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야
미안해에~!!
황급히 차에 타면서 소리 질렀다.
준비하느라 열중한 나머지 시간이 이렇게 지난 줄 몰랐다.
아래에서 남친이 차를 주차하고 기다리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약속한 시간을 넘겼지만 블러셔와 마스카라는 꼭 발라야 했기 때문에 남친을 집 앞에서 20분 가까이 기다리게 했다.
블러셔와 마스카라 때문만은 아니다.
코트를 입었는데 색이 맘에 안 들었고, 부츠를 신었는데 그날의 착장에 스웨이드는 정말 아닌 것 같았다.
"미안해. 많이 기다렸어?"
서둘러 차에 탄 후, 남친 얼굴을 살폈다.
피곤한 표정이었다.
"응. 이십... 삼분 정도 기다렸네."
"정말 미안해ㅜ"
"늦은 것도 좀 그렇긴 한데, 다음에는 늦는다고 미리 말이라도 해줘. 그럼 언제 나올지 정도는 예상하면서 기다릴 테니까."
"기분 많이 상했지? 미안해 다음에는 늦더라도 말할게. 아니, 안 늦을게!"
"아니 뭐, 기분이 좋지만은 않지. 으이구."
웃는 남친 얼굴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구남자 친구는 요즘도 데이트 나가기 전 소파에 앉아서 나를 기다린다.
"다 됐어. 이제 가자! 아, 잠깐만!"
을 10번 정도 반복한 후 현관을 나서는 나에게 남편은 말한다.
"한 시간은 아냐. 삼십 분은 더더욱 아니고. 한 시간 반이야."
"뭐?"
신발을 구겨 신으며 묻는 내 귀에 대고 남편이 속삭인다.
"자기가 외출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
엘베를 기다리다가 집에 들어가서 신발을 갈아 신고 나오며 남편에게 미안하다고 다시 한번 사과한다.
"다시 들어갈 거라고 예상했어."
저번 주말 나에게 준비하는데 얼마나 걸릴 것 같냐고 남편이 물어서 나는 삼십 분이라고 답했다.
남편은 엄청 크게 웃었다.
왜 웃어?
내일은 샤워 안 해도 돼서 진짜 삼십 분이면 충분하다고.
정말이야.
삼십 분이면 충분 할 줄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