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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은율 Aug 11. 2024

[시] 적당한 선에서,

적당한 선에서,




과장되게 웃지 않는 편이 좋겠다.


대책없는 긍정은 부정적인 감정을 감추기 위한 장치이다.

활짝 웃으면서도 우울한 시들만 마음에 들었던 이유가 있었다.

표정에 덧씌워진 진실이 드러날 때마다

본질에 다가서고 있는 것 같아, 억지로 웃던 시간을 지워줘.


과장되게 울지 않는 편이 좋겠다.

귀에 닿던 울음 소리가 낯설어 더 서럽게 울었던 기억이다.

이것도 지우고, 저것도 지우면

나는 표정없이 산 날이 대부분일 거야.

너의 매력은 솔직한 것에 있지, 라는 말에 의지해 볼까도 싶었지만

겉과 속이 같으면 병만 더 키울 뿐이야.


숨겨, 숨길 수 있다면

최대한 네 감정을 숨겨, 적어도 어른으로 보이고 싶다면.

적어도 누군가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그걸 '적당히'라고 표현하자.

적당한 걸 하지 못하면 마음은 실금으로 얽히고 만다.

심장이 깨진 채로도 살 수 있을까?

그렇게 사는 사람을 '시인'이라 부르고 싶다.

긴혹 깨진 것이 붙으려고 지지직 소리를 낸다는데,

그럴때 튀어나오는 것이 '시'가 된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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