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연서 Apr 04. 2022

남편에게 자전거를 배운다

"담배 피우러 가자."

남편은 애연가다.

아파트에서는 실내 금연이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외부 흡연 장소로 간다.

나는 한 번씩 따라 내려가 옆에서 수다도 떨고 그냥 같이 왔다 갔다 한다.

자전거를 들고 내려가는 남편을 보고 뭐지?

갑자기 자전거를 타는 남편, 나는 그냥 천천히 걷는다.

자전거를 타는 남편이 속도를 맞혀서 내 옆으로 온다.

"앉아봐."

"나 타라고 들고 온 거야?"

"웅, 안 넘어지니까 걱정하지 말고 타봐. 내가 꽉 잡고 있어."

"자전거 왜 들고 오나 했네. 알았어. 잘 잡아줘."

내가 자전거에 앉으니 남편은 오른손으로 옆구리를 잡고 왼손으로 핸들을 잡았다.

발을 구르지 않고 시선은 앞을 보고 핸들을 꽉 잡았다.

사실 이전에도 자전거를 배우다가 포기했다.

그때는 언성도 높아지고 치사해서 안 배운다 했는데 오늘 다시 자전거를 배운다.

"올해 내 목표는 자기가 자전거를 타는 거야."

"정말? 나도 올해는 자전거 배우기였는데.."

우리의 올해 목표가 같다. 말하지 않았는데 참 신기하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쉽게 배웠다. 그에 반해 나는 어렵다. 겁도 많고 몸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잡아주고 끌어주고 1시간을 탄 것 같다. 처음보다는 늘었지만 아직 자전거를 못 탄다. 손을 놓는 그 순간 나는 중심을 잃고 넘어진다. 이런 바보!!


사실 어릴 때 자전거를 탔다. 큰 두발은 배우 지를 못했다. 분명 마당에서 열심히 탄 기억이 난다.

그러다 초등학교 6학년, 중1쯤 친구네 집에 놀러 갔는데 나에게 자전거를 가르치겠다고 장담했다.

친구가 잘 탄다 하며 손을 놓는 순간 그대로 넘어졌다. 그 후로는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나는 그때 넘어진 이후로 자전거 타기가 더 두렵다. 손을 놓으면 넘어질 것 같은 공포가 있다.

남편이 "지금 자기 혼자 70% 이상은 하고 있어. 이제 손 놓을게."

어김없이 "어어" 하면 브레이크를 잡았다. 무의식이 손을 놓으면 너는 넘어져하는 것 같았다.

넘어지는 방법을 미리 남편이 알려줘서 예전처럼 꽈당 넘어지지는 않았다.


자전거를 가르쳐주지 않은 아빠가 밉다.

우리 아빠는 자전거도 잘 탔고 수영도 잘했다.

그와 반대로 나는 둘 다 못한다.

어른이 되고 수영을 배워 봤지만 물 공포증 있어 수영을 배우다 포기했다.

중간에 피부병이 걸리기도 했고 항상 포기가 많은 나다.




운전도 남편에게 배웠다. 면허를 따고 당시 남자 친구던 남편의 차를 처음 몰아봤다.

타이어를 터트렸다. 그렇게 나는 운전을 안 했다. 자신이 없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운전을 한다.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을 하다 보니 운전이 필수다.

엄마도 어렵지 않다고 했지만 나는 운전을 못했다. 필요를 못 느껴서 안 한 게 맞다.


바쁜 아침 아이들을 어린이 집에 보내고 출근하려면 운전을 꼭 해야 했다.

면허를 따고 긴 시간 장롱 면허였던 내가 다시 운전을 할 때도 남편은 옆에 있었다.

1주일 가까이 회사를 지각하면서 운전 연수를 해줬다. 실전에 바로 시작이었다. 아이 어린이집-연서 회사-남편회사 코스였다. 며칠 후는 남편회사-아이 어린이집-연서 회사로 코스가 바뀐다. 남편은 중고 마티즈를 사서 혼자 출근했다. 나는 두 아이를 등원시키고 출근을 한다. 우리 회사를 가는 길에 어린이집이 있었다.


지금은 혼자 운전이 자연스럽다. 처음에는 집 근처 마트를 가도 주차를 못해서 어쩔 줄 몰라하면 지나가던 분들이 훈수를 두거나 직접 주차를 해주는 날도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웃음이 난다.

오늘 배운 자전거도 얼마 후 익숙해질 것 같다.


남편이 "가볍게 해~ 그렇게 힘주지 말고."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가. 손도 아프네. 핸들을 너무 꽉 잡았나 봐."

남편과 열심히 자전거를 타서인지 어깨도 엉덩이도 아프다. 진지하게 배우려다 보니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갔다. "힘 빼고 가볍게 하세요" 하던 필라테스 선생님이 생각난다. 나는 항상 힘을 빼고 긴장을 풀고 있는 것 같은데 "긴장 푸세요. 힘 빼세요." 하시면서 옆에서 이야기했다.


자전거를 가르치던 남편이 참 친절하게 가르쳐 준날이다. 그냥 앉혀놓고 끌고 다녀주는 것 같아서 살짝 미안했다. 요즘 살이 너무 많이 찐 나로서는..


작가의 이전글 오늘 남편과 대화는 달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