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그 자기는 아니잖아!>
기분이 가라앉을 때면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다
혹시 길 가던 무표정한 여자가 참지 못해 입을 삐죽이며 웃고 있거든, 홀로 자신을 웃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남편이 새 차를 뽑은지 얼마 되지 않은 날, 지하 주차장에 남편보다 늦게 내려갔던 날, 이 차인가 저 차인가, 시동 걸린 반짝이는 검은 차의 조수석 문을 열고, 나는 다짜고짜 자기야, 라고 외친건데,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고개를 들고 보니 낯선 남자 둘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아주 잠깐의 정적 끝에 죄송합니다, 라고 외치고 뛰어 나와 보니 그제야 남편 차가 보인다
남의 차를 잘못 탄 게 부끄러운 건지,
남의 남자더러 자기야, 라고 외친 게 부끄러운 건지,
남편은 박장대소하였다,
나는 부끄러움에 아직도 웃음이 난다.
당신의 가라앉은 기분도
나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