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의 장점은 뭐야?
전 남친에 대한 험담을 신나게 하던 나에게 친구가 물었다.
헤어진 마당에 그 사람의 장점이 뭐냐니. 한참을 고민하다가 말했다.
"책을 많이 읽으래. 나보고."
"뭐?"
의아해하는 친구에게 설명했다.
내가 헤어져서 짜증 난다고 한 시간 동안 험담한 그 남자는 판타지 소설 작가이고, 그게 지금은 본업이 아니라고.
"근데 예전에 출판까지 한 경험이 있더라고?".
"그걸 신기해하는 나한테 그 사람이 책을 많이 읽으라고 조언하더라고."
"자기는 책 안 읽은 지 5년이 되었다고 말하면서 나한테 그런 조언을 하는 거 있지?"
대답을 하며 툭툭 한치를 젓가락으로 건들고 있는데, 앞에서 듣고 있던 친구가 말했다.
"지가 못하는 걸 조언한 거네."
친구말이 맞다.
내가 이 친구를 10년 넘게 만나는 이유가 있다.
맞는 말을 하기 때문.
내 전 남자 친구 중 (그의 말에 의하면 한 때 잘 팔리던) 판타지 소설 작가였던 그는 나에게 책을 많이 읽으라고 했다.
나는 늘 궁금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써?"
"글을 많이 읽어."
그의 대답에 웃음이 났다.
짜증 나네...라고 생각하며 다시 물었다.
"어떻게 하면 잘 팔리는 글을 써?"
"자극적으로 쓰거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을 많이 읽어."
내 자취방에 꽂혀있던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책을 보고 그는 말했다.
"이거 뭐야? 이런 책을 읽는 사람은 처음 봐!"
"그 책 좋아. 읽어 봤어?"
"아니. 이 책 좋아? 나도 읽어 봐야겠다. 너 너무 멋있어!"
그는 우리가 사귀던 3개월 동안 그 책을 읽지 않았고. 우리는 헤어졌다.
그 남자는 내 기준에서 최악의 남자 친구는 아니었다.
그는 그가 하는 모든 스킨십이 최악이었다는 점만 제외하면 괜찮은 사람이었지만, 나는 적어도 키스는 제대로 하는 남자를 만나고 싶었다.
키스를 그렇게 하려고 해도 힘들겠다.
나는 그를 만나고 책을 많이 읽었다.
어제보다 조금 더 지식이 쌓인 내가 되어갔다.
남편과 가끔 연애 프로를 보다가 스킨십을 잘 못하는 애인 때문에 고민인 사람들의 사연을 본다.
나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배울 점은 있다. 스킨십을 더럽게 못하는 남친을 사귄 적이 있어.라는 말은 이곳에만 적는다.
책을 읽으라고 조언해 주는 남자를 만난 적이 있어. 그 남자는 연애상대로 별로였지만 나는 그 연애 후 책을 자주 읽어.
라고 생각하는 게 인생에 더 도움이 된다.
정말 그렇다.
연애가 끝났다고 다 끝이 아니다.
거기서 배울 것이 분명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