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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서 Jul 10. 2024

소속감을 느낀다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어디를 가든 자유롭게 책을 빌릴 수 있고 작업이 가능했으니 말이다. 내 생활반경을 벗어나 도서관을 가더라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잠시 도서관을 구경하고 눈에 보이는 책 1권을 꺼내서 가볍게 읽고 나오면 내가 그곳에 사는 사람인지 이방인인지 신경 쓰이지 않고 고민해 볼 필요도 없었기 때문에..     


1달에 3~4번 가는 청주. 아이 학교로 인해 자주 가지만 근처 도서관을 가는 일은 없었다. 도서관 구경을 해야지 했지만 남편이나 아들과 함께 가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일정이 만들어졌다. 나와 다르게 도서관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과 동행이기에.     


아이가 학교를 다닌 지 4개월, 처음으로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종합자료실에서 자유롭게 읽고 글도 쓰려고 했는데 분위기가 내가 가는 곳들과는 또 달랐다. 도서관은 비슷하지만 다른 각가의 분위기가 있다. 열람실로 옮겨서 작업을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도서관은 모두 예약제였다. 급하게 회원가입을 하려니 청주시민이 아니라 불가능!!

 

많은 빈자리 그냥 무턱대고 앉아서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내 성격상 그건 안된다. 큰 열람실이 만석이 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규모가 작지 않기에, 그런데 남의 것을 취한다는 생각에 걸음을 돌렸다. 또 작업을 하다가 혹시라도 무단사용이라는 주의를 받고 싶지도 않았다. 이런 성격을 딸이 닮았다. 남편도 비슷하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규칙을 어기는 행동을 나보다 더 싫어한다.      


플랜비, 사람이 언제나 다른 선택지를 가지진 못하지만 오늘은 확실한 선택지가 있다. 아이는 충북대에 특강을 들으러 갔다. 그래서 혹시라도 내가 시간을 보낼 곳이 마땅히 없다면 방통대 도서관을 이용하기로 했다. 지금 나는 2층 열람실에 앉아 이 글을 쓴다. 안타깝게도 종합자료실은 휴무다. 이건 몰랐다. 하지만 나는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니 책을 따로 찾지 않아도 괜찮다. 집에서 거리가 있어서 시험이나 출석수업에만 오는 곳이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친밀하게 다가왔다. 나도 대학생이구나! 소속이 있다는 건 이런 마음일까? 요즘 들어 대학생 혜택을 누린다. 도서관도, 오피스 프로그램도 내가 방통대생이라 이용이 가능하다. 학생 계정으로 ms프로그램에 가입해서 무료로 사용하고 있다.     


카페나 다른 곳에 갔어도 되지만 글 작업을 할 생각이라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이 도서관이었다. 사실 나는 스타벅스나 카페에서는 글을 잘 못쓴다. 눈이 나쁜 대신에 귀가 발달했나 보다. 음악도 너무 크고 주위의 대화에 귀가 열린다. 책을 보는 건 괜찮은데 무언가를 만들어 낼 때는 카페 특히 스벅은 작업실로 빵점이다. 많은 작가님들이나 학생들이 스벅에서 열심히 타이핑을 하는 걸 보면 나도 모르게 부러워진다. 내가 허용되는 정도는 도서관의 백색소음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집중하다 보면 그 소리는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시험도 끝나고 학기가 마무리될 때라 패드에 타이핑을 좀 해도 되겠지 했는데 작은 인원이지만 공부하는 분들이 있다. 가볍게 타자를 치다가 손으로 한 글자씩 펜으로 노트에 적는다.  디지털실이 있지만 들어가고 싶지는 않다. 혼자서 에어컨을 켜고 한 공간을 다 쓰기도 부담스럽다. 어쩌면 패드로 다른 정보만 찾게 될까 봐 먼저 내려놓았는지 모른다. 열람실에서 앉아 있는 중년의 학우들과 소속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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