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메리 크리스마스, 사카모토 류이치

<Life Play List>

by 태오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사카모토 류이치.


사카모토 류이치를 만난 건,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에서였다.


중고 서점에서 책을 찾고 있다가

우연히도 이 에세이가 하나만 남아있었다.


그때, 고등학생 시절

도서관에서 만났던 기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손끝부터 인사를 했다.


바로 구매한 뒤, 운명처럼 다가온

사카모토 류이치의 이야기를 감상했다.






한동안은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만 들었다.


나는 한 번 꽂히면

계속 듣는 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음악의 숲이

넓었기에 산책이 즐거웠다.


그중에서도 대표곡이자 건반으로

겨울을 연주한 <Merry Christmas Mr. Lawrence>가 있다.


나는 이 곡을 듣고서 지금까지 들었던 음표들이

사카모토 류이치의 손가락에서 다시 태어나는 걸 느꼈다.


하늘에서 내려온 눈이 쌓여있다가

천천히 봄으로 바뀌어 가는 순간의 반짝임을

인간이 감각으로 최대한 표현하면 이런 느낌일까.






수많은 버전으로 이 곡이 연주되어 있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Version for Piano Trio>를 추천한다.


영화에서 쓰인 버전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Version for Piano Trio>는 그 어떤 겨울보다도



아프고 애달프지만,

그럼에도 햇빛이 천천히 다가오는 느낌이랄까.


가끔 이 노래를 들을 때면

나는 겨울을 만끽하다 잠들어버린 꽃이 되고 싶어진다.






아름답다는 말이 이렇게나 부족할 줄 모르게 된

<Merry Christmas Mr. Lawrence> 덕분에

나는 음악의 가사보다 악기에 집중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음악의 정수는 악기이며,

오히려 가사는 감정을 방해하는 불순물이 아닐까?


노래란 듣는 것이 아닌

자신의 감정을 느끼는 감각을 일깨워


언어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온몸에 새기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새겨짐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되었을 때


우리는 천천히 눈을 감고서

순간을 만끽했다는 낭만이 지나갔음을 깨닫는 게 아닐까.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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