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연습장

남편의 내면 아이를 만나다.

갑자기 남편이 안쓰럽다

by 오연서


남편은 가끔 나와 아들을 좀 특이하게 본다. 나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남편이 못 마땅해하던 아이의 행동이 사실 남편의 내면 아이 아닐까?

본인은 경험하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했는데 나와 아이는 어느 정도 소통을 하고 있으니 화가 나고 짜증이 나는 것 같다. 아이를 키우느라 남편까지 돌아보지 못했다. 이제 아이가 조금 크고 난 후 옆에서 지켜보니 남편의 화는 본인의 감정이었던 것 같다. 무의식을 한계 지을 필요가 없는데 아이를 판단하고 혼자 생각하는 모습이 싫다. 나도 완벽하지 않은데 남편까지.. 키울 아이가 하나 더 늘었다. 남편은 강한 사람이라 받아들이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일련의 행동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상처받은 내면 아이가 문득 고개를 드는 것 같다.

나는 주로 음식을 할 때 아이들의 의견을 묻는다. 이왕이면 먹고 싶은 걸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주변에 지인들도 아이들 의견을 듣는다고 한다. 반면에 아빠들은 그냥 만들어 주면 아이들이 먹는다. 오히려 힘들게 의견을 듣냐고? 안 먹으면 안 먹는 대로 그냥 둬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단다. 보통의 남자들이 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지난번 아주버님이 어릴 때 민물생선 요리가 밥상에 올라오면 싫어서 라면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래, 형은 라면 끓여 먹었지.” 남편이 웃고 넘겼던 일이 떠오른다. 어린 아이던 남편도 라면이 먹고 싶었을 거다. 그런데 그냥 말하지 않고 밥을 먹은 거다. 본인은 선택 없이 주는 대로 먹던 기억이, 나와 아이들로 인해 불쑥 튀어나온 것 같다. 사실 나도 비린 것이나 해산물이 싫었기에 밥상에 올라오는 게 싫었다. 편식한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는 아이들과 메뉴를 고민하게 되었다.

남편을 생각하다 밤잠을 설쳤다. 잠이 제대로 안 왔다. 말다툼 후 혼자 코를 골면서 자는 모습에 더 분하다. 남편은 가끔 큰 아이에게 “착한 아이” 할 필요 없다고 이야기한다. 아이는 “아닌데요. 전 원래 이런데요.” 대답한다. 잠자는 남편을 바라보며 “착한 아이도 너였구나!” 생각이 든다. 받아본 것보다 더 많이 사랑을 주려니 상처받은 마음에 동요가 이는 것 같다. 나 챙기기 바빠서 옆에서 못 챙겨 주었다. 마음이 아프다. 오늘부터라도 상처받은 아이를 달래줘야겠다. 치유와 성장 이런 것에 관심이 없는 남편이라 조금 걱정이 된다. 15년을 살면서 남편은 항상 다 받아줘야 한다고 생각한 내가 부끄러워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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