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부터 시를 쓰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쓴 건 대학에 가서였다.
그리고 나는 스물 셋을 마지막으로 시 쓰는 걸 멈췄다.
다시는 시를 쓰지 않으리라 다짐했고, 그 다짐도 잊어버리고 시도 잊어버렸다.
내 마지막 시의 시구절은 이러했다.
'삶을 앓는 동안 소리를 잃었다.'
하지만 이십 여년이 지난 지금 깨달은 것은
'삶을 앓았지만, 소리는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기약을 먹으며 서재에 앉아 있을 수 없을 때,
침대에 드러누워 시를 읽었다.
읽다가 시가 좋으면 몸을 일으켜 서재로 왔다.
어디에든 그 시를 기록해 두고 싶어서였다.
어떻게 소리를 내야 할지
막막한 나를 뒤흔들던 시인의 시구절들은
나들 등떠밀었다.
다짐이든, 포기든, 희밍이든, 아무 것도 묻거나 따지지 말고,
그냥 시도해 보는 것이라고.
또 여러 사람이 말해준다.
시든 소설이든, 뭐든
내키는대로 다 쓰라고. 다 가지라고.
다 네것이라고.
이 얼마나 풍요롭고, 감동적인 말인가.
얼마나 자주 혹은 잊어버린 채 시를 쓸지 모르지만,
이런 소중한 공간이 있으니까, 여기에다 모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