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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erine Sep 27. 2023

딸의 불행은 엄마의 망신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왕따 당한 딸이 창피하다

초등학교 5학년때 해외에서 살다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반에서 왕따를 당했다. 영어를 잘한다고 선생님이 영어 수업 발표를 매주 시켰었는데, 그 꼴이 잘난척하는 것 같아 재수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왕따를 주도하던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는 어느 날 나를 괴롭히다가 복도에서 내 머리채를 잡고 내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나는 울면서 집으로와 헹거 뒤에 쭈그리고 앉아 엉엉 울었다. 우리 집은 엄마 아빠가 맞벌이를 해서 늦은 시간까지 늘 비어 있었기 때문에, 중학생인 언니가 학원에 갔다가 집에 돌아와 헹거 뒤에서 잠든 나를 발견했다. 언니가 나를 깨우자마자 나는 울면서 학교에서 맞았다고 얘기했다. 언니는 나를 안아주며 달래줬다. 그 애들을 자기가 더더 아프게 때릴 거라고 죽여버릴 거라고 했다. 


나를 위로해 주던 이 언니는 훗날 새끼 나르시시스트가 되어 나에게 폭언을 하고 나를 그 누구보다 더 아프게 때리는 사람이 된다.



퇴근한 엄마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말했다. 엄마는 얘기를 듣더니 너는 그럼 맞고만 있었어?라고 했다.


내가 그랬다고 하니, 엄마는 분노하며 "너도 반격을 했어야지! 가만히 있으면서 뭐 했어!"라고 소리 질렀다. 그러면서 "너도 때려야지!" 등신처럼 맞고만 있었냐고 나를 다그쳤다. 엄마는 날 왕따한 애들도 나쁘지만, 착하게만 대응하는 내가 문제라고 했다. 나는 내가 맞고 왔는데, 왜 나한테 뭐라고 하냐고 엄마한테 울면서 따졌다.


나는 울면서 "나는 어떻게 때리는지 몰라! 사람을 어떻게 때려! 한 번도 때려본 적 없다고!!!"라고 말했다.  

내가 계속 울자, 엄마는 방에 가서 베개 가져와!라고 했다. 울면서 베개를 가져온 나에게 엄마는 주먹으로 그리고 손을 핀 상태로 베개를 때려 보라고 했다. 내가 울면서 못 때리겠다고 하자 엄마는 내 손을 잡고서는 베개를 수차례 때리게 했다. 내가 하기 싫다고 손을 뺀 순간,  



짝-! 


엄마가 내 뺨을 때렸다. 볼이 얼얼했다. 


"이렇게 때리라고!" 엄마가 소리 질렀다.


그 당시 나는 너무 충격을 받아서 멍한 표정으로 엄마와 언니를 한동안 번갈아서 쳐다봤다.  


엄마는 비웃으면서 언니한테 말했다. "얘 표정 좀 봐, 내가 이렇게  때렸는데도 바보처럼 멀뚱멀뚱 쳐다보는 거 좀 봐" (사실 너무 큰 충격이어서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안 나지만 바보등신같이 맞고도 화도 안 낸다 뭐 그런 내용의 말을 했었던 것 같다).


나는 그때 충격을 받았고, 나를 비웃으며 언니를 보고 웃는 엄마가 진심으로 무서웠다. 언니는 엄마한테 왜 애한테 뭐라고 하냐고 했던 것 같다.


엄마는 언니한테 짜증 내면서


"시끄러워! 얘는 애가 너무 물러터졌어!"라고 하더니 날 쳐다보다가

"이렇게 때리라고! 이렇게!"라고 말하며 내 손을 잡고서는 베개에 마구 휘둘렀다.


그렇게 다른 친구들을 때리는 방법에 대해 몇 분을 강의한 다음, 엄마는 나를 안아주며 "너를 강하게 키우려고 그러는 거야. 알지? 그래서 엄마가 뺨 때린 거야"라고 했다. 정말 말도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자녀를 강하게 키우려고 학교 폭력을 당하고 온 딸을 때리고, 그 아이에게 어떻게 싸우는지 알려 줬다고?


내 엄마는 그냥 맞고만 온 내가 화가 났을 뿐이다. 자녀가 맞고 왔다면, 얼마나 아팠을지 속상해 하며 자녀를 위로해 주고 이야기를 들은 후, 해결 방안을 같이 고민하고 조언해 주며 이 아픔을 어떻게 극복할지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이 오히려 자녀를 강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




엄마는 나한테  "오늘 엄마한테 맞은걸 절대 잊지 마"라고 말하며 "앞으로 누가 널 때리면 너도 이렇게 때리는 거야 알겠지?"라고 했다.

엄마는 날 때린 게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오늘 엄마한테 맞은 걸 절대 잊지 말라는 엄마의 말대로, 난 이날의 일을 잊지 않았다. 그때의 감정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내가 밖에서 친구한테 맞고 온 날, 내 엄마는 맞고 온 내가 바보 같고 등신 같다는 말을 하며 나를 때렸다.


나는 이날 이후로 학교에서 친구들한테 괴롭힘을 당하거나 맞으면 엄마에게 말을 안 했다. 그날 이후로 엄마가 왜 그랬을지 정말 이해가 안 갔다. 과연 내 친엄마가 맞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엄마에 대한 의구심이 이때 처음 들었다.


나중에 책에서 아래 문장을 읽고 나는 깨달았다.  

내 엄마는 나르시시스트 구나. 그래서 그랬었구나 하고.     



딸이 실패나 좌절을 겪으면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딸을 위로해 주거나 응원해 주지 않는다. 마음 아파할 딸을 걱정하는 대신 딸이 실패해서 본인이 망신을 당했다며 분노한다. 딸에게 뒤이어 찾아오는 건 엄마의 폭언과 원망이다.
- 썸머, 『나는 왜 엄마가 힘들까』, 책과이음, (2020), p38.      




나는 엄마가 나를 지켜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슬픈 일이 있거나, 무언가 걱정이 있어서 엄마에게 말하면 엄마는 날 위로해주지 않고 가뜩이나 바쁘고 힘든데 내가 자신을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물론 내가 어떤 문제가 있다고 고민을 말하면 엄마는 해결책을 제시해 주거나, 금전적인 지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항상 문제 해결의 방식은 나르 엄마가 원하는 방식대로 처리했고, 엄마 맘에 드는 결과로 이어져야만 만족했다. 그 과정에서 내 기분이 어떤지, 내가 어떤 걸 원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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