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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전문가 Jun 07. 2019

다섯 살의 말들

엄마 이제 그냥 막길이야?
- 오르막길 내리막길의 개념을 알게 된 아이가 평지를 지나며)

너무 멀리 온 거 아니야?
-재우려고 차 타고 한 바퀴 도는 중에.. 이제 대충 속이는 게 잘 안된다. 눈치 백단.

유우키는 내가 못생겨서 싫대
나는 유우키 좋은데..
유우키가 여자였으면 좋겠어
- 엄마 맴찢.. 그래도 아이의 순수한 감정과 솔직한 말들이 예쁘다.

아빠 그거 좀 뿌러뜨려봐. 나 안 굽고 먹는 거 좋아해
- 라면 끓이는 중에.. 생라면 달라고

하나님 오늘 비를 주셔서 감사해요. 꽃들이 커질 것 같아요. 내일은 해가 뜨게 해 주세요.
- 자기 전 기도

이런 딸이 어딨냐?
- 엄마둥절..? 본인이 흩뿌려놓은 구슬들은 주우며


"갑자기 졸린 이 느낌은 뭐지이~"
- 집에 머무려는 자 vs 어서 보내려는 자
아침 등원 준비 중에 식탁의자에 앉아 능청을 떨며

"아빠는 지안이가 따봉을 날려줄 때, 엄마는 지안이가 고마워~라고 말할 때 기분이 좋아.
지안이는 엄마 아빠가 사랑해 라고 말해줄 때 좋아."

"애기들은 쪽쪽이를 좋아하거든. 근데 너는 애기 때 쪽쪽이 주면 퉤- 뱉었어. 왜 그런 거야?"
(뭘 당연한 걸 묻느냔듯이 "맛이 없잖아!"

과자 한 봉지 다 먹고 더 달라기에 의아한 눈으로 쳐다봤더니 돌아온 당당 터지는 말.
"세 개 샀잖아!"
- 편의점에서 2+1으로 산 포카칩을 매의 눈으로 보고 있었다. 가방에 몰래 감춰놨는데... 내 맥주 안주...아디오스

황태채를 구워줬더니.
"마요네즈 줘! 깨 뿌려서."

"우와, 맨이다!"
서귀포 피규어뮤지엄을 지나다 벽에 붙어 있는 아이언맨을 보고.
맨은 맨인데 무슨 맨인지 모름

"어르신들은 생각이 없어."
"생각이 왜 없어. 많지~."
"아니, 어르신들은 점점 생각나는 게 없어지잖아. 그러니까 엄마는 할머니 되면 안 돼."
요즘 지안이는 어른이 되기 싫다고 한다. 엄마가 할머니 되는 게 싫어서... 흑흑.

그러나 나는 상상한다. 수년 내에 방문을 쾅 닫으며 나도 다 컸다고!!!를 내지를 미래의 모습을..더욱 즐기자. 저 순수한 영혼의 나날을..!





하루에 몇 번이고 파안대소하게 하는 다섯 살의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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