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angerine Dec 28. 2023

사내연애는 부담스러워서 마음을 접었다

호감이 가는 사람이 생기고 나니 회사에 출근하는 게 전처럼 싫지 만은 않았다. 근데 문제는 재택근무를 했기 때문에 그 호감 가는 남자 동료와 만날 일이 없다는 거였다. 내가 출근을 하면 뭐 하나. 그 사람이 출근을 안 하는데.


나는 대학교 때부터 항상 내가 사귀어야지 하고 마음먹은 사람하고는 연애를 했다. 꼬셔야지 하고 들이댄 건 아닌데, 내가 사귀고 싶은 사람들은 내가 관심을 보이면 다들 어느새 나랑 사귀고 있었다.


아 꼬신 게 맞는 거 같다. 나는 내가 좋아해서 사귀고 싶은 사람은 결국 꼬셔서 남자 친구로 만드는 애였다.


근데 나는 그 남자를 꼬시고 싶지는 않았다. 일단 그 남자는 회사에서는 만날 수가 없었고, 딱히 나한테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 남자는 내 뒷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나랑은 “안녕하세요”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정도의 인사만 나눴다. 서로 등을 돌리고 일을 해서 마스크를 벗은 얼굴을 제대로 본 적도 없었다. (그 당시 코로나가 너무 심해서 회사에서 이동할때는 물론 일 할때도 마스크를 써야 했다.) 그 사람은 일주일에 한 번 회사에 출근하면 다른 친한 동료들 하고만 대화를 했고, 나를 포함한 다른 팀원들하고는 스몰 토크를 나누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나는 그 사람이 지금 연애를 하고 있는지, 썸녀가 있는지 그 사람의 연애 라이프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 남자 나이도 몰랐고 어디에 사는지 등등 그 사람에 대해 아는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회식이라도 하면 대화를 하면서 친해 지기라도 하겠는데, 코로나가 심해서 회식이 일년 가까이 금지되던 때였다.


이직한 회사는 그냥 각자 일만 열심히 하는 분위기였고 나는 이직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다른 동료들에게 “그분은 여자친구 있어요?”라고 물어봐서 굳이 내가 그 남자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몇 년간의 회사 생활 동안 사내연애를 하면서 지지고 볶는 사람들을 많이 목격했기 때문에 사내연애를 떠올리면 늘 아래 짤이 생각날 정도로 사내연애에 부정적이었다.



그래서 그 남자와 친해지기 위해 애쓰지 않았다. 괜히 동료에게 들이댔다가 서로 민망해지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근데 자꾸 그 남자가 신경이 쓰였다.


그 남자는 내 기준에서는 옷을 잘 입었다. 그는 가죽 재킷을 입거나 무스탕을 입고 오는 경우도 있었다. 옷 입는 게 딱 내 스타일이었다. 어느 날 회의 때 그 남자가 손을 붕붕 거리면서 무언가를 설명하는데, 반지를 여러 개 낀 손가락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남자를 볼 때 손하고 발을 본다. 나는 손 발이 큰 남자를 좋아하는데, 그 남자는 손이 길고 컸다.


나는 또 반지를 잘 끼는 남자를 좋아한다.


내 기준에서 반지를 잘 낀다는 것은, 반지 낀 게 멋있어 보이는 걸 말한다. 반지 낀 게 멋있어 보이려면 손가락이 적당히 길고 자기 손가락 사이즈에 맞는 반지를 조화롭게 잘 껴야 하는데, 그 남자가 그런 손을 가진 걸 봐버렸다.


에이씨, 회사에 오는데 반지를 여러 개 끼고 난리야.


그 남자는 내 스타일이었지만, 사내연애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나는 마음을 접었다. 아직 이 회사를 더 다니고 싶었기 때문에 나는 내 감정이 아닌 이성이 이끄는 대로 결국 그 남자에 대한 관심을 끄기로 했다.


어차피 소개팅도 계속하고 있었고, 연애를 하지 않는 내 생활도 맘에 들었다. 연애하면서 감정 소비 하는 것보다 소개팅으로 가볍게 데이트하는 게 더 편 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다.


야근을 하던 어느 날 그 남자가 다른 동료랑 나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나한테 말을 걸었다.


“tangerine님 맥주 드실래요?”  (저 탱저린은 나다.)


당황스러웠다.

6개월 동안 먼저 말도 안 걸고 단 둘이 대화한 적도 없는데, 갑자기 맥주를 먹자고? 뒤에 다른 팀원이 웃으며 쳐다보는 걸 보니 셋이 먹자는 거 같았다. 술을 먹자고 하는 다른 팀원은 나랑 대화를 많이 하던 동료였다.  ‘어, 근데 나 차를 가지고 왔는데 어쩌지?’ 더군다나 그날은 밖에 비가 부슬부슬 오고 있었다.


“아 맥주는 좋은데, 제가 차를 가져와서요... “ 나는 어떻게 할지 머리를 굴리며 대답했다.


내가 주저하면서 차를 가져왔다고 머뭇거리자 그 남자가 말했다.


“대리가 있잖아요.”


속으로는 좋았지만 티를 최대한 내지 않으며

“아.. 회사랑 저희 집이랑 먼데, 아 여기서 대리 한 번도 안 잡아 봤는데... “라고 꿍얼거리며 계속 고민했다. 꿍얼거리는 날 보더니 그 남자는  “그럼 제가 대리 불러드릴게요.”라고 말했다.


나는 “그래요 맥주 마시러 가요!”라고 대답하고 그 남자와 다른 동료와 함께 회사를 빠져나왔다.




매거진의 이전글 같은 팀 남자 동료가 궁금해졌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