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에서 건져 올린 것>
오늘은 제목을 주웠다.
세 페이지를 빽빽하게 채우다가 발견한 한 구절에 밑줄을 긋는다.
이걸 잘 풀어내면 시 흉내라도 낼 수 있을지 몰라.
사로잡히는 것을 경계하며 살지만, 난 언제나 사로잡혀 있다고 믿는다.
나를 방해하지 말아줘, 두 아이에게 신신당부하지만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자신의 욕구를 알아달라고 보채는 아이를 보면
내가 하던게 뭐였는지 잊어버리고 만다, 그만 맥이 탁 끊기고 만다.
찾아올 테니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라던 약속은 불신에 더 가까웠고,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면 아무것도 되지 못한다는 걸, 시간을 지불하고 알게 됐다.
내가 도와줄게,
누군가의 도움에 기대어서 일어서려면 '염치 불구하고'가 필요했지만,
그럼에도 '염치를 내려놓을게'가 되어야 했지만,
나에겐 믿도 끝도 없는 고집이 있었다.
그 고집 하나에 등떠밀려온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와 당신은 참 많이 닮았다.
포기가 쉬웠던 건, 포기하기까지 많이 흔들었고, 흔들렸기 때문이다.
고집할 수 있었던 건, 그것이 옳다고 여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