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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서 Feb 15. 2021

배추김치 어디까지 먹어 봤니?

나는 결혼 후 아이를 출산하고 전업주부로 지내면서 주변 지인들과 베이킹 모임을 했었다. 그중에서 특별히 빵이나 과자를 잘 만드는 언니가 있었다. 주부인 우리들은 돌아가면서 각자의 집이 베이킹 스튜디오가 되곤 했다.
 
나랑 같은 빌라에 사는 언니네에서 모임을 하던 날이 생각난다. 겉모양은 우리 집이랑 같은데 그 집은 컨츄리한 인테리어로 아예 달라 보였다. 그 당시 10년 전에 언니는 sm7을 타고 남편은 외제차를 탄 것으로 기억한다.
 
홈베이킹이 끝나고 점심을 준비하면서 언니는 김치를 썰고 나서 그 김치 머리를 본인 앞접시에 두었는지 김치 접시 한쪽에 두었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김치 꽁다리를 씹어 먹었다.
 
주변에서는 있는 사람이 더 한다고 하면서 웃고 언니도 웃으며 “내가 이래~ 아까워서..”라고 말하자 다른 이들은 “그냥 버려.. 그것까지 먹지 말고.” 했더니 언니는 “엄마가 고생해서 담가주신 거라 그냥 먹어.”
 
내가 얼마 전 김치찌개를 끓이면서 나도 모르게 김치 꽁다리를 가위로 쫑쫑 자르고 있었다. 남편은 그냥 먹어도 된다 했지만 나는 그동안 항상 버려왔던 부분이다. 이게 뭐지? 하면서 10년 전 그 언니 생각이 났었다.
 
지난겨울 나는 엄마를 도와 두 번째 김장을 했었다. 처음은 결혼하자마자 시댁에서 멋모르고 한번 해봤었다. 나의 김장 역사는 짧다. 손이 서툰 나지만 엄마는 잘한다며 칭찬을 해주시고 내 의견을 많이 인정해 줬다. 엄마는 일을 시킬 줄 아는 사람이다.
 
부모님이 텃밭에서 기른 무와 배추, 고춧가루 등 두 분이 직접 기르신 재료들로 나와 남편, 부모님 이렇게 4명이 김장을 했었다. 항상 만들어 주실 때는 몰랐다. 엄마 혼자 하기에는 많은 양이다. 조금씩 한다 해도 김치냉장고 하나를 가득 채울 양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엄마는 기본으로 조금 하고 부족하면 사 먹자 주의라 다른 집들처럼 많이 하지는 않는다. 나도 그냥 사 먹자 하면서도 주시는 김치를 매번 받아서 먹어왔다.
 
내가 김장을 하고 나니 배추김치를 대하는 나의 태도가 달라졌다. 김치 한 줄 기도 소중하다. 꽁지를 스스럼없이 버리던 내가 아주 조금만 잘라서 버렸고 그러다 그 꽁지를 찌개에 썰어 넣기까지.. 우습다.
 
사람들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그 가치를 모르는 것 같다.
 
나도 그동안 김치를 사 먹을 때는 별 대수롭지 않았던 꽁지 부분도 귀하게 다가왔다. 분명 돈을 주고 샀지만 귀한 줄을 몰랐다. 먹을 생각을 해보지도 않았다. 당연히 쓰레기라 생각했었다.
 
나는 직접 해본 김장이 크게 다가왔다. 텃밭에 야채를 기르는 부모님, 나와 함께 김장을 하는 부모님.. 저 김치는 나와 부모님의 시간이 담겨 있어서 더 귀하게 느껴진다. 조금씩 아껴서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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