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emedy May 26. 2017

감옥 - 꿈?

꿈과 현실의 경계

나는 여러가지 꿈을 꾼다. 그 꿈이 현실인지 꿈인지 헷갈려 할 정도로 디테일 한 경우도 있고, 허상임을 알지만 계속 되기를 원해 끊임없이 다시 잠에 들으려 노력하는 달콤한 꿈들도 있다. 오늘은 그 꿈, 허상도 실제도 아닌 어중간한 그 끝나지 않는 꿈에 대해서 쓰려고 한다. 옛날엔 꿈이였지만 지금은 아니기에, 지금은 꿈이지만 예전에는 아니였기에 과장을 조금, 현실도 조금, 허구를 조금, 상상력을 조금 가미한 색다른, 다른 사람은 모르는 나의 꿈에 대해서 써보고 싶다.  


이 꿈에서 나는 10년이 넘게 감옥살이를 한 죄수였다. 죄명은 태어난 것. 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 태어나 이곳에 갇혀있다는 것 외에 나는 나의 죄명을 알지 못했다. 처음 들어왔을 때는 이곳이 감옥인지 놀이공원인지 모를 정도로 아무생각없이 지낸 듯 하다. 간수는 2명. 꿈꿀 당시에는 그게 누군지 몰랐지만 서로 성별이 달랐는 것은 알고 있었다.  나쁘지 않는 간수랬다. 죄인에게 안쓰러움을 가지고 죄인을 대변해 주기도 하는, 그런 좋은 간수랬다. 이 간수들과 처음 4년정도는 낙원같았던 것 같다. 이 모든 일의 원흉은 성별을 알 수 없는 꼬맹이 녀석과 함께 방을 쓰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나는 모범적인 죄수였다. 4-5년을 살며 자잘한 다툼 외에는 한번도 싸운 적이 없는, 큰 일을 일으키지 않은 모범죄수였다. 윗사람들은 죄수가 잘해도 간수가 잘한걸로 친댄다. 그래서 간수들은 나를 조금씩 더 챙겨주곤 했다. 간수들은 나를 개과천선하게 만들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읽고 쓰게 했고, 다양한 책을 얻어다 주었다. 자신들이 얻은 칭찬에 어느정도 내 덕도 있다는 걸 조금이나마 인정하는 듯 하다. 하지만 나에게 바라는 것들이 너무 많아지게 되었고 나는 처음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르게 된다. 물론 훌륭한 보안시스템을 갖춘 그 곳에서 부정행위를 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렇게 나는 걸리게 되고 처음으로 죽도록 얻어맞게 되었다. 약한 구타 정도야 다른 죄수들도 당하는 것이라 그러려니 하며 살았지만, 이정도로 아프게 맞아야 하는 일인건지 알수가 없어 반감과 분노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 새내기 꼬마가 모든 사람들의 주목과 관심을 끌고 있다는 건 누가 봐도 명백하게 드러났다. 이 악랄하고 교활한 녀석은 자신이 주제도 모르고 떼를 쓰고 울면 나를 엿먹일수 있다는 것을 나름 빨리 배웠고, 나는 그 때문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채 구타와 두려움을 밥 대신 꾸역꾸역 먹으며 하루하루를 견뎌내야 했다.  


꿈은 현실을 반영한다 했던가. 나는 현실에서처럼 몸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역시 현실처럼, 교활하긴 했다. 나를 괴롭히려 하는 사람을 역으로 괴롭히고 못살게 굴었고, 그 결과 그들은 다른 죄수들에게 찍히게 되었다. 쓰레기, 병신, 약골, 똥덩어리 등은 모두 그들을 일컫는데에 쓰여졌고, 그들을 정복한 행복감에 나는 열심히 폭행을 해대었다. 내가 그 모든걸 그대로 돌려받을것은 생각도 못한채.  


나는 점점 폭력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새내기가 가진 관심, 혼자 들어와 아무도 중요하지 않았던 시기 유일하게 대화가 가능했던 간수들의 관심을 끌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놈은 자신이 가진 힘은 약자처럼 보일때 제일 강하다는 것을 교묘히 이용하여 스스로를 괴롭힘 당하는 불쌍한 인메이트로 꾸며버렸다. 그리고 이 모든일에 나는 어쩔수 없음을 인지하고 그것에 맟추어 살아가기로 했다. 이왕 괴롭히는거 끝장나게 괴롭혀보자. 이왕 복수하는거, 내가 부셔져도 복수하자. 악마에게 영혼을 팔던, 죽음에게 호소하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뭐든 해보자.  


그렇게 나는 서서히 망가지기 시작했다. 간수들과 다른 죄수들은 망가져가고 피폐해져 가는  나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윗대가리들 기준의 밑부분에 맞춰줄 안전빵이 하나 더 생겼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있지도 않았던 전성기를 회상하며 나는 예전에는 나름 잘 나갔었다는 듯한 말로, 또 모든 것은 날 끊임없이 몰아붙히고 이해해주지 않은 간수와 같은 처지의 동료를 무시하고 이용한 새내기 녀석의 탓으로 돌리곤 했다.  


하나하나 몸뚱아리가 부셔져 나가고 붉은 빛과 초록 빛의 무언가가 하염없이 흘러간 뒤에 나의 자랑이였던 나의 뇌 조차 흐물해지며 코로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아무것도 아닌 나는 각색의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액체들의 혼합물일 뿐이였고 죄수들, 간수들, 그래, 사람들은 또다시 나를 외면했다. 결국 마지막 남은 눈알마저 흘러내려 모든것이 축축한 회색 찌꺼기로 섞여져 버렸을 때, 나는 비로소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멍하니 앞을 보며 이게 무슨 괴상망칙한 꿈인가 하는 생각을 하던 중, 나는 그 어느 것도 꿈이 아니였음을 깨닫고 무거운 마음으로, 더러운 기분을 씻어내러 갔다.  Fin.    

매거진의 이전글 일기 - 모르는 후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