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사신과의 작별 (2)

<사신, 생명을 논하다>

by 태오






한동안 절망한 채로

다리 근처에 앉아있었다.


또다시 버려졌다는 사실에

분노해서 땅을 마구 내려쳤었다.


손이 아프지는 않았지만

가슴은 너무나 아팠다.


눈물은 나오지도 않아

쉰 목소리로 사신만을 불렀다.


외할머니를 떠나보낼 때처럼

나는 그저 멍하니 있었을 뿐

울타리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몸이 차갑게 식어가며

점점 심장이 느리게 뛰기 시작했다.


점점 보이던 별자리들도

하나씩 없어지고 있었다.


저기를 넘어간다고 해서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르는 데다


여기에 있다가는 점점

내가 정말로 사라질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그냥 하염없이

다리 건너편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나의 선택이었다고 했지만

운명은 날 선택하지 않았다.


차라리 벌렁 누워서

사신이 날 데리러 오기를 바랐다.






그러다,

한 개의 물음표가 내 생각을 감쌌다.


사신은 왜 갑자기

그렇게까지 차갑게 대했을까?


문득 떠오른 이 질문에

사신이 했던 말들이 다가왔다.


“사신은 죽음을 인도하는 것만이 아닌,

죽음에 대해서 알려주기도 하는 역할이야.”


사신과의 대화는

좋아하는 선생님과 대화하는 것 같았다.


“덧없이 쓰러지는 생명이

스스로를 기억하기 위해,

생명은 고통을 선택한 거야.”


그런 대화 속

사신은 나를 가르쳐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고통을 축복이라고 생각해야 해.”


사신은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나에게 조언해 주었다.


“이것도 생각해봐야 해

왜 우리가 고통을 선택했는지.”


정해진 답이 아닌

생각을 이끌어 주었다.


“때로는 정면으로 바라봐야 할 때가 있거든.”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울타리로 향했다.






혼자서 마주 본 울타리는

아까보다도 더 높아 보였다.


나는 홈에 손가락을 넣고서

천천히 올라가 보았다.


조금만 올랐는데도 손가락은 아팠고

다리도 후들거려서 다시 내려왔다.


“생명은 고통을 선택한 거야”


사신의 말이

내 등을 밀어주는 느낌이 들어

다시 한번 올라가 봤다.


손가락이 엄청 빨개지면서

그만하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이 악물고 무시하며

계속해서 올라갔다.


절반쯤 오르자,

이제는 떨어질까 봐 다리가 엄청 떨렸다.


“고통이 두려워진다면, 그건 생명이 아닌 거야.”


사신이 클락션으로 응원하는 것 같아

아래를 보기보다 다시 위를 바라보았다.


하늘에 있던 별자리들도

나를 응원하듯 빛나고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고통이 축복이 되는 순간이었다.






마침내,

울타리를 다 올라왔다.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내쉬었을 때도

심장은 폭죽처럼 뛰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고동이 싫지 않아서

나는 잠시 울타리에 걸터앉았다.


축하해 주는 소리는 꺼져가며

저 너머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갔다.


사신은 왜 울타리를 넘어가면

생기는 일을 설명해주지 않았을까.


“사신으로써의 사명이야, 말해줄 수 없어”


그렇다면 생명으로써의

사명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울타리를 넘으면

부활한다던가, 환생한다던가로


답이 정해져 있었다면

생명의 가치는 없어졌을 것이다.


생명은 죽음을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며

죽음은 생명을 기억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니까.


“생명은 유한해, 그렇지 않아?”


사신의 미소가 뺨에 느껴지며

나는 눈을 감고 일어나 발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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