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잠전문가 Feb 05. 2020

이름, 이름, 이름.

1. 배우 문소리 씨의 이름 뜻이 '문 씨와 이 씨 사이에 태어난 작은 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꼬물꼬물 귀여운 아기를 가운데 두고 엄마와 아빠가 눈을 빛내며 떠올렸을 것 같은, 참 아름다운 이름이다. 


2. 한편 내 이름 정윤주는 우리 엄마가 간호사로 일하던 시절 병원장에게 참 예쁘고 귀여운 딸이 하나 있었는데, 걔 이름이 '윤주'였어서 윤주라 지었다 한다. 세상에. 참말로. (뒷말은 아끼기로 한다...)


80년대 인기 이름 1위였던 지혜는 딸 이름을 지안이로 짓고 00년대 인기 이름 1위에 올리고 마는데...


3. 둘 다 딸 이름이 지안이라 왠지 모를 동질감이 생기는 친구의 이름은 지혜. 지혜는 우리 세대에 꽤 흔한 이름이라 학창 시절엔 큰 지혜, 작은 지혜라는 외모 품평(?)적인 별칭이나 지혜 A, 지혜 B라는 사무적이고 몰개성적인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딸을 낳고 뭔가 중성적이고 흔하지 않을 것 같은 이름의 '지안'을 야심 차게 붙였으나 2018년 가장 선호한 아기이름 1위에 올랐다고 한다. 지안이는 내 세대의 '지혜'급이라며 울부짖던 그녀.
2017년~18년 인기리에 방영한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서 여주인공 이름이 서지안이었는데 산책하다 만난 어르신들을 하나같이 아이 이름을 묻고는 자연스럽게 드라마 토크로 대화를 이어가실 정도였다. 

실제로 우리 딸 지안의 반에 다른 성의 지안이가 있으며 지한, 지완이들도 종종 만난다. 


 4. 그런가 하면 우리 외할머니 성함은 노 삼자 선자인데 위로는 노일선, 노이선 언니가 아래로는 노옥선(이름에 '사'가 들어가지 않게 하려고 옥선이라 지었단다.) 동생이 있다.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음 터지던 중학생 시절 "우리 할머니는 일선, 이선, 삼선..." 하다가 짝꿍과 웃음이 터져 교실 뒤에서 벌서면서도 웃었던 기억. 


5. 친한 언니는 2 년 전 개명했다. 전에도 괴상하거나 촌스러운 이름은 아니었지만 사주상 더 좋은 이름으로 바꿨다고 했다. 바꾼 이름으로 자꾸 불러줘야 그 사람에게 좋다는데 왠지 예전의 이름만 입안을 맴돈다. 얼굴이나 이름 같은 건 이미 각인된 그 사람 자체라 어찌할지를 모르겠다. 새 이름으로 부르면 왠지 그 전의 기억들, 나누었던 즐거움과 온기를 잃어버릴 것 같은 기분. 


6. 참, 결혼 전 시댁에 잘 보이겠다고 어버이날에 영양제를 택배로 보냈는데 아버님 성을 배에서 박으로 잘못 써 보냈더란다. 왠지 얼굴이 붉어지는, 오해의 소지 다분한 예비 며느리 실수...!


7. 이름에 관한 귀여운 시 한 편. 택배 아저씨 여러모로 만만세!


<엄마 이름> 유은경


친해 보이는데도

엄마들은 왜

서로 이름을 안 부를까?

앞집 아줌마는 언니라 하고

내 친구 엄마는 미나 엄마,

슈퍼마켓 아줌마는

엄마를 천사호라 부른다.

내 이름 속에

우리 집 1004호 뒤에 숨은

엄마 이름

낯선 사람이 부른다,

시원시원하게

"유은경 씨, 택배요!"


매거진의 이전글 유칼립투스와 패션 양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