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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서 Dec 29. 2021

글쓰기도 벼락치기

봄부터 계속 쓰고 있습니다.

벼락치기를 하던 나는 40이 다 되어서 쓰는 책도 벼락치기를 한다.

봄부터 글을 겨울까지 쓰면서 벼락치기라면 이상하게 볼 것 같다.

지금 이 벼락치기는 12월 말까지 원고를 보내야 해서 마음이 급해졌다.


원고를 그저 고칠 때는 큰 틀만 보고 조금씩 보고 있었다.

가볍게 조사를 고치고 이 부분을 다시 써보자 하면서 느리게 한 걸음씩 다가갔다.

원고를 넘기자 한 날이 다가올수록 내 글을 지웠다 살렸다 하고 있다.

아마 지금 하는 작업이 1차 퇴고인 것 같다.

지난번 에디터님과 이야기할 때 퇴고는 3차까지 이야기를 하셨으니 예정대로면 아직 2번의 퇴고가 더 남았다.

그때 통화할 때 나는 1차 퇴고라 생각했는데 초고 작업이었다.

퇴고는 출판사와 작가가 함께 쓴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해서 마음이 조금 놓이기도 한다.


8월 계약을 하고 작상해둔 글을 바로 넘기고 다시 수정하여 11월 첫 주에 전체 원고를 넘겼다.

그리고 3주의 시간이 지나 피드백을 받았고 12월까지 퇴고본을 달라고 했다.


초보라 내 글에 자신이 없다. 읽고 고치고를 계속한다.

그렇게 오늘은 하루 종일 글과 씨름을 했다.

중간에 아이와 영어공부를 하고 책 읽기도 했다.

이걸 안 할 수는 없었다.

초5 아들이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게임과 유튜브를 하고 싶어 해서 약속으로 정한 1시간 30분은 지키고 싶었다.

실제로 이 시간보다 더 적지만 그래도 아이와 영어 공부를 하고 책을 같이 읽으면서 눈도 마주치고 이야기도 나눈다.

이번 주는 글쓰기와 아들의 공부시간만 존재하는 나의 스케줄 표가 참 무섭다.


수시로 노트북을 켜고 작업을 하는 나에게 "엄마 다른 날보다 왜 이리 열심히 해요?"

"끝나야 하는 날이 다가왔거든.."

멋쩍게 말을 했다.

아이들에게는 항상 미리 계획을 세우라 해놓고 나는 후다닥후다닥 최근에 가장 바쁘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서 민망하다.

한동안 그림을 그리던 딸이

 "원래 엄마 작가들은 마감에 민감해요. 저도 합작하면 마감 전날이 가장 바빴거든요."

다 그렇구나 생각하면서도 가슴은 답답했다.


일기 같아서 민망하던 글도 집중해서 계속 보니 나름 괜찮아 보이기 했다.

많이 고쳐서 처음의 느낌이 사라지고 본연의 내용이 생략되었다.

글은 다듬다 보니 간결해졌다.

넋두리를 다 빼고 명확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만 남기기도 쉽지는 않다.

그렇게 줄이다 보니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이거였나 다시 생각해본다.

그래서 마감일이 정해지나 보다.

우선은 마감을 늦지 않게 해 보자.

예전처럼 육필이 아닌 노트북이라 참 다행이다.

지금 내 노트북에는 날짜만 다른 같은 원고들이 여러 개 있다.

날짜가 가장 최근일수록 글은 짧고 간결하다.

아직도 고치고 다시 쓰고 있지만 말이다.

글쓰기는 나에게 참 힘든 작업인 것은 틀림없다.

이렇게 작아진 내 마음을 딸이 잡아준다.

"엄마, 앞으로 글도 계속 쓰고 책도 계속 나올 건데

조금 부담을 내려 두세요. 엄마가 쓴 글을 다른 사람들이 계속 읽어야 하잖아요. 그냥 초등학교 때 숙제 검사라고 생각하시면 되잖아요."


이 이야기를 듣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내 글을 책이 나오면 책으로 보겠다며 아직 읽어보지 아이 입에서 내가 그날 새로 쓴 부분과 비슷한 말을 했다.

  

오랜 나의 일기 같은 글이라 어떻게 느껴질지 궁금하다. 어서 완성을 하자! 부끄러움은 결국 나의 몫이다.

열심히 마무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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