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풀이 들여다 보는 밤>
아버지와 특히 유정하다는 사주풀이를 보고 화들짝 놀란다. 네 그래요, 엄마 둘을 합친 것보다 더 아버지를 좋아하고 따른답니다. 내가 사주팔자를 찾는 걸 보면 아버지는 말씀하신다. 젊은 애가 열심히 살 궁리를 해야지 그런 건 왜 들여다 보냐. 아버지, 전 이제 더이상 젊지 않아요. 그냥 재미로 보는 거에요, 재미로. 나의 나약한 마음을 여기에 기대보고 싶다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다. 전 평생 글을 쓰나요? 전 언젠가는 글로 먹고 살 수 있나요? 내가 알고 싶은 건 이런 건데, 아무리 뒤적거려봐도 거기에 대한 답은 알 수 없고, 지난 시절 왜 힘들었는지는 알겠다고, 그냥 때려 맞춘다.
진짜 신뢰가는 방법이 하나 있는데 알려줄까? 그건 그냥 자고 일어나 먹고, 걷고, 읽고, 쓰는 거야. 그것만큼 믿을 수 있는 방법이 어디 있겠어? 끄덕끄덕, 나도 잘 알지, 잘 안다구.
하지만 또 들여다본다.
그래놓고, 에잇, 바보같은 짓이다, 하며
읽고, 쓴다.
어딘가 모자란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