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 저 드릴 말씀이 있어요.'
'여기서?' '아뇨, 다른곳에서요..'
그렇게 자리를 옮기고 해야 할 말이라면 백이면 백 사람들 있는 곳에선 꺼내기 어려운 말이라는 뜻이고, 대부분은 '퇴사하겠습니다.'일 것이다.
일반 기업과 공공기관 두 곳을 경험하고 느낀 바는 아무래도 공공기관에서의 퇴사는 조금 더 드물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퇴사하겠습니다.' 하는 것은 참을데로 참아서 더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뜻이고, '다른 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요.', '더 늦기 전에 공무원 시험에 한번 더 도전해 보려고요.', '육아랑 일을 병행하는게 생각보다 더 어렵네요' 등 여러 이유들이 있지만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는 것이 있다. 그 이면엔 대부분 사람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어려움이 증폭제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직장에서의 관계에는 동료와의 관계, 부하직원 또는 후임과의 관계, 고객과의 관계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풀기 어렵고 괴로운 것이 상사와의 관계이다. 특이 내가 직접 보좌해야 하는 직상급자와의 관계가 한번 틀어지면 직장은 더이상 직장이 아니라 전쟁터이자 지옥이 되어버리고 만다.
나는 조금 특이하게도 4년간 직상급자가 7번이나 바뀌는 경험을 하였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그것도 공공기관에서?? 아주 드문케이스이긴 한데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내가 하필 처음 발령난 곳이 새로 생기고 초기에 여러사업들을 정착시켜야 하는 곳이었고, 그래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정착시키면 다른 부로 바뀌어서 또다시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했고, 그러다 못 견디고 나가는 동료가 생기면 또다시 그 자리를 메우며 부이동만 세 번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고생고생하며 이젠 그 누가 긴 휴가를 떠나도 그 사람 몫까지 차질 없이 해낼 수 있을 정도로 부서 내 일들이 익숙해질 무렵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다.
그동안 내가 일터에서 직접 겪으며 느끼고 배운 리더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모든 상사에게서 배울 점은 반드시 있다.'
사람마다 함께 했을 때의 시너지가 다르기 때문에 누가 최악이다 최고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내가 지금 하려는 말은 지극히 내 입장에서 느낀 주관적인 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사람 보는 눈이란 크게 다르지 않을 때가 많다. 세월에 강산은 변해도 징하게 변하기 어려운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첫째, 좋은 상사는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잔소리를 안하는 사람이 좋다는 것이 아니다. 높은 자리로 가면 갈수록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말'이다. 여러 조직원들을 두루 돌아봐야 하는 자리이고, 사내 중요한 일들을 많이 듣고 결정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리더가 내뱉은 한마디는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누가 어떻다더라.' 하는 한마디로 평생 일 못하는 사람, 인성이 별로인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래서 좋은 리더는 속으로는 호불호가 있을지라도 겉으로 표현하는 것을 자제하고, 확실한 결과가 도출되기 전에는 섣불리 확신에 찬 말을 하지 않고, 부하직원의 잦은 실수에 열불이 날지라도 바로 입 밖으로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한 템포 감정을 식히고 이성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둘째, 좋은 상사는 개인적인 일을 회사까지 가져오지 않는다.
눈치가 아주 없지 않은 사람이 아닌이상 출근길 상사의 표정, 인사말 한마디로도 그날 상사의 기분을 예측할 수 있다. '아, 오늘은 기분이 안좋으시니 논란이 될 일은 점심식사 후나 내일 보고 하는 것이 좋겠다.' '다행이다. 오늘은 잘 넘어가겠군..' 평소 같았으면 쉽게 넘어갔을 일도 그날따라 유독 화를 내고 신경질적인 날에는 상사의 집에서 안좋은 일이 있었거나 연애사업이 잘 안됐거나 하는 등의 개인적인 사유일 때가 있다. 사람인지라 공과사가 확실해서 감정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해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본인의 사적인 일 때문에 부하직원들이 업무를 하면서 시시각각 상사의 감정을 살피고 눈치를 보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다.
마지막으로, 좋은 상사는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다.
좋은 상사 밑에는 자연스레 좋은 부하직원들이 따르는 법이고, 서로간의 합이 잘 맞으면 그게 바로 업무의 성과로도 나타난다. 서로의 성과는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그 성과는 본인 혼자만이 잘해서 나온 결과물이 아니고 서로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안다는 건 말은 쉽지만 냉혹한 사회에서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어떤 상사는 부하직원이 승진을 하자 고생했다, 축하한다는 말 대신 '승진했는데 모 쏠 거냐. 나는 고기가 좋겠다.' 하기도 하고, 반면에 어떤 상사는 짧지만 함께 일했던 부하직원이 다른 곳으로 발령나자 '그동안 고생했다.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와도 좋다'라며 발령난 부서로 축하화분을 보내주기도 한다. 주변사람 특히 자신의 부하직원에게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 부하직원의 성과는 곧 나의 성과(그럼 부하직원의 실수도 자신의 실수라 여겨야 공평하지 않겠는가), 부하직원이 만든 보고서는 즉 내가 잘 지시해서 나온 결과물이 아니라, 그 직원이 고생하며 노력한 시간들을 인정해줄 줄 아는 그런 상사가 되고 싶다.
'좋은 상사에게서는 나도 나중에 저런 상사가 되어야지를, 나쁜 상사에게서는 나는 나중에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