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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서 Mar 05. 2021

아직도 동화책 읽는 엄마


우리 아이들은 올해 14살, 12살이다. 나는 그에 비해 젊은 엄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어린이집을 보내고 일을 했었다. 중간에 쉬기도 하고 일하며 살았다. 지금은 전업주부로 1년 넘게 집에 있다. 나름 글쓰기를 공부하지만 아직은 작가보다 그냥 엄마에 가깝다. 혼자 일하다 보니 한없이 늘어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 생각하고 구상하다 중요한 일을 놓치고 급한 일 그날그날 할 일에만 집중이다. 아직 남편의 부가세 신고도 밀어 두고 있다. 시작은 꼼꼼하게 해야 지었는데 검토만 하고 하지는 않았다. 1달이 연장되었지만 지금도 신고가 10일도 남지 않았다.     


언제부터 게을렀나 생각해 보니 원래 조금 게을렀던 것 같다. 그냥 살기에는 문제가 없는데 글을 쓰고 인터넷 세상으로 들어오니 나는 게으른 사람이다. 다들 너무 치열하게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의지가 불타올랐다 꺼졌다가 반복된다.     


오후 느즈막에  책을 펼치면 아들은 심심하다가 놀아 달라고 한다. 12살 아들하고 무얼 하고 놀아 주나 고민하다 침대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아이가 어릴 때 맘껏 못 놀아서 그런가 하는 생각을 했다. 10월생인 아이는 돌이 지나 그다음 해 봄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도 심심하다 하니 동화책을 가져오면 읽어 주기로 했다. 아이가 국어사전을 읽어 달라고 내밀더니 웃고, 옛이야기책을 다시 내민다. 몇 번씩 읽은 책 들인데도 재미있게 듣는다. 읽다 보니 나는 잠이 솔솔 오고 아이는 눈이 반짝반짝하다.      


미안함이 몰려왔다. 예전에는 왜 이렇게 해주지 못했을까? 친구들과 사회성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을 했을까? 철없이 어린 엄마다 보니 함께해 주는 법을 잘 몰랐다. 하루 종일 아이와 있는 것이 어색해서 아이와 동네에서 공동육아를 하고 그러다가는 어린이집을 보냈다.     


나는 특별한 일을 하지도 않았는데 너무 빨리 독립을 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두 아이 모두 비슷한 시기에 독립을 시켰지만 성향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엄마품을 더 찾는 둘째를 첫아이랑 같이 대하다 보니 더 칭얼거리는 아이로 지낸 걸 지금은 안다. 그때는 왜 몰랐는지..     


미리 알았다면 더 많이 안아주고 보듬어 주었을 텐데.. 더 버릇이 없을지 모른다는 남편의 말이 생각난다. 나는 똑같이 대하는데 둘째에게 더 관대하다는 남편의 의견이 항상 있었다.      


동화책을 읽어주는 몇 분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한다. 눈으로 책을 읽으면서 아이를 바라보고 머리를 쓰다듬고.. 내가 지금 4-5살 아이를 키우나 하는 착각이 들었다. 그렇게 3권을 읽어주니 아들은 방에서 나가면서 엄마 좀 쉬어요~잠자도 돼요. 한다.      


나는 그 잠시를 못 버텨 아이를 잡았었구나 생각이 든다. 내가 오늘도 다 큰 애가 왜 이러냐고 잔소리를 했다면 아이도 상처, 나도 상처였을 것이다.   

   

주변에서 이제는 아이들 다 커서 손 가지도 않고 특별히 할 일도 없겠다 편하겠다는 말들을 한다. 당신들도 한번 키워봐라. 정말 그런지.. 아이들은 크든 작든 엄마 손길이 필요하다. 80대 엄마가 60대 아들에게 차 조심해라. 밥 잘 챙겨 먹어라 하는 것처럼..     


20대에는 몰랐다. 어른이 된 나를 왜 아이처럼 대하는지 몰랐었다. 아이는 자라도 부모 눈에는 그저 아이인 것을 지금은 알 것 같다. 우리 부모님이 나를 바라보는 마음도 이것과 다르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가끔은 부모인 내가 우리 부모님께 투정을 부리는 것을 보면 나이를 먹어도 아이는 아이인 것이다.    

 

시간이 허락해 주는 요즘 아이가 아이답게 지낼 수 있게 마음을 가볍게 가져보기로 했다. 언제까지 엄마엄마 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힘이 드는 걸 숨길 수는 없지만 온 마음을 다해 두 아이를 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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