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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은율 Jun 25. 2024

시를 처음 썼던 때,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를 쓰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쓴 건 대학에 가서였다.


그리고 나는 스물 셋을 마지막으로 시 쓰는 걸 멈췄다.


다시는 시를 쓰지 않으리라 다짐했고, 그 다짐도 잊어버리고 시도 잊어버렸다.


내 마지막 시의 시구절은 이러했다.


'삶을 앓는 동안 소리를 잃었다.'


하지만 이십 여년이 지난 지금 깨달은 것은


'삶을 앓았지만, 소리는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기약을 먹으며 서재에 앉아 있을 수 없을 때,


침대에 드러누워 시를 읽었다.


읽다가 시가 좋으면 몸을 일으켜 서재로 왔다.


어디에든 그 시를 기록해 두고 싶어서였다.


어떻게 소리를 내야 할지


막막한 나를 뒤흔들던 시인의 시구절들은


들 등떠밀었다.


다짐이든, 포기든, 희밍이든, 아무 것도 묻거나 따지지 말고,


그냥 시도해 보는 것이라고.


또 여러 사람이 말해준다.


시든 소설이든, 뭐든


내키는대로 다 쓰라고. 다 가지라고.


다 네것이라고.


이 얼마나 풍요롭고, 감동적인 말인가.


얼마나 자주 혹은 잊어버린 채 시를 쓸지 모르지만,


이런 소중한 공간이 있으니까, 여기에다 모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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