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속보] 아이 감정 따라가다간 미친X 되기 십상!
아이가 혼자 깔깔거리며 밥을 먹는다. 내 눈치를 보며 장난도 살살 걸어온다.
‘아오, 저게 그냥… 확 마…’ 찌릿 스파크를 날린다.
아니, 아이가 밥 잘 먹으면 이뻐서 궁둥이라도 토닥일 일이지, 왜 부릉부릉 분노의 질주 시동을 거는가?
시작은 이러했다.
분명 딱 봐도 배고플 시간인데, 허기가 치밀면 분노도 세트로 치미는 녀석이 그날따라 짜증을 바가지로 내면서도 배고픔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저 징징 대파티의 막을 내릴 구원자는 밥뿐이다. 당장 저 우와아앙 이이이잉 우는 입 안에 뭐라도 넣어야 한다!! 책을 읽어달라, 옆에 앉아 있어라, 머리를 묶어라 생떼 난리통을 뒤로 한채 지금 때려 넣는 것이 소금인지 설탕인지 알게 뭐여… 혼미한 정신으로 주먹밥을 만들고 있었다. 막판엔 한 손으로 안고 대충 휘젓기 신공을 펼친다. (신생아냐, 이 16kg아!!)
“지금 기분이 안 좋은 건 배가 고파서야. 그래서 엄마가 밥 준비하느라 그랬어. 밥 먹고 재미있게 놀자?!” 저녁을 차리고 한바탕 눈물과 콧물로 보습 관리를 마치신 따님을 잘 달래 무릎에 앉혀 등을 토닥인다.
아이는 네댓 번 집어먹곤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 흥얼거리기도 하고, 장난 섞인 애교도 부린다. 지칠 대로 지친 나는 기분이 좋아진 아이를 옆에 두고 개판 오 분 전인 싱크대를 바라보며 갑자기 승질이 뻗친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아이야 허기가 달래지니 방긋 방긋이지만, 나는 난리통에 정신없이 저녁을 차리며 뚜껑(?) 열리고, 달래서 먹이느라 이악 문 시간이 쉽게 방긋 방긋으로 넘어가지지가 않는다. 방긋거리는 저 얼굴이 얄밉기까지 하다. 아이는 벌써 털고 잊었는데 나만 홀로 분노의 현장에 남아 뒤늦은 부글부글 미친 여자가 되고 마는 것이다.
육아의 어려움은 셀 수 없지만 내게 큰 어려움 중 하나는 ‘빠른 감정처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른이 그러면 문제겠지만 감정 조절에 미숙한 아이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 울고 웃고 화내다가 신나하며 (… 쓰기만 해도 지치는 건 왜일까?) 다양한 감정들을 만나고 그것들을 다루는 방법을 배운다.
하루에도 울고 웃고 짜증내고 지루해하고 신나고 슬픈 이 미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아이는 제 무게만큼 가뿐하게 타지만, 엄마 역시 제 무게만큼 무겁고 버겁게 탄다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아이가 감정의 페이지를 넘겼다면 엄마도 빨리 털고 넘겨야 한다는데 만 3년이 넘도록 육아 템포에는 늘 한 박자 늦는 박치가 되고 만다.
하나님은 이러려고 아이들을 귀엽게 만드셨나 보다. 5분 전에 지랄 생쑈를 해 속을 뒤집어놔도 천진한 얼굴로 헤헤 웃으면 에휴 꼴통, 하고 가벼운 꿀밤 흉내로 웃어넘길 수 있는 귀여움. 이것마저 없으면 육아는 정말 대난투극이 되리라.
오늘도 언제 그랬냐는 듯 해맑은 얼굴에 찌릿- 뒤끝의 스파크를 날리곤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저 천진한 뒤통수에 “넌 뒤끝 없어 좋겠다!”할 수도 없고… 그저 ‘나도 잘 못하는데 저 찌그만게 하루에도 수없이 감정의 홍수 속에서 헤엄치려니, 사는 게 녹록지 않겄다.’ 하고 사랑을 담아 연민하는 수밖에.
작은 사람 속이 여물 때까지 기다리는 일을 하기엔 나는 너무 옹졸하다. 오늘도 아이의 감정 롤러코스터는 미끄러지고 뒤집어지며 다정한 엄마, 소리 지르는 엄마, 맛이 간 엄마 등 다양한 면면을 끄집어내기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