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잠전문가 Mar 27. 2019

핵인싸되기란 참으로 거시기 한 것

바야흐로 공개의 시대 _ by.핵아싸

"우연히 알게 됐는데 너무 좋아서 여러분께 소개해요."

"제가 입은 원피스 문의가 너무 많아서 같이 입으려고 가져왔어요."

"우리 공구(공동구매)로 저렴하게 같이 사요!"


SNS에서 좋은 스타일로, 가감 없는 사생활 공개로, 재미있는 콘텐츠로 인기를 얻는 사람들은 위와 같은 말들로 슬그머니 팔이피플의 노선을 타곤 한다. 

만나온 15년 동안 한결같이 사업 아이템을 구상(만)해온 나와 친구는 "사람 모이는 곳에 돈이 있다."라고 습관처럼 읊조렸지만 인스타그램이야말로 사생활과 사업, 그 콜라보의 장이 아닐까 싶다. 


"아이가 아프다는 글에 오픈일 문의는 좀 그래요" 

'언젠간 사리라(?)'하며 즐겨보는 감각적인 스타일(동질감X)의 어떤 엄마(동질감O) 판매자(늘 완판, 부러움 1/2) 계정이 있는데 어느 날은 아이가 아프다는 일상 피드가 올라왔다. 피드 댓글엔 청바지 판매일에 대한 문의가 달렸고, 판매자는 아이가 아프다는 글에 구매 문의글이 달린 것이 화가 난 듯 까칠한 대댓글을 달았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면서도 속으로 나쁜 생각이 들었다. 

'아니, 지 애가 아프면 아픈 거지. 일상 피드로 공감 얻으며 장사하는 사람이 문의글에 저리 까칠할 일인가!'

배송 때문에 밤을 꼬박 새웠다거나, 일과 육아를 병행하려니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 눈물이 난다거나 그런 글들을 보면 돈을 많이 버니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등가교환이 아닌가 하는 못된 마음이 앞섰다.




잠깐 스치듯 봤던 댓글은 며칠이 지나 다시 떠올랐다. 

'그래, 돈을 많이 번다고 속상한 일이 안 속상해지는 것은 아니지.'

사람은 누구나 같은데 왜 돈 많이 버는 사람은 당연히 그런 것을 겪어야 된다고 생각했을까? 시샘 없이 산다 생각했는데, 시샘은 마음 구석에서 언제든 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구나. 기어이 하나하나 타자로 눌러 댓글을 장전, 난사하는 사람들을 비난했지만 나 역시도 마음은 다르지 않았고, 몰래 조금 부끄러웠다. 


딸아..엄마 닮아 캐스트어웨이같은 삶을 살면 앙대..! 


사업과 공개적 일상의 콜라보는 종종 아슬아슬한 선을 탄다. 친근한 사생활로 인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도 하지만 때로 가족에 대한 조롱이나 사생활 침해 등의 피해를 보기도 한다. 나 같은 쫄보는 팔로워가 100명도 안되면서 아이 사진이 있는 계정을 공개로 했다가 비공개로 했다가 홀로 생쑈를 한다. 어차피 엄청난 팔로워를 모을 센스도, 비주얼도 안되지만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는 계정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다른 차원에서 몹시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세월이 많이 변했다. (육신은 35세, 시대 감각 95세..)

유튜브로 먹방, 눕방, 라방을 하고 별별 이야기를 다 하고, 집 공개, 아이 공개, 별별 공개를 다 한다. 그게 돈이 된단다. 신기하고 희한하다.

집에서 유일하게 깨끗한 부분에 커피잔 올려두고 찰칵, 읽은 책 표지 찰칵. 아이 뒷모습 찰칵이 전부인 고조선 핵아싸는 오늘도 눈을 빛내며 그들의 일상을 엿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피식하다 숨죽이다 숙연해지는 팔색조 칼럼의 향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