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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연습장

내가 벌써 고등엄마라니.

시간이 너무 빠르다

by 오연서

나는 미니멀리스트를 꿈꾼다. 짐을 많이 줄였다 생각하지만 한편으론 아직 가득하다. 이미 많이 줄인 상태인 건 맞다. 몇 주전 안 쓰는 인주와 이별을 고했다.


아들의 고입 원서를 작성하는데 사인보다 도장이란다. 인주를 버린 게 생각나서 혼자 슬쩍 웃었다. 도장과 사인에서 고민하는 아이를 보며 도장 두 개를 꺼내 주면서 전 도장으로 찍고 싶다고 말하라 했다.


아이가 하교 후

"선생님이 사인도 된대."

"네가 도장으로 찍고 싶다며."

"맞아,ㅋㅋㅋ. 그런데 엄마 도장은 너무 화려한 것 같아. 꺼내는데 놀랐어!"

"화려하기 뭐가 화려해? 더 화려한 도정도 많은데.. 호랑이라 그런가? 원서는 잘 쓰고?"

"그냥, 우리 반은 대부분 가는 것 같아!"


아이가 방으로 들어가고 거실에 혼자 남은 나는 '모두 간다고?' '점수가 안되면 미리 다른 곳으로 정했나?' '엄마, 우리가 못 가면 학교도 비상이겠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 진학하기에는 정원이 있는데..


우리 지역은 평준화와 비평준화 고등학교로 나뉜다. 우리가 사는 지역은 평준화고로 내신 점수로 원서를 접수하면 대부분 합격으로 생각하게 된다. 지난해 까지는 타 지역이나 특성화고 진학으로 일반고 두 곳 다 정원 미달이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원서만 내면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아이가 입학하는 2026년, 현재 중3인원이 많아서 예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우리는 고민 끝에 원서를 접수했지만 중하위권에 있는 아이들이 가장 어렵다. 2학기에 선생님과 상담을 하면서도 확답은 못하겠다고 하셔서 점수를 보고 상담하기로 했는데 이슈가 없이 원서 접수가 끝난 것 보면 마음이 놓이면서도 불안하다.


우리처럼 비슷한 점수의 아이들이 지원을 한다면 결과는 어떨까? 고등학교는 본인의 점수에 맞혀서 한 곳만 지원하다 보니 어쩌면 더 어려운 것 같다. 사실 공부를 잘하면 이런 고민은 안 해도 되는데.. 둘째는 나에게 참 다양한 경험을 시키는 것 같다. 주변에서는 점수가 안되면 학교에서 원서 쓰기 전에 연락이 먼저 왔을 것이라고 하는데 발표전까지는 불안할 듯하다.


예전에 나는 입학을 원하는 학교에 가서 입학시험을 봤었다. 보통 안정지원을 하지만 그 입학시험에서 꼭 1~2명이 떨어졌던 것 같다. 그럼 그 아이는 지역을 벗어나 타 지역 미달인 학교로 갔었다. 시험 당일 나는 평소보다 시험을 더 잘 봤는데 입학하고 보니 성적이 쭉쭉 빠졌다. 그때부터 공부를 내려놓았는데, 공부해서 성적을 올린 생각보다 놀 궁리를 더 했다. 얼마 전 아들과 대화에서 잊고 있던 내 모습을 본 것 같아 당황했다. 이런 건 안 닮아도 되잖아.( 유전자의 신비로 해두자!)


아들, 고입은 시작이지 끝이 아니야. 이제 한 걸음 나아가는 거야. 공부를 더 할지 빠른 취업을 할지 그걸 대략 나눠 보는 시기라는 것만 알면 좋겠다. 너의 꿈이 계속 바뀌고 새로운 걸 알아 가면서 혼란스럽겠지만 이제는 하고 싶은 걸, 해야 하는 걸 찾아야 하는 순간이기도 해. 엄마가 걱정이 너무 많지.


마흔이 넘은 엄마도 아직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항상 고민하고 있어. 서두르지 않아도 네가 원하는 방향을 찾으면 좋겠어.


어린이집, 초등학교를 손잡고 다녔던 아이가 벌써 고등학생이 된다니 시간이 새삼 빠르다는 걸 느낀다. 고등학교는 손잡고 안 가겠지!

아들이랑 내 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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