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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서 Jul 09. 2024

어른이 되어 가는 아이를 볼 때

7시 나는 요거트에 블루베리, 견과류 등을 넣고 아이는 좋아하는 초코크로와상을 우유와 먹는다. 이른 시간에 아침을 함께 먹으니 기분이 새롭다. 오늘 우리가 같이 보낼 시간과 따로 있는 시간을 생각하면서 바쁜 아침 식사를 끝냈다.  

   

너는 강의를 듣고, 나는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오후에 약속된 시간에 만나기 전까지 개인의 시간에 충실하자. 지금도 각자 자리에서 애쓰는 우리, 주말 더 늦게까지 자고 싶고 놀고 싶겠지만 노력하는 것이 분명 밑거름이 되어준다고 믿는다. 흘러가는 하루를 잘 보내서 조금은 멋진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냥 맥락 없는 이 말도 나는 네가 좋은 사람, 괜찮은 어른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지치지 말고 하나씩 해보자.    

  

고등학교 진학 후에 생각처럼 안 되는 공부를 속상해하는 걸 보면서 더 많은 교육비를 쓰지 못하는 내가 미안하기도 했었다. 이번 기말고사 후에 공부의 방향성이 문제인 것 같다고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로 당장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말이 참 무겁게 느껴졌다.     


너에게 주지 못하는 방향성을 알려 줄 사람이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고 우리가 주는 교육비에 상응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려고 노력하면 찾을 수 있는데 아직은 조금 더 스스로 해보겠다는 말에 대견하고 짠해진다.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이야기하라고 말하며 시험 얘기는 그만 했었다.


나는 네가 조금 천천히 어른이 되면 했는데 벌써 너무 커버렸다. 처음에 집에 오는 날은 한가득이던 빨래, 세탁소 영수증이 이제는 거의 없어져 뿌듯하면서도 너무 빨리 품을 떠난 아기새라 짠하다. 다 컸다고 말하지만 아직도 어린아이 같다. 곧 더 멀리 나를 떠나 각자의 자리를 찾겠지. 이렇게 품을 떠난 아이는 다시 돌아오기가 싶지 않다고들 말하더라.


지금 이 글은 방향이 어디로 가는지, 펜을 들고 쓰다 보니 생각이 다음으로 꼬리를 문다. 그냥저냥 매일 쓰고 읽고 생각하고 그 끝에는 나보다 네가 있는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알 수 없는 모성이 생기고 더 끈끈해지고 다양하고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너와 내가 서로 같은 곳을 보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또 타인이라는 걸 나는 가끔 잊지 않으려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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