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여행 2일 차
오전에 왕궁을 다녀와서 셋 다 지쳤다. 호텔 방에서 두 시간가량 쉬고 풀장에 가서 놀았다. 나도 애들이랑 같이 물에 들어가서 수영을 좀 하고, 애들끼리 놀라고 두고 썬베드에 누워서 좀 잤더니 피로가 풀렸다.
다섯 시 반쯤 애들더러 나오라고 해서 씻고 부랴부랴 밖으로 나왔다. 방에서 쉬겠다는 애들을 이번이 마지막 여행이 되고 싶냐고, 절반은 협박해서 끌고 나왔다.
사톤 선착장에 가서 이번에는 오렌지 티켓을 샀다. 목적지는 N13. Phra Arthit이었다. 여기서 내려서 10분 정도 걸으면 카오산로드가 나온다고 했다.
에어컨 있는 배를 타려다가 사진 찍기에 별로라서 창이 없는 배를 탔는데 배에서 나오는 매연 때문에 멀미가 났다. 왕궁보다 더 많이 가야만 했는데, 12번 선착장에 섰다. 처음에 내리려다가 13번이 아니길래 다시 앉았다. 그리고 배에서 내리려고 준비하고 선착장 번호를 보는데 다음 선착장 번호가 14번인 거다. 12번 다음은 13번인데, 13번을 건너뛰고 14번에 멈췄다. 당황해하고 있던 찰나 배는 다시 움직이고, 나는 애들을 데리고 15번에서 내렸다. 거기서 다시 반대 방향으로 가는 배를 타면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내린 선착장에는 티켓을 판매하는 곳이 안 보이고, 사람도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우리가 가려는 곳을 이야기했더니 쭉 걸어 나가서 택시를 타라고 한다.
해는 져서 어둠이 몰려오고 길에는 사람도 차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인도와 차도가 잘 구분되어 있어 걷는데 안전해 보였다. 아이 둘이 조심스레 내 팔을 붙잡는다.
-그냥 방에서 쉬고 싶었는데.. 엄마가 밥 포장해 오면 그거 먹으면서.. 편하게 있고 싶었는데...
차와 사람이 다니는 큰 길가에 도착하자 안심이 되었다. 애들 앞에선 "괜찮아! 길을 잃을 수도 있지!" 하며 큰소리쳤는데, 나 역시 마음이 불안한 상태였다.
당장 Bolt앱을 깔고, 트래블로 카드를 등록하고, 근처에 있는 차를 불렀다. 길가에 한 10분 서 있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둘째는 덥고 다리가 아프다고 징징댔다.
다행히 택시가 왔다.
길을 건너서 택시를 타고 우리의 목적지인 카오산로드를 한 번 더 확인했다.
둘 다 호텔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방콕에 왔으면 카오산로드는 꼭 와봐야 한다고 달랬다. (오늘 다시 가보니, 꼭 가야할 필요는 없을듯)
피곤해서 배에서 잠들었던 첫째도 반응이 시무룩했다.
그런데 두 아이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든 게 있었으니....
택시에서 내려 조금 걷다가 발견한 전갈튀김!!!!
각종 곤충들이 먹거리로 둔갑한 걸 보고 애들은 기겁을 했다. 그걸 돈 주고 사 먹는 서양인들을 보고는 재미있어했다.
이렇게 카오산로드 진입에 성공했다.
15년 전, 나는 카오산로드 근처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한 일주일을 머물렀다. 그때 카오산로드는 저렴하고 자유분방하고 활기차고 설레던 장소였다.
그 후, 첫째가 어릴 때 방문한 적이 있는데 예전의 느낌을 받지 못했다.
이번에도 오래 전의 그 느낌을 찾아왔지만, 어디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다.
내가 더 이상 젊지 않아서 인지도 모르겠다.
애들한테 엄마가 당시에 1박에 15000원~20000원 하는 방에서 지냈다고. 길거리에서 20밧하는 팟타이를 먹고 1시간 이상 걷는 건 기본이었다고 하니,
신기해한다.
그게 젊음이고, 청춘인 거지!
너희도 이십 대, 삼십 대에 가질 수 있는 것 말이야!
*돌아올 때 바로 볼트 앱으로 택시를 불렀는데 120밧 밖에 안 했다. 애들 데리고 고생하지 말고, 바로 택시를 타는 게 좋겠다는 교훈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