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기를 선택하기
사람 마음이 바뀔 수 있다는 건 안다. 좋아하던 게 싫어질 때도 있고 싫어하던 게 좋아질 때도 있고, 그럴 수 있다는 거, 사람이라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거 잘 안다. 알면서도 마음이 참 그렇지 않았다. 소중하게 생각했던 만큼, 진심으로 다 했던 만큼이나 허탈감이 찾아왔다. 진심이 아니었었나? 나에게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글을 남기고 있노라면 많이 노력했고 마음을 많이 담았었나 보다. 소중하고 진심을 다했던 마음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아무렇지 않게 내팽개쳐지는 순간에 너무 당황스럽고 원망스러웠지만 이내 곧 슬픔이 되었고 착잡하다가 그리고 뒤늦게야 허탈감이 깊게 찾아왔다.
나에 대한, 그리고 너에 대한 확신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게 되니 허탈했고, 또 잘못 선택할 수도, 마음과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니 먹먹해졌다. 섣부르게 결정한 건 아닐까, 행복할 때 약속하지 말라는데 너무 행복할 때 약속한 건 아닐까 돌아보기도 하고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고 격지 않으면 모른다고 합리화하기도 했다.
신중을 다해서 결정 난 일도 마음처럼 되지 않을 수도 있는 걸 안다. 괜찮을 거라고, 이 정도면 괜찮지라고 애써 괜찮지 않은 모습들을 피하다 보니 나 스스로를 잃어버리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마음도 잃어버려진 것 같다. 깨어지고 부서진 마음을 끌어안는 건 쉽지 않았고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건지,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 아직도 나는 잘 모르겠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깨어지고 부서진 마음으로 나는 여기저기 할퀴고 긁히고 피가 나고 상처가 생겼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일상을 살아가며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애써 이겨내려고 할수록 더욱 마음도 상황도 안 좋아졌다.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 속에 숨이 막혔다. 아무 고민 없이 웃고 지내던 때가 그리웠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래도 감사한 건 그 와중에 함께해 주는 친구들과 가족들과 사람들이 있다는 것.
결심하는 법을, 그 결심을 지켜내는 법을, 버티는 법을 조금 배운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한해서 충분히 바꿀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관계를 행복하게 끌어갈지 불행하게 끌어갈지는 내 마음에 달려있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고 글을 이어서 쓰려고 보니 어느덧 많은 새로운 추억들이 쌓여가고 있었고 내게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고 있었다. 관계를 행복하게 끌어갈지 불행하게 끌어갈지는 내 마음에 달려있지 않았다. 관계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관계는 한 명이 손을 놓으면 끊어진다. 관계는 너와 내가 함께하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혼자 노력하고 애쓰고 기다린다고 관계가 좋아지지 않았다. 나의 노력과 애씀이 상대방에게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니 관계에 있어서 많은 회의감이 들었다. 뒤늦게 찾아온 허탈감을 이제야 제대로 알게 된 것 같다. 서로가 없던 텅 빈 관계였던 것 같다. 그렇기에 어떤 신중이나 진심을 다한 마음도, 확신도 의미가 없었던 것 같다. 관계란 내 마음대로 결정하고 끌어가는 게 아니다.
너와 내가 같이 손을 잡고 발을 맞추어 가는 것,
내 걸음이 빨라 혹여 네가 버겁지 않을까,
너의 시간과 속도를 기다려주고,
너도 나의 시간과 속도를 기다려 주는 것.
그런 시간을 함께 쌓아가며
서로에게 의미가 되어가는 것.
내가 너의 손을 잡고 있듯이
너도 나의 손을 잡고 있다는 걸 아는 것.
함께 마음을 나누고 있다는 것 자체로
감사히 여기는 것.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건 우주와 우주가 만나는 일이라고, 또 사람과 사람이 만나 또 다른 우주를 함께 만들어가는 일인 것 같다. 그렇기에 나를 완전히 내려놓고 너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 관계란 그런 것이었다. 어떤 목적이 아닌, 바라는 마음도 없이 그저 사랑하고 사랑을 나누는 게 전부인 것 같다. 목적이 있다면 네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일까, 그 자체로 너의 행복이 내 행복이 되게 목적이라면 그것이 목적이겠고 바라는 것이겠다.
참 많은 아픈 시간과 상처로 많이 물들기도 했지만 여전히 나는 처음 사랑한 것처럼 어떤 편견도 없이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사랑을 할 것 같다. 관계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기에 나의 슬픈 시간들로 인해 함께하는 관계를 슬프게 하고 싶진 않다. 진심과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순간이 쌓여 작은 흠도 아무렇지 않은 듯 메꿀 수 있을 거라는 걸 안다. 그리고 항상 늘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묵묵히 사랑을 해주었던 나의 소중한 사람들처럼 그렇게 사랑할 것이고 또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