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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서 May 28. 2024

설레는 하루


오늘의 글감은 설렘이다. '설렘'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들떠서 두근거림. 또는 그런 느낌.이라고 말한다. 굳이 사전을 찾아보지 않아도 우리가 알고 있는 느낌이다.      


어제는 아이의 고등학교 첫 상담을 가면서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 기숙학교로 가서 아이가 잘 지내는지 엄마에게 말하지 못하는 어려움은 없는지 많은 생각을 하면서 학교에 갔다.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나서 내가 느낀 감정은 설렘이었다.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항상 사회성이나 친구 문제를 걱정하다 보니 성적보다 교유관계가 먼저 대화의 물꼬를 틔었는데,  선생님은 웃으시며 교우관계나 학교 적응은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신다. 이 학교에 정말 특화되었고 이 학교에서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할 거라고 말씀하시니 두 마음 중 설렘만 남았다.      


그 뒤로 성적이야기, 학교생활 등 일반적인 이야기를 했고 이제 1학년 첫 상담이지만 몇 년 후 아이가 성인이 된 후까지도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왜 좋아하는지도 알았고 만족도가 높아서 아이 의견을 따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수다스럽고 푼수끼를 보인 상담이지만 이건 아이가 긍정적으로 잘 지내고 있다는 뜻이다. 아이가 어렵게 지냈거나 내가 느낀 두려움이 현실이 되었다면 어제 같은 대화는 할 수 없었다. 꾸준하게 지치지 말고 지금처럼 열심히 움직여주면 좋겠다. 하루가 바쁘고 잠자는 시간이 줄었어도 너무 즐겁다는 아이를 보면서 나도 좋다. 이 설렘이 3년 후까지 이어가주길 바라며 나도 노력해야겠다.   

  

글을 쓰고 보니 어제오늘 이틀 연속 셀레는 하루다. 오늘은 나를 위한 작은 사치 페디큐어를 예약했다. 몇 년 전부터 네일샵을 다니지 않고 집에서 깔끔하게만 했다. 이사를 오면서 생활의 변화가 많이 일어났다. 나는 꾸밈에 크게 관심은 없지만 깔끔한 손톱과 양말 없이도 당당한 발을 위해서 가끔 네일샵을 다녔다. 마음에 드는 곳에 회원을 등록해서 1년에 2~3번씩 기분전환을 했다. 이사오기 전에 충전한 금액을 친구들에게 쓰라고 넘겨주고는 이곳에서는 회원보다 그냥 마음이 동하면 가야지 했는데 그게 벌써 3년을 넘어간다.      


요즘은 대부분 예약제라 당일 예약은 어렵기도 하고 그 시간이 지나면 굳이 갈 필요를 못 느꼈다. 계획적이기보다 즉흥적인 성향이 삶 곳곳에 보인다. 집에 있는 몇 가지 매니큐어를 돌려 발라도 여름을 지나기는 충분했다. 며칠 전 바른 매니큐어들이 그대로 똑똑 떨어지는 걸 보고 한번 다녀와야지 했다.      


어제 기말과제를 끝내서 홀가분한 마음이다. 사실 다른 할 일들이 있지만 미루다 보면, 가고 싶은 마음이 지나가면 또 미루다가 계절이 변해 버릴 것 같아서 다녀와야겠다. 어떤 색을 칠할까 생각하는 이 순간이 예쁜 발을 만나는 순간보다 훨씬 설렌다. 나는 단색보다 반짝이는 펄이 들어간 색을 좋아한다. 손은 단정하지만 발은 조금 화려해도 좋다. 내 발은 곧 반짝반짝  빛을 내며 여기저기 바쁘게 다닐 것이다. 이번 여름에도 바쁘게 움직일 발에게 미리 고맙다. 튼튼한 두 발이 있어서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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