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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전문가 Jul 06. 2021

엄마의 보통 아침


어제부터였다.

친구에게 선물 받은 손바닥만 한 비밀 일기장을 찾던 것이. 아이는 내일 유치원 친구에게 그걸 보여주기로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어제저녁에도 울고 오늘 아침에도 울었다.

어제저녁엔 놀이방과 베란다, 인형 상자까지 탈탈탈 뒤지며 같이 찾아보았다. 아이는 저녁을 먹고,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는 사이사이 한숨을 끼워 넣었다. 비밀 일기장 어디 있을까. 휴


아이가 찾는 물건은 소파 밑바닥이나 베란다 창틀 등 다양한 곳에서 발견되곤 했다. 입버릇처럼 네 물건은 알아서 챙기라고, 제자리에 안 두니까 잃어버린다고 말하지만 일곱 살 아이에게 쉽지는 않은 일이다. 서른일곱 먹은 나도 가끔 그러는 걸.

어쨌든 본인의 부주의니 적당히 했으면 좋겠는데 아침 식탁에 앉아서까지 엉엉 운다. 문방구에 가보자, 다시 찾아보자 해도 눈물 콧물 바람이다. 아이란 늘 '적당히'를 모르고 나는 늘 '적당히'를 넘어서는 지점에서 스멀스멀 화가 난다. 밥상에서 스파크가 튀고 만다.


안 그래도 아무렇게나 어질러 놓은 아이 물건을 제자리에 두고 쓰레기와 쓰레기 아닌 것을 구분하며 어제 반나절을 보냈다. 아이방이 지저분해서 못 견디는 건 나니까 아이에게 청소를 강요하지는 않기로 했다. 하지만 역시나 화는 난다. 그리고 물건을 아무 데나 두고 엄마를 부르며 찾는 것은 늘 있는 일이다. 여러 번 쌓이면 또 화가 난다. 속상한 아이와 함께 이곳저곳을 뒤지다 나는 그라데이션 분노를 터뜨렸다.

"그러게 왜 물건을 제자리에 놓으라고 엄마가 몇 번이나 말했는데 아무 데나 두고서 엄마한테 없어졌다고 난리야 응? 하루 이틀 아니지 아주 맨날 그래 맨날!!"

아이는 깨갱한다. 우리 딸... 눈치가 빤하여 누울 자리 잘 보고 다리를 뻗는 편이다. 일종의 입막음을 하고 나니 집안은 조용해졌지만 속은 시끄럽다. 아이는 옷 입는 내 옆으로 와서 "왜 나는 맨날 일을 일으킬까. 우리 집 사건은 다 내가 일으켜." 한다. 으악. 제발 그냥 "엄마 너무해! 미워!"라고 말해줘. 아이에게 화를 내서 얻을 것이라곤 자괴감뿐이다. 버럭과 자책과 미안함. 열흘 중 반은 이런 아침으로 시작된다.


면목 없는 분노의 용가리에게 아이의 등원 길은 마지막 기회다. 유치원 마치고 문방구에 가서 비밀수첩을 찾아볼 것을 약속하고 정 없으면 인터넷으로라도 주문하기로 했다. 가는 길에 같은 반 친구를 만나 신난 엉덩이로 뛰어들어가는 아이를 보며 나도 꾸깃꾸깃해진 기분을 조금씩 펼쳐본다. 익숙할 법도 한데 늘 새롭게 엉망인 기분. 자주 있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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