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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erine Mar 25. 2024

자식을 노후 대책으로 생각하는 부모

한 치 앞만 보지 말고 길게 보면서 살자.


내가 늘 노력하는 삶의 방향 중 하나다.

 

한 치 앞만 본 사람들은 나중이 되어 일을 그르치고 나서야 '내가 멍청했구나!' 하고 후회한다.

하지만 간혹 그런 생각조차 못하고, 그때 나는 최선의 선택을 한 거야! 라면서 자기 위안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이들이 제일 멍청하다.


"나는 나중에 나이 먹고 늙으면 실버타운에 갈 거니까 걱정 말아라!"

내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나와 언니에게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자신은 이혼했기 때문에, 혼자 살다가 나중에 아프면 실버타운에 들어가서 지낼 거라는 것이다.


나는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래도 내 부모님들은 자식에게 자신들의 노후를 책임져 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자식들에게 너희 키우고 교육시키느라 엄마 아빠가 노후 준비가 안 되었다며 손을 벌리는 부모들 도 있다는데, 나는 매우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너희 교육시키느라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노후 준비할 돈을 다 썼으니 나를 책임지라는 말을 하는 부모들을 보면 엄청난 핑계라고 생각한다.

노후 준비까지 생각하면서 자식을 키웠어야지, 자식에게 돈 쓰느라 노후 준비를 못했다는 말 자체가 자식을 노후 대책으로 생각했다는 거랑 똑같은 말이다.


자신들은 아프면 나중에 요양원에 갈 거니까 나중에 나를 병간호하며 모실 걱정 말라고 말 하면서 마치 자녀에게 엄청난 부담을 덜어준 것처럼 생각하는 어른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 부모님들이 가고 싶어 할 만한 수준의 요양원 비용이 한 달에 200이 넘는다는 사실은 알면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월급과 다르게 연금은 인상이 되지 않고 그대로 인데,

지금 200만 원인 요양원 비용이 20년, 30년 뒤에는 400만 원 이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자신의 요양원 비용을 부담없이 낼만큼 노후 준비가 되어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어떤 요양원에 들어가겠다는건지 궁금하다.  

비교적 저렴한 요양원은 대기가 많아 들어가기도 힘들 텐데, 그 곳은 20년 뒤에는 지금 가격 그대로 일까?


요양원도 돈이 있어야 간다.


다각도로 미성숙한 어른들은 평생 열심히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노후에 자산이 없다.

그들은 100살까지 살기 싫어!라고 말하며 늙기 전 더 많이 누려야지!

라는 생각으로 물건을 사고 친구들과 노는데 돈을 마구마구 써버린 후 모아놓은 돈이 떨어지고 나면 나중에 자녀들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한다.


30~50대 사이에 남들이 골프 한다고 따라 하고, 남들이 사는거 다 따라 사고, 남들이 여행 간다고 따라 가면서 재테크도 하지 않은 사람들은

과거에 자신이 쓴 그 몇 십,몇 백 만원을 투자해서 불릴 생각을 안하고 펑펑 써 댔기 때문에 나이들어서 더 빈곤하게 산다.


은퇴 후 혹시나 아플수도 있을 까 해서 몇 천원, 몇 만원도 아끼면서 노후 대비를 하는 성숙한 어른들도 분명 매우 많다.


100살까지 살려면 남은 날이 얼마인지 계산을 해서 노후 준비를 해야 하는데, 아무런 대책도 생각도 없는 부모의 자녀들은 정말 답답할 노릇이다.  

물론 꾸준히 재테크를 해서 경제적 걱정없이 은퇴 이후를 기다리는 어른들도 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사람 인생이기 때문에 노후 준비는 20대부터 해야 한다. 왜냐면 돈이 있으면 나에게 일어나는 예상치 못했던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우리 부모님 세대는 몇 번의 위기를 제외하고는 성장률이 우상향하는 고성장 시대에 살았다.

지금 20~40대 자녀 세대 들은 이제 저 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부모 세대 때처럼 성장률이 높은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뭔 소리냐면, 지금 20,30,40대의 대부분 들이 주식, 부동산, 코인 공부한답시고 미친 듯이 부동산 관련 어플과 주식, 코인 관련 어플 및 기사를 들락거리며

자산 증식을 위한 노력을 하는 것과 달리!

부모님 세대들은 딱히 다른 재테크 공부 안 하고도,  남들이 하는 것처럼 돈 열심히 모아서 때 되면 집 사고, 그 집을 팔지 않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 쯤 수익률이 그래도 퍽 괜찮은 부동산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거다. 거기에 추가로  주식 투자를 했거나, 코인 투자를 했다면 더 큰 자산을 얻었을 것이다.

물론 그냥 미국 S&P 500 만 꾸준히 적립식으로 모아 오기만 했어도 안락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


이걸 생각 못하고 나이가 들어서 노후 준비가 안되어 있다면 지병이 있는 게 아닌 이상, 일을 더 해서 지금부터 생활비 대비를 해 둬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물가는 오르고 부모님들의 연금은 안오른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이 이전만 못할것이라는 전망에, 이제부터라도 살 길을 모색해서 노후 준비를 하느라 바빠 죽겠는 자녀들에게 돈이 떨어지면 용돈을 받아서 살 생각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아 몰라 나중에 자식들이 내 생활비던, 병원비던 어떻게든 마련해 주겠지~ 하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다.

왜냐면 자식들이 용돈이나, 병원비를 매번 내주지 않을 거고, 만약 자기 재테크는 못하면서 부모에게 매달 용돈을 주거나,

병원비와 간병비를 대신 내주는 자녀가 있다면 그 자녀는 자신의 노후 준비를 그냥 포기했다고 봐야 한다.


제삼자가 보기에 자녀가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다.


경제적인 부분에서 자녀에게 기댈 경우에만 부모가 자녀를 노후 대책으로 생각한다고 볼 수는 없다.


내 나르 엄마는 나에게 나중에 자신이 은퇴하고 나면 매달 50만 원을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자산을 증식하기 너무 좋은 시기 동안 사교육이 아니라 더 많은 투자를 해서 노후 대비를 더 철저하게 했어야 하는데, 자식에게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가 나보다 연봉이 높은 남자 친구와 결혼할 생각이라고 하자,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나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이전 글에 나와 있듯이, 내 나르시시스트 엄마가 요구한 것은 경제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나에게 효도와 봉양을 강요했다.

요양원이나 실버타운에 들어가겠다던 그녀는 뉴스를 보다가 요양원에 있는 노인들 관련 기사가 나오면,

소리를 질러대며 부모를 요양원에 넣은 자식들이 현대판 고려장을 한다고 비난했다.


나르시시스트 엄마가 가난했냐면, 그건 아니다.

그녀는 현재 까지도 내가 아는 사람들 그 누구보다도 노후 준비가 매우 잘 되어 있는 사람이다.

나르 엄마는 특유의 '세상 모든 것에 대한 불안감' 덕분에 노후 준비를 철저히 했다.

그럼 노후 준비를 철저히 한 엄마 덕분에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냐고 묻는다면, 그건 더더욱 아니다.

나의 엄마는 아빠와 이혼 후 10년이 넘은 시간 동안, 경제적으로 쪼들릴 때마다 미친 사람처럼 두 딸에게 화풀이를 해 댔다.

나르 엄마는 은퇴가 가까워지고, 2020년 집값이 미친 듯이 오르자, 역시 자신이 딸년들은 제대로 못 키웠어도, 자산은 올바른 방향으로 키웠다고 두 딸 앞에서 자랑을 해댔다.


나르 엄마는 3개의 부동산을 가진 다주택자였다. 2020년 집값이 오르고, 그중 집 한 채를 팔고 싶어 했지만, 높아진 양도세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이후 투자하던 미국 주식들이 하락하고, 집 값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나르 엄마는 다시 신경질 적으로 변했다.

그래도 1억이 넘는 돈을 주식으로 벌었으면, 그냥 만족하면 될 텐데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주식 어플을 볼 때마다 두 딸에게 심한 말들을 쏟아내며 자신의 자산 하락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어 댔다.  

은퇴가 2년밖에 안 남은 시기가 다가오자 나르 엄마는 자신의 노후가 매우 불행해질 수도 있겠다는 불안이 증폭된 것 같아 보였다.


나르 엄마는 자신의 노후 준비에 대한 일장연설을 나와 언니를 앉혀놓고 떠들어 댔다.

"엄마는 매달 국민 연금, 개인연금으로 월급 받던 것의 절반 이상이 들어와.

그리고 나중에 퇴직금으로 전세를 내보내고 아파트 중 하나는 월세를 받을 거기 때문에 너희가 엄마 생활비를 걱정할 필요는 없어."

"너희는 노후 준비를 어떻게 할 생각이니?" 나르 엄마의 심복인 새끼 나르는 엄마에게 매달 용돈을 받던 처지였기 때문에 웅얼거리다 자리를 떴다.


나는 노후 준비는 기존에 계속하던 대로 하되, 남자 친구와 결혼 후에 같이 의논할 것이고, 아이를 낳지 않고 남편과 노후에 경제적 자유를 더 빨리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대답했다.


내가 남편과 노후에 여행을 길게 자주 다닐 거라고 말하자 나르 엄마는 급 발작 후 부들거리며 소리를 질렀다.

"그때 엄마는 혼자 집에서 아파서 힘도 없고 누워 있을지도 모르는데 남편이랑 여행을 다니겠다고? 싸가지 없는년!"

"남편 하고 여행 다닐 수 있죠. 엄마는 실버타운에 들어가신다면서요."


실버타운 이야기를 꺼내자 나르 엄마는 자신이 늙고 병들면 딸년들이 자신을 버릴 거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며 엉엉엉 소리를 내며 울었다. 미친 사람 같았다.


나르 엄마가 왜 그랬는지,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 나는 안다.


그녀는 노후에 혼자가 될 것을 알고 있고, 그래서 실버타운을 들어가느니, 요양원에 갈 것이니 하는 말들을 두 딸에게 했지만

자신은 집에 혼자 늙어서 앉아 있거나 실버타운에 있는데 딸이 해외여행을 가는 모습을 상상하니 너무 두려워졌나 보다.

그녀가 두려운 이유를 나는 안다.

그녀는 자신의 미래가 외로울 까봐 무서웠던 것이다.


그녀는 평생 동안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늘 기분이 태도가 되었으며, 사람을 빡치게 하는 화법을 본인이 생각하기에 만만한 사람들에게 자주 내뱉었다.

가까운 사람들에는  남편, 두 딸 그리고 친구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나르 엄마는 가까운 사람들이 호구여서 자신이 그들에게 상처를 주고 괴롭혀도 자신에게 계속 잘 해줄 것이라고 착각했다.

그녀는 가스라이팅과 악담, 폭력, 거짓말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본인이 내킬 때마다 거리낌 없이 했다.


나르 엄마는 가까운 사람들을 괴롭힌 이후에 반성을 하는 대신,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르 엄마가 생각하는 것만큼 호구는 아니어서 다들 그녀의 곁을 떠나거나 그녀와 거리를 뒀다.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호구여서 계속 당하면서도 자기 옆에 있는 줄 알았던 나르 엄마는 주변 친구들이 한 두 명씩 자신과 거리를 두기 시작하자, 속으로는 무서워서 벌벌 떨고 있었을 것이다.


남편도 그녀를 떠났다. 나르시시스트인 그녀에게 오만 정이 떨어진 상태로.


거지 같은 남편을 만나 자신이 힘든 결혼 생활을 했다고 하던 나르 엄마는 결혼하는 딸이 이제 더 이상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호구가 아니라는 사실에 분노했다.

자신이 나중에 늙고 병들면 당연히 자기를 돌봐줘야 너가 사람새끼라며 그녀는 나에게 분노를 표출했다.

그래도 한 때는 생일에는 용돈도 드리고, 집이건, 실버타운이건 요양원이건 엄마와 시간을 많이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던 나는 어느 날 엄마가 하는 말을 듣고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  


"엄마 나중에 너희 둘 다 결혼하고 나면 아빠랑 재결합할까? 어떻게 생각해?"

 

이 말을 들은 나와 언니는 기겁했다.

"아빠가 싫어할 걸요?". "진심이세요?". "아니 왜요?"


어이없어하는 우리에게 나르 엄마는 그녀 특유의 헛소리 후 머쓱하게 웃는 표정을 지으며 더 다양한 헛소리를 내뱉었다.


"아니, 엄마가 좋아서가 아니라 너희 때문에 합칠 까 해."

"왜 우리 때문이에요?"

"생각해 봐, 엄마 혼자 있으면 너희가 신경 쓰일 텐데 아빠랑 합치면 그래도 둘이 있으면 너희가 신경도 덜 쓰이고 좋잖아. 너희 생각해서 그러는 거지."


"이혼 못한 것도 우리 때문, 이혼한 것도 우리 때문, 재결합도 우리 때문이라고요?"


"아니, 나중에 너희 출가하고 나면 엄마 혼자인데, 생활비도 합치면 좋고 나중에 적적한데 외롭지 않게 같이 살면 어떨까 해서.

너희 아빠가 엄마 아프면 케어해 주고 그럴 텐데,  아주 남보다는 괜찮지 않니?"



다른 사람들을 자신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도구 정도로 생각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이 여자는 평생 남을 정신적, 금전적으로 이용해 먹으며 이기적이게 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가 나르 엄마를 떠난 것처럼. 나도 나르 엄마를 떠났다.

나중에 나에게 다른 사람들을 통해 엄마가 연락해 오면, 이 글을 다시 읽어 볼 생각이다.


나는 그녀의 장례식에도 가지 않을 생각이다.


내 나르 엄마 보다 더 심한 부모들도 많을 것이다. 뭐 덜한 부모도 있을 수 있고.

근데 기본적으로 자녀가 나중에 자기 노후를 책임질거라고 생각하는 부모는 누구든 부담 스러울 것이다.

생각이 없거나 염치가 없는 부모들은, 연금이 있으니까 자신들 노후 걱정은 하지 말라고 말 해 놓고, 막상 어딘가 아파 오거나 수술을 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자녀에게 돈을 달라고 부탁한다.

요즘 자녀들은 절대 그 부탁을 기꺼이 들어주지 않는다. 금전적인 부탁이 계속 반복되면 몇번 도와주던 자녀는 부모에게 정이 쉽게 떨어진다. 슬프지만 그게 현실이다.



자녀들 입장에서는 부모가 자신들 노후에 대해 이것 저것 책임져 달라고 할수록,  '본인들이 원해서 낳아놓고 왜 나에게  노후까지 부담을 주는 거지?' 라는 생각만 들 뿐이다.


차라리 내 나르 엄마처럼 대놓고 노후를 책임지라고 강요하면 눈치채고 자녀들이 미리 거리를 둘 수 라도 있다. 자신들의 미래에 자녀에게 손 벌릴 일은 없을 것 처럼 말해 놓고, 나중에 자녀에게 매우 미안해 하며 돈을 부탁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자녀들은 금전적 요구가 많아지는 부모와 매우 빠르게 멀어질 것이다.


나는 늘 미안해 할 짓을 애초에 하지 말자는 주의 이다.


제발 노후 준비는 부모건 자식이건 스스로 알아서 좀 하자.


나중에 60대가 되어서 살아온 환경 탓, 세월 탓 하면서 노후 준비가 안된 이유에 대해 변명하지 좀 말자.


난 힘든 와중에도 성실히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아무리 말해도 더 한심해 보일 뿐이다.


누구나 성실히 열심히 산다.

그럼 성실히 열심히 노후 준비도 했어야지.


노후에 내가 써야하는 돈을 한치 앞만 보던 과거 시점에 끌어다 어딘가에 썼으니까 먼 훗날이 된 지금 현재에 노후 자금이 없는거다. 한치 앞만 보고 산 자신의 멍청했던 과거를 미래의 자녀에게 책임져 달라고 하지 말자.

지금 내가 몇 살이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은 거니까 지금이라도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빨리 자유로워 지면 은퇴는 더 빨라진다. 별 걱정 없이 계속 공부하고 투자하면서 노후를 보낼 수 있다.  


한치 앞만 보지말고 길게 보면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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