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만 하면 손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내 생각을 마음껏 쏟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글을 쓰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생각처럼 하고 싶은 이야기기가 많지 않고, 쓸 수 있는 것도 제한적이라는 걸 알았다. 무얼 쓸지 고민하고 있지만 내가 만든 틀에 갇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쓰는 속도도 느리고 쓰다가 멈춰 완성하지 못한 글들이 노트북에만 쌓여간다. 1편의 글을 완성하는 게 어렵다.
그럴 때면 옆에서 우리 이야기를 쓰라고 하는 남편, 본인이나 아이들, 거기에 교육 등 내 이야기를 쓰라고 한다. 그런데 누가 내 이야기가 궁금해할까 하다가 써볼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가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나 남편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느 정도 가능하겠다고 초안을 작성하다 멈추기도 하고.. 첫 책도 음식이랑 내 이야기였고 소소한 글인데 출간이 되었으니 가능할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고민이다.
속도가 느리다 느리다 해도 참 느리다. 두 번째 책이 한 번 엎어졌고 나는 잘 털고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나 스스로 비난하게 되고 글쓰기는 잠시 스치는 취미였던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이 길어졌다. 글쓰기도 재미없어졌다. 다른 재미있는 것들이 세상에 많다. 나는 요즘 타로를 공부하고 있다. 타로와 글쓰기는 다른 듯하지만 비슷한 점이 많다. 혼자 노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글을 혼자 쓰는 것처럼, 78장의 타로를 펼치고 그림과 내가 대화한다. 타로를 꼼지락 거리면서 글을 내려놓는다가 아닌 서두르지 말고 계속 써 나가면 된다는 걸 알았다. 나는 속도가 많이 느린 사람인데 한동안 빨리빨리 성과를 내려고 했던지라 조금 지쳤던 것 같다.
책이 목표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시간을 들인 걸 손에 잡고 결과물로 만나고 싶다. 긴 방황을 멈추자. 글쓰기 에세이는 조금 묵혀두자. 한 권을 낸 초보작가가 동기부여를 해주면 좋겠고 글쓰기 시작을 미루던 사람이 부담 없이 글을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반은 맞고 반은 아닌 것 같다. 내 욕심인 것도 인정.
글을 조금 더 쓰면서 경험을 쌓고서 써도 되지 않을까? 쓰고 싶은 글들을 하나씩 써내려 가보자. 마흔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면 어떨까? 생각했었다. 화려한 마흔보다 조용하고 단단하게 지나가는 마흔. 결혼이나 가족 결국 내 이야기다. 일상에세이를 또 한 편 찾아볼까? 이번에는 요리가 아닌 나의 배움이나 책 등 다양한 경험들을 써볼까? 고민이 많아진다. 나는 항상 무언가를 쓰고 만들어 가겠지만 고민이다.
내 이야기가 세상에 어떤 식으로 보일까도 생각해 본다. 첫 책보다는 많이 똘똘해지는 중이다. 책 한 권 내보는 게 소원이던 나는 소원을 이루고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첫 책의 도움으로 작은 강의를 한 두 번씩 해보면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건 강의보다 글을 쓰는 것 같다. 꼭 글쓰기 책을 내어야 글쓰기 수업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안다. 한때는 강의를 정말 너무하고 싶은데 방법을 몰랐다.
내가 쓴 글이 멀리멀리 흘러가서 아는 것들을 강의, 강연이라는 이름으로 나누고 싶다. 앞에서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확실하게 알아 버린 내 마음. 수업보다 모임에 더 마음이 간다. 그 안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이 즐겁다. 내가 오랫동안 모임을 소규모라도 운영할 수 있었던 이유 같다. 돈을 바라고 했더라면 못했을 일이다. 그냥 작은 회사라도 다니는 게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고 안정적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무엇이 마음에서 피어나기 시작했다.
가끔 나는 꿈을 찾는 아내라 미안하다. 남편은 조용히 응원한다. 무한정 투자는 아니라고 지금은 자신이 도울 수 있어 가능하지만 그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고 했다. 본인도 나이가 들고 계속 일할 수는 없다는 현실도 이야기한다. 대신 조급하지 말고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라고 했다. 다른 것보다 돈이 우선이라면 주식이나 부동산을 공부하라고도 했다. 매서 울 때는 참 매섭다. 대화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 콧물이 흐르기도 한다. 그러고 나는 조금 더 열심히 글을 쓰겠다 다짐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더 집중하기도 한다.
조금씩 돈도 벌지만 좋아하는 일이 시간이 쌓이면 지금보다 더 발전된 네가 있지 않겠냐는 그의 말이 맞다. 오늘도 노트북 앞에서 토닥토닥 글을 쓴다. 사실 나는 얼마 전부터 간단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늘 남편에 따르던 미안한 마음을 내려놓고 글을 쓰기 위해서 말이다. 내가 멈춘 글을 쓰는 방법은 마음의 부채를 내려놓는 것이다. 결과물 없는 소비만 있을 때 사람은 위축되고 무언가 낭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는 글도 어렵지만 남편도 어렵고 불편하기에 나는 나만의 방법을 찾았다.
[글 쓰는 마음]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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