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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mado Oct 27. 2024

Berlin. 코로나와 락다운 속에서 적힌 일기

일방적인 기억과 달아난 미래

락다운 이후의 일기.




1.일방적인 기억


오랫동안 찾아헤매던 중학교 친구에게 메일이 왔다. 

올해 첫번째 버킷리스트를 이룬 것인데, 친구가 1년 전 대학신문에 기고한 칼럼 밑에 내 연락처를 남겨두면서도 에이 이걸 어떻게 발견해 하면서 잊고지냈다. 메일함을 열 때마다 혹시 하던 마음도 수명을 다했는데, 엊그제 전화번호와 함께 제발 연락달라는 메일이 와있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하나 걱정했던 것은 내가 친구를 찾으려는 이유가 나의 일방적인 기억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모두에게 똑같이 중요할 수 없고, 나만해도 살면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중에서 기억 할 수 있는, 혹은 기억할만큼 의미를 두는 사람은 소수이다. 특히나 초등학교, 중학교는 더 그렇다. 그렇기에 괜찮다면 연락을 줄 수있냐는 말과 함께 혹시 연락을 주지않더라도 괜찮고 잘 지내고있다고 생각하겠단 말을 덧붙여 적었었다.


그 친구에겐 내가 같은 반이었던 어떤애1 일 수 있으니까. 그런데 느낌표를 채워가며 메일이나 문자 뭐든 좋으니 연락달라는 답을 받으니 괜히 감동이었다. 약간 꿈꾸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카톡으로 서먹하지만 반가운 안부를 나누었는데 친구가 찾아주어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 나 잘했다 생각했다. 


시간을 역행하는 일이 SF적인 상상력이라면, 옛 인연을 다시 현재로 끌어오는 일이 그것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나는 독일에 살면서 예술사를 공부하고있고, 친구는 심리학 박사를 준비하며 결혼을 앞두고 있는, 두 열여섯과는 완전히 다른 두 스물일곱이 되었지만 나는 그렇게 자란 그 아이가 그 아이답다 생각했고, 그 친구도 한국대학을 중퇴하고 무작정 독일로 유학간 나를 보고 나 다운 선택을 했다고 했다. 

그게 나답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그렇게 들으니 그랬다. 함께 보냈던 시간은 이곳저곳 찢겨 몇가지 단편으로만 남아있겠지만, 서로가 갖고있는 일방적인 기억을 맞추다보면 각자가 잊고있던걸 알려줄 수 있다. 

과거의 누군가를 다시 찾는다는게 나한테도 처음이자 다시하기 어려운 일이겠지만, 백번을 생각해도 잘한 일이다. 







2.달아난 미래


샤워하는동안 틀어놓은 유튜브 뮤직에서 랜덤으로 Life goes on 이 흘러나왔다. 

작년 이맘때엔 어딘가로 흐르고 있을거라는 삶이 나에게만 그저 멈춰있는 것처럼 보여 괴로웠다. 락다운으로 닫힌 방 안에서는 온통 견디는 일 뿐이었다. 닫힌게 문만은 아니었다. 

미래로 달아나자 라는 노랫말에서 간신히 위안을 찾았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 그 날의 내가 달아난 미래가 여기일까 생각했다. 

여기라면 나쁘지않은데? 그렇게 생각 할 수 있어 조금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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