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카드를 펼치면서 희망회로를 돌리지 말자 하지만, 사람이라 사심이 들어간다. 타로를 처음 공부할 때는 내 타로를 많이 봤다. 타로를 가르치는 강사들도 "내 타로 보려고 배운다"는 말을 흔히 한다. 타로의 피드백이 바로바로 가능하다는 것도 스스로 카드를 뽑는 장점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타로 상담이 익숙하지 않아 사소한 질문까지도 하나씩 카드를 뽑아봤다. 어느 정도 공부를 하다 보면 내 질문은 줄어들고 내담자의 상담을 주로 하게 된다. 타로를 점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심리상담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지만 타로로 상담하는 건 즐겁다.
78장의 카드를 펴고 고민을 생각하며 카드를 뽑고, 그림을 해석하며 답을 찾는다. 내담자와 같이 울고 웃으며 상담을 이어오고 있다. 여전히 어렵고 더 공부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이제는 스스로 타로 리더라 말할 수 있다. '마스터'라는 호칭은 아직 입에 올리기 어렵다. 마스터라면 전문가 그 이상의 무게가 담겨 있는 것 같아 아직은 조금 부담스럽다.
나는 상담할 때 긍정적인 방향을 중심에 두려고 한다. 말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쁜 걸 좋다고 말하는 엉터리는 아니다. 모든 카드는 긍정과 부정을 동시에 갖는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나쁜 에너지가 더 큰 카드도 있다고 생각한다. 데스나 타워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고, 월드카드는 78장 중 가장 좋은 카드로 바라보는 기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타로를 꾸준히 하면서 자점, 내 타로를 줄인 이유는 내가 나를 너무도 잘 안다는 것이다. 전체를 다 안다기보다 지금 상황과 계획을 아는 사람이 나이다 보니 객관적으로 읽기에 사심이 들어간다는 표현이 더 옳은 것 같다. 더불어 카드를 익히고 보니 나도 모르게 좋은 방향으로 해석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굳이 스스로 타로를 펼치지 않아도 함께 공부하는 다른 선생님들에게 상담을 요청하면서 내 타로를 보는 일이 자연스럽게 줄었다.
물론 자점을 본다. 가끔 예상하지 못하는 일이나 소소한 궁금증은 카드를 뽑아본다. 얼마 전 새로운 강의 의뢰에 오랜만에 내 타로를 펼쳐봤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봐야지 하면서 카드를 확인했다. 카드를 읽으면서도 왜? 이게 맞아? 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긍정의 기운이 많이 느껴지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반대의 카드가 나오면 몇 번 더 뽑아 보는 쓸모없는 짓을 스스로 한다.
타로카드를 맹신하지 말자. 타로는 미래를 단정 짓는 도구가 아니다. 지금의 마음과 상황을 비추어 보는 하나의 거울에 가깝다. 사심이 개입될수록 해석은 흐려지고, 기대가 커질수록 카드보다 자신의 바람을 더 크게 듣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로를 놓지 않는 이유는, 정답을 주어서가 아니라 질문을 더 분명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결국 선택하고 책임지는 것은 카드가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을 때, 타로는 가장 솔직한 대화 상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