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야구’와 ‘불꽃야구’ 논란이 드러낸 창작자 권리의 공백
2025년 상반기, 한국 콘텐츠 산업을 관통한 한 사건이 있다. JTBC 예능 <최강야구>와 장시원 PD가 이끄는 독립 제작사 스튜디오 C1 간의 갈등. 그 시작은 계약과 편성, 분쟁의 언어로 출발했지만, 결국 그 끝에는 하나의 질문이 남았다. “콘텐츠의 주인은 누구인가.”.
<최강야구>는 은퇴한 야구 선수들과 감독들이 다시 한 번 그라운드에 서는 과정을 다룬 예능이다. 프로야구의 현실과 감정을 예능으로 풀어낸 기획은 신선했고, 시청자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그 중심에는 외주 제작사 스튜디오 C1과 장시원 PD가 있었다.
그러나 시즌3 종료 이후, JTBC는 장 PD와 결별했고, 공식적으로는 제작비 과다 청구 및 지적재산권(IP) 침해가 이유로 제시되었다. 장 PD는 별다른 공방 없이 독자적인 콘텐츠 <불꽃야구>를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고, 기존의 감독과 선수진, 팬들의 다수가 함께 이동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이탈로 설명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채널은 바뀌었지만,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 중심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단순한 방송 분쟁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단순한 소유권 분쟁을 넘어 콘텐츠 제작 주체에 대한 정의와 권리 인식의 충돌로 읽혀야 한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결국 '지적재산권'이다. JTBC는 <최강야구>의 명칭과 포맷을 자사 소유로 보고 있으며, <불꽃야구>가 이를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방송사 중심의 전통적 산업 구조에서는 익숙한 흐름이다. 기획과 연출, 캐스팅까지 모두 창작자가 주도하더라도, 법적으로는 그 권리가 방송사에 귀속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사례와 비교해보면, 그 격차는 더 분명해진다. 넷플릭스나 HBO 등은 '쇼러너(Showrunner)' 중심 구조를 통해 기획자에게 실질적인 권한과 일부 소유권을 인정한다. 쇼러너는 단순한 연출자가 아니라, 한 프로젝트의 창의적 총책임자로 법적·계약적 권한을 부여받는다.
반면 한국에서는 창작자는 계약서상의 '용역자'일 뿐이다. 그들이 만든 콘텐츠가 법적으로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되는 아이러니, 이 사건은 그것을 다시 드러낸 셈이다. 이런 구조는 창작자에게 법적 보호망이 부재함을 드러낼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콘텐츠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약화시킨다. 콘텐츠는 누가 투자했는가 이전에, 누가 만들었는가에 기반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불꽃야구>는 방송사 없이도 시작되었다. 감독과 선수, 그리고 팬들도 함께였다. 그 첫 방송은 유튜브에서 하루 만에 13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시청자들이 누구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는 분명했다.
플랫폼이 바뀌어도 콘텐츠의 본질은 유지될 수 있다. 사람들이 소비하는 것은 방송사의 브랜드가 아니라, 창작자가 설계한 감정, 관계, 이야기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이 흐름은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최근 몇 년 사이 쌓여 온 팬덤 기반 콘텐츠 소비 패턴과 맞닿아 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확산되는 흐름 속에서, 시청자는 더 이상 콘텐츠를 '어디서' 보느냐보다, '누가' 만들었는지를 더 중시하게 되었다.
장시원 PD의 사례는 개별적 사건이 아니다. 이는 구조적으로 반복되어 온 창작자 권리 부재의 또 다른 증례다. 기획자, 작가, 연출자 등 실질적 창작 주체들이 콘텐츠 산업을 이끌어 왔지만, 그들의 법적 권리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이제는 몇 가지 구조적인 개선이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다.
공동저작권 개념 확대: 실질적 기여자에게도 공동 소유권이 부여될 수 있도록 제도화
포맷 저작물 보호 장치 마련: 예능·다큐 포맷도 창작물로 등록해 보호할 수 있는 체계 구축
표준계약서 개정: 창작자의 권리와 귀속 조건을 명확히 기재하는 계약 구조 설계
콘텐츠 분쟁 조정 기구 설립: 플랫폼과 창작자 사이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제3의 시스템 마련
법과 제도가 창작자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누가 만들었는가’를 정확히 말할 수 없는 콘텐츠를 소비하게 될 것이다.
<불꽃야구>는 하나의 프로그램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하나의 질문이기도 했다. 콘텐츠를 만든 사람은 누구이며, 그들이 만든 콘텐츠의 주인은 누구인가. 플랫폼 중심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앞으로는 기획자, 창작자, 연출자가 산업을 이끌어가는 구조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권리와 제도 역시, 이제는 따라와야 한다.
콘텐츠의 주인은 콘텐츠를 만든 사람이어야 한다. 창작자의 권리가 보호받는 것이 ‘이례적’이 아닌, ‘표준’이 되어야 한다.
by. Tam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