어봐야지 하고 그대로 열어 보지 못했다.
학교 출석을 했고 중간과제를 하면서 보냈다. 주 1회 나가는 강의 준비와 수업.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독서모임도 하고 새로운 프로그램도 만들고. 나름 바빴다는 핑계를 잠시 해본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글을 많이 쓰고 있지 않다는 것.
무언가 불편했는데 글을 쓰고 있지 않아서다. 계약이라는 연결 고리가 있을 때는 마감이 있었다. 시간을 쪼개거나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만들어서도 일정하게 쓰면서 지냈겠지만 지금은 저 멀리 뒤로 밀려나 있어서 살짝 실소가 날 지경이다.
남편이 지켜보다 “요즘 글은 쓰고 있어?” 뜨끔 했다.
나는 “많이는 못 쓰고 끄적끄적은 해.”
거짓말은 아니지만 내가 지금 하는 실수를 알아챘다. 글 쓰는 작가인지 전업독서가인지 혼란스럽다. 쓰고 싶은 게 많으니 책을 다양하게 읽는 거라 생각했는데 두려운 마음이 숨어 있었다. 책이라도 읽어야 시간이 갔고 학교 과제를 하고 이것저것 일을 벌여야 내가 바빠서 글을 못 쓴다는 핑계가 자연스러웠다. 방어기제가 발동되었다.
우연히 작가라는 업을 달고 있는 사람의 인스타그램 피드가 추천되었다. 그 피드를 보고 다른 작가들은 어떤지 찾아보니 내가 본 사람들 중에는, 책을 출간한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는데 그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그 보여주는 곳에 그 사람의 글은 없었다.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 인스타그램을 열어보니 최근에 글쓰기 흔적이 없다는 걸 보고 허탈했다. 나도 내가 본 많은 작가들 중 한 명이었다. 그냥 책을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계약해지가 초보인 나에게는 긴 시간 괴롭다. 다른 곳과 계약하면 되지 하면서도 계약을 못해서 두 번째 책이 세상에 못 나올까 두렵다. 이 마음을 숨기고 싶어 작업하던 원고는 저 멀리 미뤄뒀다. 알아차렸으니 한 단계 지나가는 것일까? 더 이상은 미뤄두지 말자. 다시 그 원고를 꺼내서 작업하자. 기획안을 살펴보고 글을 챙겨보자. 100% 완성해서 투고하려던 마음을 버린다.
글을 다듬어서 먼저 투고를 해야겠다. 마감에 움직이는 나라는 걸 알면서도 미루고 있었다. 거절받을 용기를 내자. 두려워하면 아무 일도 못한다. 그러면 그냥 아무 일도 못한다. 책 한 권 낸 책 읽는 엄마로 남고 싶지는 않다. 매년 책을 내겠다는 계획대로 다시 글을 쓰고 투고를 하자. 그러다 보면 투고하지 않아도 원고 의뢰가 들어오는 날이 오지 않을까?
브런치의 이 알람이 정신을 차리게 한다. ‘오늘 글이 잘 써지니까 몰아 써야지, 오늘은 영감이 안 와 좀 쉬어야겠어.’가 아닌 꾸준하게 묵묵히 써나가야 한다. 많은 작가들이 매일 일정 분량을 쓴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경험해 보니 그저 하는 말이 아닌 최고의 방법이다. 같은 일을 매일 일정하게 하는 건 쉽지 않다. 버릴 건 버리고 삶을 조금 심플하게 만들어야겠다.
내가 계속 가져가고 싶은 글쓰기. 잊지 말자!! 멈추지도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