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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medy Oct 20. 2023

06/14/2023

에구궁...

안뇽! 나 오늘은 욕을 거하게 먹었지 뭐에요! 실수로 브랜치가 825불을 잃게 만들어버렸거든요.. 나는 기준이여야 하는데 기준 답게 못하고 대충 쉬운거라 막 하다가 실수해버렸어요.. 작은것에 충성된 사람이 큰 것도 맡겨지는 법인데, 나는 어째 큰일들은 문제없이 해내는데, 작은 일에서 빵꾸가 계속 날까요? 


기분이 조금 메롱이여서, 조금 더 열심히 일했어요. 사실 TD에 미안한 감정은 없어요. 나를 사용해서 벌어들이는 돈이 얼만데.. 그러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너무 빨리 승진해오기는 했어요.


사람들이 다 나보고 스트레스 받았냐고 물어봐요… 나는 밝아야만 하는데, 그래도 될까 말까한, 그나마 하나 있는 나의 장점인데, 내가 우울해져버리면 나는 잘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걸요? 라는 생각을 잠깐 해보았어요. 그닥 행복한 생각은 아니지만, 그게 맞죠. 


나는 잘하는게 뭘까요? 이상하고 신기한 조합으로 사람들을 만나서 먹고 놀게 하는 것 정도? 근데 사실 그거, 나만 할 수 있는게 아니거든요. 아무나 할 수 있는거거든요.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은 다 방구인게 분명해요. 


나는 승진하고 싶어요. 돈도 더 받고 싶구요, 그래서 빨리 집에서 벗어나고, 나 혼자 살고, 돈 모으고, 그러다가 당신을 만나고 싶어요. 나 지금 26인데, 2달 뒤면 27인데, 그래도 31 되기 전에는 결혼하고 싶다구요! 그런데 그럴려면… ㅎ…. 돈이 있어야죠. 벌면 된다는건, 그냥 생각일 뿐이니까요. 벌어도 안되는 것이 있을수도 있고, 당신이 되려 돈이 별로 없을수도 있고… 돈돈 거리면 안되는 우리는 기독교인이겠지만, 그래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기독교인인거니까요… 


나는 참 못난 기독교인입니다. 내 고백이에요. 있잖아요, 이 못난 기독교인 된 나를 따라주는 사람들이 있는게, 나는 너무 버거워요. 내가 뭐 내세울 것이 있다고 이 사람들이 내 말을 들어주는지요. 세상의 지혜도, 하나님의 지혜도 나는 딱히 없습니다. 나는 아마 당신에게도 그리 비춰질겝니다. 그래서 나는 무서워요. 사실 나는 두려움밖에 없는 사람이라는걸, 그 모든 두려움들을 벌벌 떨면서 한걸음씩 나아가는 겁쟁이라는 것을 당신에게 들키고 싶지 않거든요. 사실 남자들은 다 그래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멋지고, 간지나고, 뭐 그렇게 보이고 싶지, 벌벌 떠는 겁쟁이로 보이고 싶지는 않거든요. 근데요, 나는 거짓말은 안할거에요. 당신이 실망하더라도 말이죠. 나는 어디까지나 그냥 나일테니, 당신은 아마 금발 알아채겠죠. 아, 신재석이라는 남자는, 별 볼일 없는 겁쟁이구나. 그럼에도 당신이 당신이 되어 나를 봐준다는건, 그런 나를 감수하겠다는 의미이기를. 


나는요, 뭐가 무서운지 알아요? 나는요, 버림 받을까, 사랑받지 못할까봐, 변할까봐, 그런게 무서워요. 지금까지 나에게 마음을 주었던 여성들, 혹은 나랑 뭐가 있었던 사람들은, 정말 다들 다양한 이유로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선택했어요. 대체적으론, 뭔가 더 좋은, 잘난 사람이 생겨서 였구요, 때로는 전남친, 아니면 전 사랑에게 돌아가기도 했어요. 나는요, 이길 자신이 없어요. 당신의 멋지고 잘생기고 잘났을 전남친들을, 나는 이길 자신이 없습니다. 당신은 아마 필히 그리 말할겝니다. 그 사람은, 결혼하기에는 좋은 사람이 아녔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고. 근데요, 사실 뭐, 다른 말을 할순 없잖아요. 그게 최선의 말이고, 그게 최고의 합리화인거죠. 아마 나는 그 이야기를 듣게 될거에요. 당신은 필히 괜찮은, 마음이 깊은 사람이라, 가벼이 만나도, 결혼 생각 없었어도, 그 사람을 깊히 사랑했을거니까요. 그러니 나는 아플겁니다. 당신이 아무도 깊히 사랑해본 적 없는 사랑이라면 차라리 나을까요? 그것도, 그것 나름 이상할 것 같아요. 내가 상상하는 당신은, 아마 그렇지 못할거니까요. 


그래서 나는 차라리 돈이라도 많이 벌고 싶습니다. 숫자말입니다. 눈으로 보이는, 그나마 내가 잘날 수 있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요. 신앙도, 건강도, 믿음도, 성격도 다 별로라, 보여지는 숫자만이라도 좋고 싶습니다. 잘 살지 못할것을 두려워하는게 아닙니다. 


그저 사라질까봐, 


어쩌면 나는 당신을 못믿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나는, 당신을 만나고도, 나를 아프게 하고 힘들게 했던 그 사람들에게 당신을 대입하여 볼수도 있겠죠. 아마 필히, 필히, 당신은 아련할겁니다. 그래서 나는요, 나를, 이 혼자서 버텨내려고 했던 이 나를, 조금이나마 배려하고, 존중하기 위해서, 제발 당신 만큼은, 적어도 2년, 좋으면 3년은, 혼자서 살았던 기간이 있기를. 


찌질하죠? 이게 나랍니다. 당신은 그 사람을 사랑했을것이고, 또 그러했기에 당신은 그 사람을 품었을겁니다. 마음으로도, 몸으로도. 세상은 그러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살지 않으려 싸워왔던 나에게, 나를, 조금이라도 존중한다면, 하나님은요, 하나님은요, 내가 이런 걱정은 안할 사람을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내가 그렇게 생각하기에 그는 나에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당신이 되게 만드실 것 같습니다. 사랑은 아픈거야. 사랑은 조건이 없는거야. 라는 것을 내가 계속 깨우치기를 원하시는 분이시니까요. 


당신은 나를 존중해 줄 수 있는, 그쪽으로 존중해주는, 그런 사람일런지요. 아니면 나는 호세아가 고멜을 받아들이듯, 그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일런지요. 


부디, 가능하다면, 나랑 비슷한 사람이기를. 몸도 마음도 지켜내려 싸워왔던 사람이기를. 단순히 사람이 필요해서, 관계가 필요해서, 사람을 사귀는 사람이 아니기를. 그랬던 적이 없기를. 내가 하나님께 존중받는다는 기분을 느껴지게 해주는 사람이기를. 이 신재석을 고통스럽게 하는, 생각에 생각을 물어야만 하는 사람이 아니기를.  그리고, 사랑해서도, 사귄적이 


그래요,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한없이 불안하고, 두렵고, 질투하고, 찌질한, 참으로 못난 사람입니다. 오랜 시간 혼자였던 것이 아마 그 원인일겁니다. 오랜시간 하나님을 선택한 결과입니다. 어쩌겠습니까. 미안합니다. 이런 나의 당신이 될 것이라, 나는 그저 한없이 미안할 따름입니다. 그러니 나는 한없이 기도할 겁니다. 주님, 나를 존중해 주십시오. 이 미친 종놈이 불쌍하시다면요, 이 아파하는 아들이 불쌍하시다면요, 지금까지 그랬던, 그런 사람들만 만났던 아들이 조금이라도 불쌍하시다면요, 내가 다음에, 내가 마지막에, 나의 마지막이 될 내 아내, 내 여자친구는요, 그냥 딱 한가지라도. 


나를 존중해 주십시요, 만군의 여호와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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