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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서 Jan 22. 2021

달콤한 새벽

우연히 미라클모닝

아침형 인간이고 싶다.
많은 책들이 아침형 인간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새벽시간이 너 자신을 바꾸는 힘이 된다는 이야기가 많다.
지금은 아침 5시 16분.
이 시간에 깨어있기는 오랜만이다. 한동안 의무적으로 새벽 기상을 했지만 오늘은 우연하게 눈을 떴다. 잠이 들지 않는다.
새벽 기상을 그렇게 원할 때도 하지 못하던 몸을 가진 나다. 남편을 2시 30분~3시에 깨어 내보내야 하는 나의 미션이 실패다.
몇 번이나 깨웠지만 알았다는 남편이랑 나도 잠이 들었다. 불을 켜고 정신을 차렸다면 좋았을 텐데.. 깨웠지만 잠들었고 내보내지 못했다. 4시에 온 현장 전화에 둘 다 눈이 번쩍 떠지고 남편은 현장으로 나는 의도치 않게 새벽 기상을 했다.
처음에는 다시 자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현장에 도착했는지 확인만 하자는 마음이 생겨 잠이 오지 않았고 이리저리 몸을 뒤척였다. 자고 싶은데 잠이 깨는 걸 느낀다. 남편은 제시간에 도착한 거 같다. 늦은 듯했지만 특별히 다른 일이 생기지 않고 편안했다. 안심시키려는 연기인지 몰라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그대로 전화기를 내려놓고 잠을 다시 청해야 했다. 문득 스친 인스타그램은 나도 모르게 어제 못 누른 좋아요를 누른다. 평소에는 깨지도 않을 이 시간에 말이다.
새벽 글쓰기를 하자는 생각이 든다. 이왕 깨었다면 조금 다른 걸 하고 싶었다. 작은책반에서 했던 새벽 글쓰기를 혼자 해보기로 했다. 올빼미형인 나라 게릴라 글쓰기가 사실 어려웠다. 신기하게도 당일 아침이 되면 눈이 떠지는 경험을 했다. 새벽 상담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그 시간이 언제든 나는 준비를 하고 그 일을 하는 사람이다. 오늘도 의미 없이 누워서 뒹굴 수 있지만 나는 조금 달라지기로 했다. 목표 지향적 사람은 아니지만 목표가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게 나라는 사람인 거 같다.
새벽 기상을 다시 바라본다. 아무 의미 없이 일어나는 것에 집중했었다. 인증을 남기고 인터넷 기사를 보고 책을 읽었다. 무언가 생산적이지 않았다.
평소대로 하루를 시작하고 시간을 조금 당겼다 정도로 생각하니 마음이 가볍다. 글쓰기를 밤늦은 시간에 하다 보니 일정이 많아서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고 많이 지나쳤다. 오늘만 쉬자를 요새 자주 했다. 반성한다.
오늘 새벽 남편을 늦잠 재웠더니 나는 사람이 무엇으로 움직일 수 있는지 알았다. 내일 있거나 목표가 있다면 움직일 수 있다. 올빼미가 완벽한 아침형이 될 수는 없지만 조금 노력은 해야겠다.
나를 규정하는 것이 아닌 필요에 의해 유연해지고 싶다. 밤늦은 시간 쓰는 글과 새벽에 쓰는 글이 다르다. 지금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정리가 안되기도 하지만 우선 적는다. 적으면서 생각 정리를 해보기로 했다. 말을 아끼고 글을 늘리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아줌마 수다 본능이 살아서 꿈틀거린다.
무심코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키보드를 두드린다. 창밖은 어둡고 조용하다. 겨울이 되니 새벽에 일어나기는 더 쉽지 않다. 다시 새벽 기상을 하려고 했었다. 24시간이 부족한 듯했다. 여러 개의 알람을 맞추고 잠든다. 알람을 듣고도 깜깜한 밤이라는 생각에 알람을 끄고 다시 누워 아침까지 잤다. 오히려 더 피곤했다. 만약을 위한 다고 알람을 너무 많이 맞혀둔 거다.
딱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 새벽을 선물 받으려면 밤을 포기해야 했다. 둘 다 가질 수는 없는 것 같다.
어젯밤 11시 조금 넘어 잠들기 전에 잠시 2시 반까지 그냥 깨어 있자는 마음도 있었다. 평소 1시 이후에 잠을 잔다. 그 간극이 1시간이면 내가 조금 더 내일을 하면 될 것 같다는 단순한 마음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이 핑계로 새벽 시간을 써보자 했다. 완벽하진 않지만 오늘은 새벽 기상. 가끔 하는 1회 성이지만 달콤한 성공을 보여줘서 좋다.
아침이 주는 고요함은 이상하게 마음이 평화롭다. 그저 조용하고 아늑하다. 베란다 넘어 보이는 풍경도 한밤과는 다르게 말이다. 점점 새벽의 매력에 빠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따듯한 커피를 마시면서 키보드를 치고 한 번씩 창가를 바라보고 상상하던 나의 시간이다. 오늘도 이런 따듯한 마음을 가지게 한 남편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내 알람에, 깨움에 단번에 반응했다면 나는 비몽사몽 배웅을 하고 다시 깊은 잠에 빠졌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모든 것에 감사한다고 생각하니 감사할 일이 투성이고 기쁜 일이 계속된다. 변화한 것은 그저 나라는 사람의 생각뿐인데 말이다. 어둠을 내려놓고 밝음을 선택한 나에게 칭찬한다. 이제는 셀프 칭찬도 어색하지 않은 나에게 미소를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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