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가 말을 걸다니
글을 쓰고 달라진 점은 나를 오픈하는 것이 예전처럼 두렵지 않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조금 더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사실 생각이 깊고 진중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읽고 쓰면서 예전의 나와는 달라졌다.
토요일, 일요일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예전에 나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쏴 붙인다. 요즘의 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말로 풀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속이 부글부글 기분은 어딘가 모르게 다운이다.
어렴풋이 짐작하는 것과 문장으로 내 귀에 들어오는 것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남편이 나를 많이 좋아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내가 남편을 더 좋아한다. 연애를 할 때는 그게 정말 싫었다. 그래서 많이 싸웠다.
서로 더 좋아한다면서..
나는 이제 잊고 있었다. 주변에서도 참 사랑받고 사는 것 같다. 남편이 자상하다는 말을 들으면서..
남편이 묻는다.
"내가 어디가 좋아? 나 많이 사랑해주고, 나도 많이 사랑해야겠다."
"이거 봐, 내가 더 좋아하는 것 맞네."
그냥 웃고 넘겨보자 했다. 말은 다시 담을 수 없다. 이상하게 기분이 별로다. 웃고 떠들지만 그렇다.
또 다음 날, 비슷한 대화가 오간다.
"내가 많이 사랑해야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보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랑 결혼해야지 했다"
순간 화가 치민다.
"그만해, 듣기 좋은 말도 한두 번이지. 나도 알아 안다고 내가 좋아해서 결혼하자 해서 했지. 여자는 자기를 좋아해 주는 남자랑 결혼해야 하는데.."
"내가 많이 사랑하잖아."
"그래 , 이러다 나도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늦게 나타나면 어떡해? 그럼 나는 거기로 가면 되나?"
말하면서 순간 눈물이 핑 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어디 나 말고 누가 있나?
"내가 자길 이제 사랑하잖아."
이런 눈치라고는 없는 인간아!!
그간 섭섭하던 순간들이 떠 오른다. 그런 거였다.
좋다고 매달리는 나이 어린 여자. 그래 받아주자.
사랑받고 사랑해주자. 프러포즈도 없었다.
기분이 계속 별로다.
티를 내지 않으려 하지만 어느 정도 느끼겠지.
"아빠는 엄마 좋아하지도 않아 그냥 하녀야."
"엄마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진짜야 아빠가 엄마 안 좋아한댔어."
"에이."
아이와 잠시 대화중 남편이 끼어든다.
생각을 계속한다.
저녁에는 독서모임이 있다.
필사한 부분을 읽어본다.
소로의 파트에 메모가 많다.
책 속에 답이 있다.
알았다.
거리를 두고 본다.
누가 더 사랑하면 어떠냐?!
내가 그냥 사랑하는데.
생각이 가지를 친다.
책을 넘겨본다. 이거군.
소로가 나에게 말은 건다.
철학이 나에게 말을 걸다니?!
독서모임 책이라 꾸역꾸역 읽으면서 버텼는데.
웃음이 난다.
p.134 세상을 거꾸로 뒤집으면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다.
소로는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것을 "마음 검사"로 여겼다.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눈에 있는 게 아니다.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마음 속에 있다. 자기 자신을 향상시키지 않고는 자신의 실력을 향상시킬 수 없다.
p.141,142아름다움은 인식 되는 곳에 있다.
너무 수동적으로 굴지 마. 아름다움이 안보이면 네가 만들어.
상상력을 이용하라고. 감각을 끌어올려봐.
p.143무엇이든 제대로 보려면 거리를 두어야 한다.
이 책을 안 읽었다면 부부싸움은 엄청나게
커졌을 꺼라 생각된다.
[소로처럼 보는 법]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말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또 책을 읽고 끝이 아닌 독서모임을 준비하면서
필사 노트를 보고 다시 마음을 다 독이게 된다.
많은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 한 가지라도
직접 해볼 수 있어야 한다는 걸 다시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