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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전문가 Mar 28. 2019

<엄마 내공>, 오소희

때마다 읽기 _ 엄마로서, 나 자신으로서 자꾸만 흔들릴 때

 아이를 키울 때 가장 위험한 게 옆집 엄마라는 이야기가 있다. 

엄마들을 모두 소신 없는 존재로 내리 깎는 우스운 말이라 생각하지만, 쏟아지는 기사 속 흔들리고 꺾어지는 아이들을 보면 그 말이 아주 틀리지도 않은 것 같다. 

가장 잘하고 싶은 것은 오히려 부담되고 긴장한 마음으로 망치기 쉽듯, 가장 사랑하고 잘 되기를 바라는 아이를 키우며 계속되는 고민과 번뇌는 종종 좋지 않은 방향의 결과를 내기도 한다. 


<엄마 내공> 오소희 / 북하우스


아이를 키운다는 것, 방식은 달라도 부모 마음은 같을 것이다. 

내 모두를 주어도 아깝지 않은 마음. 누구보다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

그러기에 부모들은 모든 것이 고민이다. 아이에게 최선이 무엇인가. 부모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저자의 블로그에서 엄마들이 털어놓은 고민과 댓글로 나눈 이야기들, 답을 찾는 과정들을 정리하여 기록한 <엄마 내공>은 단순히 육아책이라기보다 엄마로서, 인간으로서 세상을 사는 태도를 다시 한번 점검하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아이의 교육과 생활습관, 관계 맺기, 엄마로서의 삶의 균형 등에서 오는 고민들을 단순한 육아 고민으로만 보지 않는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는 시처럼, 사람이 작은 사람을 키우는 것 역시 사소한 일 하나도 양육자의 가치관이 스밀 수밖에 없는 일. 그렇기에 엄마로서 더 지혜를 구하고, 깊이 고민하며 나만의 소신을 가지라고 말한다. 


책장을 덮고 마음에 와 닿는 구절들을 빼곡히 적어두었다. 아이를 키우며 흔들릴 때마다 두고두고 펼쳐보려고. 아이가 다섯 살인 지금이야 교육에 대해, 진로에 대해 심각히 고민할 일은 별로 없지만 아이가 컸을 땐 나라고 옆집 엄마의 말에 귀를 팔랑이지 않으리란 법 있는가. 그때마다 적어둔 문장들을 들여다보며 남들 이야기가 아닌, 아이와 나만의 고민과 생각들을 다듬어가고 싶다. 




밑줄 긋기


핵심을 외면한다는 것. (오래 걸리니까. 추상적이니까.)

그리고 당장의 요령만을 원한다는 것. (빨리 되니까. 측정 가능하니까.)

오늘날 사교육 시장이 성장하는 이유이고 엄마들이 헤매는 이유입니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여행을 하면 나중에 기억이 나지 않을 텐데요?”

그러면 나는 대답한다. 

중요한 것은 기억이 아니라 태도예요. 자신을 열어야 할 순간에 열어 버리는 것, 그래 보는 것, 그럼으로써 열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중요하지요. 오늘 머문 이곳의 지명과 이곳에 있던 아름다운 성곽 따위는 잊어도 좋아요. 그러나 오늘 열어본 경험은 ‘태도’가 되어 퇴적층처럼 정직하게 쌓일 겁니다. 그 태도는 앞으로 아이가 살아가면서 ‘지금 이것이 삶이다’라고 느끼는 순간, 질질 끌지 않고, 미뤄두지 않고, 자신을 통째로 던져 ‘확 살아버릴’ 줄 알게 하겠죠. 그러한 경험 없이 성인이 되면, 반쯤 죽은 듯 살게 됩니다. 일상의 노예가 되지요. 저는 생명으로 자식을 이 세상에 데려왔으니,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부모의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80p


제가 말한 적 있지요? 해병대처럼, ‘한 번 엄마는 영원한 엄마’라고. 그러므로 언제나 아이에게 묶여 무언가를 못한다는 발상은 버리고, 엄마이지만 동시에 인간인 나 자신의 욕망을 건강한 선에서 실현시킬 궁리를 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합니다. _82p


모든 아이들은 자신이 못하는 영역에서 전전긍긍할 것이 아니라 잘하는 영역의 것으로써 삶을 꾸려나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_ 175p


아이가 어릴 때는 내 아이가 상처 받을까, 괴롭힘 당하지 않을까 ‘정서적’인 것에 지나치게 관심을 기울이고, 아이가 커서는 ‘공부’ 외의 모든 것에 지나치게 모르는 척하는 것. 이 희한한 부모의 변심을 뒤집어보자는 거죠. 

어릴 때에는 아이 정서에 덜 관심을 기울이고 아이가 관계를 충분히 겪도록 기회를 주다가, 아이가 10대가 되면(공부 말고!) 아이 정서에 더 관심을 기울여 아이가 지독한 입시 위주의 사회에서 정신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말입니다. _ 235p


자식이 어릴 땐 뜨겁게 마음을 나누다가 자식이 크면 내 몸과 내 의식으로부터 차갑게 독립시켜 내보내는 것, 그것이 부모의 최선입니다. _2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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