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연습장

내 집이 되자 사고 싶은 것들이 늘어났다

by 오연서

미니멀을 생각하면서도 새로운 제품을 갖고 싶은 마음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요즘은 유난히 집안을 다시 꾸미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 집이 생겨서일까. 하나씩 바꾸고 싶고 새것으로 채워보고 싶다. 삶이 점점 편해지고 있다고들 말하지만 정말 그만큼 좋아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음식물처리기, 인덕션까지. 요즘은 마치 다 있어야 정상인 것처럼 이야기되지만 우리 집에는 없다. 주변을 둘러봐도 모든 걸 다 갖춘 집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한두 가지쯤은 있어도 전부 채운 집은 대부분 화면 속 이야기다. 필수품이라는 말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우리는 그 안에서 계속 고민한다.


설거지와 음식물 처리는 남편이 하겠다고 말해왔기에 구매는 늘 뒤로 미뤄졌다. 선풍기를 보러 갔다가 청소기까지 사게 될 줄은 몰랐다. @@로봇청소기를 사야지 생각했는데 남편이 다른 모델에 눈길을 주는 바람에 비싼 핸디형 청소기를 들고 나왔다. 나라면 로봇청소기를 먼저 사고, 핸디형은 저렴한 걸 골랐을 텐데. 청소는 주로 내가 하는 편이라 아쉽다.


인덕션 이야기를 꺼내면 남편은 가스가 더 빠르다며 고개를 젓는다. 인덕션을 지금처럼 많이 쓰기 전 잠시 사용해 본 적이 있다. 그때의 불편함이 꽤 또렷하게 남아 있다. 사람은 편했던 기억보다 불편했던 기억을 더 오래 붙잡고 있는데 남편도 그렇다.


남편은 집안일을 많이 돕는다. 몇 년 동안 음식물 쓰레기는 거의 그의 몫이었다. 요즘은 일이 바빠지면서 자연스럽게 내 쪽으로 넘어왔고 그제야 나는 장비의 힘을 떠올린다.


조금 더 편해지고 싶은 마음, 새것을 갖고 싶은 마음. 그게 솔직한 마음이다. 규모가 큰 물건의 구입에 앞서 상의가 필요한 소박한 나의 경제력에 작아진다.


내가 조금만 더 부지런하면 큰 문제는 없다. 꼭 지금 필요하다고 말하기엔 애매한 물건들이다. 미니멀을 지향하며 살림을 줄이고 있는 중이라 더 망설여진다. 휴롬과 자이글을 비우고, 전기포트도 떠나보냈다. 하나를 버리면 또 다른 것이 생각난다. 아직 잘 쓰고 있는 청소기와 가스쿡탑은 그냥 두기로 한다. 정말로 고장이 나거나 교체가 필요해질 때 하나씩 바꾸면 되지 않을까.


집안일 시간을 줄여 내 일에 집중하고 싶다는 말은 사실 변명에 가깝다. 나는 원래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은 아니다. 기계가 대신해 주면 여유가 생길 것 같지만 꼭 그렇다는 보장은 없다.


음식물처리기는 겨울이라 잠잠해졌을 뿐, 날이 따뜻해지면 다시 떠오를 고민이다. 일단은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한다. 쇼핑을 자주 하지 않는데도 가끔 이렇게 물욕이 차오른다. 집에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오랜만에 했다. 오래 살아온 집인데 내 집이 되니 괜히 더 손을 대고 싶어진다.


10년 공공임대 분양으로 두 번째 내 집이 생겼다. 큰 아이가 18살이 되기까지 집이 없던 시간이 길었다. 지금 집에 산 지는 벌써 6년째다. 처음 이 집에 왔을 때는 6층의 6호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저층의 사이드 집. 아이들이 어릴 때 1층에 살았지만 입주를 망설였다. 순번을 뒤로 미룰까 고민하다가 일단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들어왔는데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5년을 임대로 살고, 자가가 된 지는 두 달. 처음부터 내 집이었다면 어땠을까. 입주하면서 나는 분양을 생각하기 시작했고 남편은 혹시 모를 변수를 생각하며 못 하나, 문풍지 하나에도 조심스러워했다. 남편은 분양을 받고 나서 겨울을 대비해 문풍지를 붙였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욕심 없는 사람인 척 살지만 결국은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내 집이 생기니 조금 더 아끼고 싶고 조금 더 손대고 싶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급하게 채우지 않기로 했다. 꼭 필요한 것부터 하나씩 조금 더 살아보고 나서 결정하기로. 마음이 올라오면 잠시 기다려보고, 그래도 남아 있다면 그때 들이자고. 집은 아직 변할 수 있고 우리도 아직 변하는 중이다. 남편은 언젠가 주택에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 말이 아직은 꿈으로 남아 있다.


*이미지는 핀터레스트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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