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좋아하세요?

김밥 좋아하세요?
 저는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예요.
 
어릴 적 소풍날 싸주던 엄마의 도시락이 할머니의 시장표 김밥 도시락으로 바뀌면서 김밥은 기쁨과 슬픔을 함께 주는 음식이 되었어요. 엄마가 돌돌 말아 참기름 발라 썰어 주는 김밥은 사랑과 정성을 덤으로 받는 느낌이 있었어요. 맞벌이로 바빠지시면서 할머니와 생활할 때는 소풍날 김밥이 싫어졌어요.
 
시장 김밥은 분명 맛있는데 어딘가 허전했지요. 그러다 친구가 싸온 유부초밥을 보고 다음에는 나도 싸가야지 생각하던 철없던 저는 할머니랑 장을 보고 소풍날같이 도시락을..
친구 꺼 먹어본 기억과 설명서를 참고해서요. 여태까지 먹은 유부초밥 중 속 재료가 가장 풍부했던 거 같아요. 손녀 기 안 죽이려고 할머니가 열심히 준비해 주셨어요.
 
몇 번 지난 후 다시 엄마가 도시락을 싸주셨던 거 같아요. imf로 할머니네 집과 우리 집을 합쳤어요. 특별한 거 없지만 엄마 김밥이 맛있다는 걸 알았어요. 시장 김밥은 사랑과 정성이 없었던 게 아닐까 생각돼요. 엄마는 힘들어도 항상 도시락을 정성껏 싸주신 것도 감사하게 기억되고요.
 
결혼 후 집에서 김밥을 자주 했어요. 이것저것 준비하는 것보다 간단하고 아이들 편식에도 도움이 된다 생각했어요. 이제는 알아요. 살짝 김밥에 집착하고 있었어요. 소풍날마다 엄마 도시락이 그리웠다는 걸~ 유부초밥에 소고기 안 넣고 플레이크만 넣어도 맛있다는 것도요. 어릴 때 엄마가 많이 못 싸주다 보니 지금 스스로 김밥을 싸고 있다는 걸요.
 
아이들 소풍날 아침마다 새벽에 일어나서 3-4가지 메뉴를 준비하던 것도 다 슬픈 내면 아이를 만났던 시간 같아요. 내가 슬펐던 감정이 올라와서 더 열심히 없는 솜씨로도 도시락을 만들었어요. 그 덕에 아이들은 남편과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고.. 저는 또 도시락을 열심히 준비하고요.
 
지금은 덤덤하지만 처음 내면 아이를 만났을 때는 눈물이 왜 그리 났는지..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상처였어요. 유독 집착하게 되거나 신경이 가는 것이 있다면 한 번 더 바라보는 마음이 생긴 것 같아요. 이제는 김밥을 먹어도 울컥하거나 슬퍼지지 않아요. 나를 감싸는 아픔이 어느 순간 사르르 녹아내려 마음이 편해졌어요.
 
좋아하는 음식이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에 남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언제나 맑고 밝을 수는 없는 게 우리가 사는 인생이다 생각해요.

달달한 날이 있으면 쓰고 매운 날도 있지요. 살아가는 재미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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