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연습장

내가 즐겁게 몰입했던 경험이 있었나

by 오연서

나는 특별한 경험이 없다. 몰입했던 적을 생각하려고 해도 그저 비슷비슷한 하루였던 것 같다. 내가 재미없게 살아왔나 보다. 그냥 앞만 보고 지나갔다. 그 순간에 맞게..

그런 날 중에서도 즐거웠던 경험을 찾는다면 작년부터 글쓰기를 하자고 마음먹은 게 나의 작은 몰입이다. 평생 쓰기보다 읽거나 듣고 보던 내가 지금과는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

글쓰기에 온 힘을 다하지는 못했지만 작은 글들을 쓰면서 내가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다. 글의 힘은 말의 힘보다 강하다고 쓴다고 적어두면 써야 하고 읽는다고 쓰면 읽어야 했다.

나는 지금 어느 때보다 즐겁게 몰입하고 있다. 생각보다도 읽고 쓰고 그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지는 이런 느낌이 몰입이 아닐까?

언제나 빨리 지치고 중간에 멈추던 내가 지금은 꾸준하게 이 일들을 하고 있다. 아무 대가도 없지만 그저 묵묵히 한다. 하루 2-3시간 책 읽기와 글쓰기는 내가 모르던 세상으로 나를 데리고 왔다. 동경하던 세상 속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만나고 예상치 못한 선물(실물)도 받고.. 감사한 일이다. 내가 잠시 서성이다 멈추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기도 하고.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나간다. 나도 느낀다. 집에 혼자 있다면 이런 몰입의 시간들은 더 길어질 것 같다. 아쉽게도 중간에 밥 달라는 아이, 놀아달라는 아이가 있어서 엄마와 무명작가의 균형을 맞춰갈 수 있다. 나 자신에 몰입하면 슬퍼지는 사람들이 있어서 나는 오늘도 적당히 읽고 쓰는 내 시간을 가진다.

몰입이라는 말을 너무 어렵게 받아들인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봤다. 평범한 일상에서도 그 순간순간 몰입은 했을 텐데 말이다. 아이를 씻기는 그 시간에는 오롯이 목욕 놀이를 하는 아이에 집중하고, 청소를 하는 그 순간은 예상한 시간 안에서 집을 치우려 집중했다. 이유식을 만들 때는 책과 네이버를 열심히 찾아 좋은 음식을 아이게 먹여왔고. 평범해서 남들도 다 하니까 하는 생각이 하루하루를 그냥 보내왔다고 생각했었다.

여태까지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같은 날들이 내 몰입의 연속이고 즐거웠던 기억들이 된다. 글쓰기는 신기하다, 다시 생각을 정리하게 만들어 주고 잊고 있던 추억을 끌어올려 준다.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내 몰입의 순간들이 이렇게도 많이 있을 줄 나도 몰랐다. 거창하거나 화려하지 않아도 된다. 이 순간들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어 주고 버티게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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