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잠전문가 Aug 07. 2019

인생은 낚시, 성공은 월척?

우리에게는 어쩌면 더 보통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흥미로운 제목의 기사를 클릭한다. 읽어보니 별 볼 일 없는 내용이다. 댓글이 달린다. 

"기사님 제목으로 낚시하지 마세요."


일부의 이야기지만 현대의학기술을 비롯해 온갖 방법으로 개선된 미(美)를 선보여 돈 많은 남자를 낚는 여자, 최대한 있어 보임(?)을 어필해 예쁜, 혹은 예뻐진 여자를 낚는 남자도 있다. 결혼 후에 서로의 진실이 얼굴을 드러내면 꽤 많은 비율로 헤어지기도 한다. 


"작게 시작해서 크게 키우세요."

부동산 투자 지식을 망라해둔 글엔 [대물 땅 낚시]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뭔가 재미있는 영상이다. 결말이 어떻게 될까 끝까지 지켜본다. 

아 낚였다. 광고다. 


인생은 낚시, 성공은 월척? (출처:월간조선)


중국에서 대박 난 여배우의 호화스러운 생활, 유튜브로 크게 수익을 낸 어린이, 작은 빌딩을 매입해 몇십억씩 차익을 낸 유명인, 누구나 솔깃할 제목으로 수만 권 팔리는 별 내용 없는 책... 

매체는 늘 월척을 낚은 자들의 이야기로 시끌시끌하다. 

세상은 몇몇 프로 낚시꾼들의 성공신화와 그처럼 월척을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한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세상 소심하게 살고, 아주 작은 거짓말도 눈 질끈 감고 못하는 나에게 '낚시'란 그야말로 남의 일이다. 

그나마 내가 처음 경험해본 낚시는 여기, 브런치에서였다. 

아이 낮잠 잘 때 옆에 누워 생각나는 대로 글을 끄적였고, 제목도 별 고민 없이 장난스럽게 달았다. 어떤 글은 깊이 생각하고 구성하고 다듬으며 쓰기도 했지만 어떤 글은 글쓰기 연습을 위해 가볍게 쓰고 빠르게 올리기도 했으니까... 여느 때와 같이 글쓰기 트레이닝 삼아 가볍게 쓴 글이었는데, 아 글쎄 갑자기 조회수가 폭발한 것이 아닌가. 


몇 분 단위로 글 조회수가 얼마를 넘었다고 알림이 왔다. 

이 글이 이럴 일인가.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안이 벙벙했다. 

제목이 '평화로운 수영장에서 홀로 재난 영화 찍은 날'이었는데 아무래도 재난 영화라는 말이 독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했던 것 같다. 의도치 않은 낚시에 조회수는 무지 높았지만 사실 조금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글을 쓴 나조차도 '그저 그렇다'는 느낌이 드는 이 글을, 수많은 사람들이 읽었을 생각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다른 글보다 공도 덜 들였는데... 그리고 아쉬웠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다듬고 완성도 있는 글로 올려볼걸! 


때로 브런치에서 제목으로 낚시하는 분들의 글을 보기도 했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왔다. 나에게는 조회수보다 공감과 댓글이 더 중요했다. 내가 쓴 글이 마음에 닿았다는 뜻이니까. 


음악이나 글이나... 그 어떤 쪽이든 자본주의는 진심이고 공감이고 간에 일단 일단 빵! 떠서 사람들에게 각인이 되고 볼 일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 후에나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소위 말해 '대박'이 난 후에 처음의 마음을 갖기란 모두가 알다시피 아주 어렵다. 

진지하게 진심이니 대중성이니 이런 이야기를 하자니 왠지 낯부끄럽다. 브런치에 조회수 높은 글 하나 썼다고 벌렁이는 가슴을 부여잡고 별 생각을 다하는 나에게 그럴 일이 생길 확률은 아주 희박할텐데... 


오늘도 매체는 하나 같이 '한 방'에 조회수를 높일 '한 방 스토리'만을 들이밀고 우리는 그것을 보며 월척을 기대하기도 하고, 그저 한숨을 쉬기도 한다. 

얼마 전 어린이 유튜버가 얼마를 벌었다는 기사 밑에 '출근길인데 왜인지 모르지만 힘이 빠진다'는 댓글을 보았다. 마음이 짠했다. 당신은 열심히 살고 있다고, 우리 더 우리의 이야기를, 더 보통의 이야기를 해보자고 말하고 싶었다. 어쩌면 우리는 '한 방'이야기보다 서로를 다독일 작고 사소한 이야기들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안 되는 만 가지 이유 말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