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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수민 Sep 01. 2023

3년간의 심리상담이 끝나고 한달 후...

3년간의 심리상담이 끝났다. 선생님의 상담은 정신분석을 선호하셨다. 매주에서 이주에 한번, 삼주에 한번, 마지막으로 한달에 한번 하고 상담은 끝이 났다. 마지막 상담후 약 한달이 지났다.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


심리상담은 그동안 종종 받았었지만, 나에게 맞는 선생님을 찾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번 상담선생님은 찰떡궁합같이 잘 맞았다. 정식 상담으로는 3번째지만 선생님은 자기가 행운이라며 좋은 내담자를 만났다고 하셨다. 그동안 받아왔던 경험이 있기에 상담을 진행하는데 수월했을 수도 있다고 하셨다. 나이도 들었지만 그래도 이번 상담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만함 상담이었다.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꿈도 못꿀, 생각도 못할 삶을 누리고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물리적인 상황이나 환경이 바뀐 건 아니지만 내가 변하니 세상이 변한 느낌이다. 세상을 바꾸려하지말고 왜 내 자신이 변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이번 상담을 받게된 계기는 섭식장애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당시 왜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계획적이고 건강하게 살아보겠다고 시간계획표를 분단위로 짜고, 음식도 클린식으로 먹고 영양분과 칼로리를 칼같이 계산하고 먹었다. 지키지 못할 너무 빡빡하고 무리한 계획으로 당연하게 지키지 못했고 그때마다 실패감과 좌절감, 자기무력감을 느끼기 일쑤였고, 자책도 많이 했다. 음식도 극단적으로 제한하다보니 이상식욕이 생겼다. 바로 폭식증이었다. 참았던 식욕은 한번에 터지고,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나 스스로가 제한해두었던 음식을 배가 불러도 꾸역꾸역 먹었다. 그러다가 너무 많이 먹은 탓에 살이 찔거라는 두려움으로 음식이 흡수되기 전에 토하면 살이 안찌지 않을까, 그럼 안먹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정말 말도안되는 이유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입에 손을 넣고 구토를 유도했다. 일명 ’먹토‘


먹토를 하고 후 나는 바로 깨달았다. 이건 정상적인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별로 좋지 않은 감정이었다. 매우 불쾌했다. 다시 반성하고 두번다시는 안할거라는 다짐을 했지만, 변함없는 빡빡한 계획과 극단적인 음식제한으로 또 폭식을 하고 먹토를 했다. 정신은 많이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지고,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 먹토를 하고 난 후 내 모습이 괴물처럼 느껴졌고 마지막으로 한번더 내가 먹토를 한다면 이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필요하다면 약이라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먹토를 하고 섭식장애에 대해서 검색을 해보았다. 나는 사회복지과를 전공하면서 심리학쪽도 공부했기에 심리학지식이 조금 있었다. 섭식장애는 단순 행동장애가 아닌 근본적으로 심리적문제가 내포하고 있음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검색을 해보니 이건 내면의 문제, 자기인식의 문제라는걸 더욱 명확히 알게되었다. 사실 이 문제가 아니더라도 전부터 심리쪽에 관심이 많았고 심리공부를 꾸준히 하고 심리상담을 받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다. 내 자신속 무의식적 문제와 미해결된 과제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고 나 자신을 이해하고 제대로 알고 싶었다. 가끔씩 올라오는 절제할수 없는 충동과 해결되지 않는 우울과 알 수 없는 슬픔, 계속되는 상처받고 상처주는 건강하지 못한 연애와 가족간의 불화와 인간관계의 어려움으로 앞으로 내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위해 먼저 내가 건강해져야겠다고 생각했기에 심리상담을 받고싶었다.


나는 세번째 먹토를 결국 하고 말았고 상담을 받겠다고 결정했다. 정신과상담에 대해 잘 몰라서 약간의 걱정과 염려가 있었지만 그것보다도 내 지금 상태가 너무 심각하다고 인지했고 세번째라면 이건 내 스스로 고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당시 상담쪽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상담선생님을 소개받아 상담을 받게되었다. 개인소개로 받아서 상담은 개인상담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정말 운좋게도 그 선생님이 회사와 5분거리에 있는 곳에서 상담을 하고 계셔서 정말 시간적으로 거리적으로 구애받지 않고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개인상담으로 진행하다보니 상담시간을 고정적으로 픽스할 수 없어 상담비도 선생님께서 정말 많이 저렴하게 해주셨다. 그래도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충분히 낼 각오를 했다. 내가 낼 수 있는 선 한에서 몇십이라도 들여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기에.. 섭식장애로 상담을 신청했지만 나는 그전에 공황장애도 겪고 있었다. 내과에서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아 먹고 있었는데 이 문제도 상담할때 함께 다루었다.


선생님과 첫 대면을 하고나서 선생님은 약을 안먹어도 될 것같다고 상담으로 충분히 케어가 가능할 것 같다고 하셔서 약은 안먹고 먹던 신경안정제도 끊고 그렇게 시작한 상담이 장장 3년이나 되었다. 어떻게보면 짧고 어떻게 보면 긴 시간이지만, 전체적으로 내 인생에 있어서 나 자신이 정말 많이 변하고 성숙하고 성장한 시간이었다. 섭식장애와 공황장애 모두 내 마음의 문제였다는걸 제대로 알게 되었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진정으로 자신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되니 모든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그리고 또 건강한 관계가 무엇인지 알게되었고 자기성찰과 자기분석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비로소 나자신으로서의 소신있게 인생을 사는 법과 삶을 살아가는 지혜까지 많이 배웠다. 나 자신을 제대로 알게되니 어느순간에서도 여유를 가지게되었고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도 생겼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서 심리상담을 했지만 결국 나자신과의 관계를 위한 것이었고 나 자신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제는 무리한 계획도 극단적인 식단도 하지 않는다. 지금 이순간에 집중하고 즐기며 지금 여기 존재함과 내 존재자체에 감사하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하고 있다. 잠깐의 여유를 즐기며 건강한 식단을 추구하되 음식에 제한을 두지 않고 먹고싶은 음식이 있디면 맛있게 먹고 친구들과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감당할 만큼의 계획을 세우고 계획이 틀어지더라도 탓하지 않고 생각지 못한 순간도 새롭게 경험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그 순간도 소중히 생각하려고 하고 있다. 그래도 어느정도 계획이 틀어지면 스트레스를 받기는 한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걸 몸소 경험하는중..)


3년간의 짧고도 긴, 길고도 짧은 심리상담이 끝나고 한달 후에 쓴 글이다. 지금 시점으로는 3개월 전의 감정상태이다.  상담이 끝난 후 4개월 후 지금의 내 감정은.. 이어서 써봐야지.


https://brunch.co.kr/@tamiym/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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