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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erine Dec 21. 2023

같은 팀 남자 동료가 궁금해졌다

골 때리는 카톡 프로필 뮤직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금요일 오후 소개팅을 하고 집에 돌아왔다.


씻고 나오니 소개팅 남에게 카톡이 와있었다.

<잘 들어가셨나요? 오늘 너무 즐거웠어요 내일 혹시 친구들이랑 약속 끝나고 카페 가실래요? 성수동에 제가 아는 예쁜 카페가 있는데 거기 스콘이 진짜 맛있어요. 시간 괜찮으시면...>


소개팅 남은 내가 꽤 맘에 든 눈치였다. 밥을 먹고 카페를 가자길래 싫다고 하고 내가 아는 바에 가서 위스키도 몇 잔 했다. 헤어지기 전 내일은 뭘 하시냐고 물어본 게 아마 나랑 주말에도 만날 생각이었나 보다.


“아 제가 주말에는 친구들이랑 약속이 있어서요.”

헤어질 때 카카오 택시를 부르면서 이렇게 말했었는데 소개팅남은 내 말의 의미를 이해 못 한 것 같았다.


한숨이 나왔다. 난 카페는 별로라고 했건만. 주말에는 좀 쉬자.


예전 같으면 소개팅 남의 애프터 연락을 받고, 예쁜 카페도 가보고 디저트도 먹어볼까 하는 마음에 나갔을 거다. 어디서 여자들은 달달하고 귀여운 디저트가 있는 카페에 가면 좋아한다고 교육이라도 받았는지 소개팅에 나온 남자들이 가자고 하는 카페들에 질려버려서 나는 애프터를 거절했다.


소개팅 더 하다가는 당뇨 걸리겠다 진짜.


거의 대부분의 소개팅 남들은 인스타그램에 사진 찍어서 올리기 좋은 카페나 식당으로 나를 안내했다. 그런 곳들은 하나같이 웨이팅이 길거나, 예약을 했을 경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기가 빨리고, 벌서면서 음료를 마시는 것 같이 테이블이 의자보다도 낮아서 상체를 숙이고 커피를 마셔야 해서 목 디스크와 역류성 식도염에 걸리기 딱 좋은 곳들이었다.


편하게 소개팅 하고 싶어서 언제부턴가 소개팅이 잡히면 내가 식당 예약을 했다. 근데 이것도 한두 번이지.


소개팅을 주선해 준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별로였어?”


“아, 좀 웨이팅 안 하고 조용한 곳에서 데이트하고 싶은데 다들 왜 이렇게 핫한 곳에서 만나려고 하냐. 기 빨려.”


친구는 내가 이렇게 불평을 하자 원래 소개팅은 그런 거라고 했다. “그럼 너가 데이트 코스를 짜.”


에이. 소개팅할 때 남자가 어떤 식당을 예약하는지, 술 한잔 하자고 했을때 어떤 주종을 선택하는지 등등을 통해 그 남자의 취향과 특징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유추할 수 있는데.


주선자에게 오늘 소개팅은 재밌었지만 소개팅 남과 또 볼일은 없을 거라고 하자 한숨을 쉬며 회사에서 사람을 찾아보라고 했다.


“회사에 괜찮은 사람 없어?”

“아 무슨 사내연애냐. 없어 없어. 안돼 싫어 그게 더 기 빨려.”

“야 가까이에서 찾아봐. 멀리 보지 말고.”


그 당시 재택근무를 했기 때문에 나는 회사 사람들이랑 마주칠 일도 잘 없었다. 그나마 회사에 자주 나오는 직원들은 전부 내 취향이 아니었다.


친구와 전화를 끊고 카톡을 열었다. 회사 사람이라...


위스키를 한잔 홀짝이면서 카톡을 뒤적거렸다. 카톡 친구 목록을 내려보다가 같은 팀 남자 팀원 카톡 프사를 눌렀다.


이직한 지 3개월이 지난 시기였지만 나보다 연차가 6년이나많은 같은 팀 팀원인 이 남자에 대해 나는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아, 팀장님이 이 사람도 연애를 하지 않고 있다고 했었다. 회사가 재택근무를 한다고, 이 팀원은 정말 회사에 코빼기도 비치지 않아서 화상미팅으로 목소리만 가끔 들었었다.


이 사람이 아주 가끔 출근을 해서 단체 미팅 때 마스크를 쓴 얼굴을 몇번 본 적은 있었다. 나와 서로 업무가 겹치는게 없었으니 메신저로도 업무상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고, 재택으로 일만 하면 되기 때문에 사적인 대화를 나눌 일도 없었다.


동료 카톡 프로필에 사진이 몇 장 있길래 하나하나 슥슥 넘겨봤다.

골프를 하나 보네. 요즘 골프 많이들 하던데.


고양이를 키우나 봐. 정말 귀엽다. 두 마리를 키우나 보네. 나도 고양이 두 마리 키우는데.


농구를 좋아하나 보네. 나돈데.


응? 바이올린을 해? 바이올린을?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진이 있었다.


나는 예전에 바이올린을 전공해서 예중에 다녔었다. 그래서 그런지 늘 악기를 다루는 사람에게는 더 호감이 갔다.


오호, 이 남자 뭐지?

갑자기 신이 났다.


사진을 보니 얼굴도 귀엽게 생긴 것 같았다.


이 남자의 음악 취향은 어떤지 궁금해서 카카오톡 프로필 뮤직을 확인했다.


이 음악은 아직도 남편 프로필 뮤직이다.

뭐야. 이 이상한 제목은.


프로필 노래를 눌렀다.

골 때리는 음과 더 골 때리는 가사에 웃음이 터졌다.


뭐야, 이 남자 또라인가 봐!


그날 했던 소개팅 때보다 더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남자가 궁금해졌다.



https://youtu.be/sVmK_q93Wds?si=RSADzrk8DtZOlxLX

나도 이제 이 노래가 좋다


연애를 하고 싶다면 카톡 프로필 세팅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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