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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결혼 전 엄마와 연을 끊었다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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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tangerine Oct 01. 2023

딸의 독립을 싫어하는 엄마

나에게 늘 집착했던 나르시시스트 엄마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자녀가 성인이 되어 자립을 하고 자신의 삶을 찾으려고 하는 순간 자신의 은혜에 대한 보답을 바라거나, 자녀에 대해 통제를 하며 집착한다. 내 나르 엄마는 내가 학생일 때는 물론이고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대학교 때 자취를 했을 때도, 경제적으로 독립을 했을 때도 본인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해 분노하며 내게 집착했다.

엄마는 내가 고등학교 때까지도 내 일기장을 훔쳐보고 일기 내용에 대해 화를 내고 본인을 싫어하는 거냐며 윽박질렀다. 나의 나르엄마는 딸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봤다는 사실을 딸이 알게 될까 봐 걱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당당하게 내 일기장에 쓰인 내용을 내게 들이밀며 따지곤 했다.

내 일기장을 왜 보냐고 물어보면 엄마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너 엄만데 일기장 좀 읽을 수도 있지!”

내 일기장에서 공부하기 싫다라던가 집이 답답해서 나가고 싶다고 적은 일기를 본 날이면, 새벽까지 나를 앉혀놓고 "너는 공부를 왜 하기 싫은 거냐고 집을 나가겠다는 게 무슨 소리냐" 며 폭언을 쏟아냈다.

나는 대학에 간 이후에는 엄마가 변할 거라고 기대했다. 이제 나도 대학생이니 엄마가 수험생 시절 내게 했던 집착과 간섭을 줄이고 나도 자유를 누리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건 내 착각이었다.

나의 나르엄마는 내가 대학교 1학년 1학기때, 경기도로 발령이 났다. 이사 이후 엄마는 서울에 언니가 살 오피스텔을 구해 줬었다. 언니가 매일 같이 본인은 여기서 학교를 다닐 수가 없고, 엄마 때문에 본인의 과외 사업이 다 망했고, 집이 너무 멀어서 연애도 못하고 취업 준비도 못한다고 난리를 쳤기 때문이다. 엄마는 내가 너무 학교가 멀어서 왕복 4시간이 넘게 걸려 이렇게는 도무지 학교를 다닐 수 없다고 하자, 견디라고 했다. 내가 못 견디겠다고 하니 정 나가서 살고 싶으면 나에게 언니 집에 들어가서 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언니가 있는 오피스텔에 들어가지 않았다.

왜냐면 내 새끼나르 언니가 기분이 좋을 때는 선심 쓰듯 자기네 집에 와서 자라고 해 놓고는, 기분이 나쁘거나 본인 남자 친구가 놀러 올 때면 나보고 당장 나가라고 눈치를 줬기 때문이다. "나 혼자 잘 살고 있었는데! 너 때문에 내 공간을 침범당했어!" 물론 새끼 나르는 자기 집에 남자 친구가 놀러 오는 걸 엄마한테 말하면 널 죽여버리겠다는 협박도 늘 잊지 않고 덧붙였다.

나의 나르 엄마는 가끔 언니집에서 자고 온 나를 일탈하는 아이처럼 취급했다. 엄마는 너마저 자신과 같이 안 살겠다는 거냐고 분노하며 감히 너마저 자신을 떠나려는 거냐고 소리를 지르고 나를 괴롭혔다. 엄마는 '감히'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나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하는 말 중 가장 무례한 말이 '감히'라고 생각한다. 그 단어를 사용하면서 본인의 위치가 더 높고 상대는 자신보다 아래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정말 수준 낮은 단어라고 생각한다. 내 나르 엄마는 '감히'라는 단어를 숨 쉬듯이 사용했다.

학교가 너무 멀었던 나는 결국 새끼나르 언니와 오피스텔에서 함께 생활했다. 그때부터 새끼 나르는 나의 '일 거 수 일 투 족'을 나르 엄마에게 보고했다. '얘 새벽에 들어왔다, 12시가 넘어서까지 술을 마신다, 나는 저 나이 때 과외를 하느라 고생했는데 얘는 술이나 마시러 다닌다, 공부하는 모습을 한 번도 못 봤다.' 등등 정말 숨이 막히게 모든 것을 나쁘게 엄마에게 보고했다.

엄마의 골든차일드인 언니는 나르시시스트로 변해가고 있었다.

언니에게 나에 대한 얘기를 들은 나르 엄마는 나에게 화를 내거나 내게 전화해서 몇 시에 들어왔는지, 왜 집에 아직도 안 들어오는지 매일 같이 확인했다. 새터나 OT를 갈 때는 내가 정말 새터를 가는 게 맞는지 의심했다. 친구들과 술을 먹다가 12시가 넘으면 친구들과 있는 곳으로 데리러 갈 테니 어디서 놀고 있는지 당장 말하라며 전화와 카톡을 해댔다. 인증샷과 영통을 해야만 내가 정말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엄마는 믿었다.

나는 대학교 1학년 내내, 친구들과 놀다가 엄마한테 전화가 오면 심장이 두근대고 어쩔 줄 몰라했다. 매일이 너무 숨이 막혔던 나는, 과외와 알바를 해 돈을 모아 학교 근처에 자취방을 얻었다. 이 사실을 안 나르 엄마는 분노했다. 언니랑 같이 살면 되지 왜 굳이 자취를 하냐고 화를 냈다. 내가 학교 근처로 이사한 날부터 엄마는 매일 같이 대학교 근처 원룸에서는 강도나 성폭행당하는 사건 사고가 너무 많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마는 나에게 끊임없이 사건 사고 뉴스 링크를 전달했다.

나는 내 첫 자취방이 좋았다. 내 대학 동기들도 학교 근처에 원룸을 얻거나 자취를 했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내가 과외와 알바로 번 돈으로 보증금을 마련하고 자취를 시작하면서 뿌듯하고 나 스스로 대견하다고 느꼈다.

내가 지내는 자취방을 엄마는 늘 후진 곳이라고 깎아내렸다. 그런 곳에서 사는 게 너는 아무렇지도 않냐고 말하며 늘 내가 수준 낮은 선택만 하는 애라고 비난했다.

내가 대학교 3학년이던 어느 날, 엄마는 내가 너무 걱정되니, 언니와 같이 살라고 했다. 조금 더 넓은 오피스텔을 얻어 줄 테니까 언니랑 각자 방을 쓰면서 지내면 되지 않겠냐고 했다. 나는 고민하다가 그 제안을 수락했다. 나르 엄마는 오피스텔을 얻어준 후 주변 지인들과 친척들을 만날 때마다 본인이 얼마나 좋은 엄마인지 얘기했다. 작은딸이 이젠 후진 곳에 살지 않아도 돼서 너무 좋고 딸들에게 본인이 몰던 차까지 쓰게 해 줬다고 자랑을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 대학생이 오피스텔에서 자취하며 차를 가지고 학교를 다니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었다. 나도 은근히 나르 엄마가 제공해 주던 편리함을 즐겼다.

그래, 이제 엄마가 언니가 아닌 나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해주는구나! 하고 생각한 나는 엄마의 제안을 덥석 받아 드렸고, 이는 더 큰 후회로 돌아오게 된다...

이런 엄마의 호의가 자신을 떠나려는 대상에게 나르시시스트가 하는 후버링이라는 것을 나는 몰랐다. 후버링은 도망간 희생자를 다시 자신의 통제 아래 두기 위해 나르시시스트가 하는 행동이다. 나의 나르 엄마는 용돈을 주거나 경제적 지원을 해주겠다고 하고, 너를 너무 아낀다는 말들로 나를 후버링 했다.

오피스텔을 얻어 준 이후, 엄마는 10시가 되기 전이면 내가 집에 왔는지 확인해야겠으니 본인에게 영상통화를 하라고 했다. 내가 남자 친구를 사귈 당시에는 외박이라도 할까 봐 언니에게 나를 감시하라고 시켰다. 내가 영상통화를 거부하거나,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엄마는 내게 전화해서 “왜 엄마를 걱정시키냐.”, “주인에게 연락해서 보증금을 빼겠다.”, “엄마 딸의 연을 끊자.”라고 협박을 했었다.

엄마의 비상식적인 간섭과 언니의 고자질 때문에 나는 하루하루 지쳐갔다. 내 일상이 두 사람에게 이중으로 감시당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엄마의 집착보다 더 힘들었던 건 따로 있었다.

널 걱정해서 그런 거라며 엄마가 내게 했던 저주에 가까운 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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