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空]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오는 길은 홀가분하다.
부패 되어가는 속도, 역하고 악한 냄새가 풍겨오는 것이
누군가를 향한 의도적인 소문만큼이나 빠르다.
어찌하여 좋은 향기는 빠른 속도를 낼 수 없는가.
음식물 쓰레기를 보는 일은 내 속을 들여다 보는 것 같았다.
사람의 한 속이 이렇게 역겨울 수가 있다니,
사람의 속도 매일 비우다보면
깨끗이 정리된 개수대처럼, 아무것도 없이 비어있겠지.
나를 비워두고 싶어졌다.
우걱우걱 씹어먹는 책 속의 활자도,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차가운 술의 넘김도,
사고 싶은 물건들의 목록도 모두 거추장스러워졌다.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고 싶어졌다.
그게 무엇이든
나를 지나가더라도
나는 고요해지고 싶었다.
함께 휩쓸리지 않는,
단단한 공[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